때이른 일자리사업에 노인들 추위 '덜덜'…공공알바는 일 벌여놓고 점검 '나몰라라'

입력 2019-03-20 17:40  

정부 '일자리 쥐어짜기' 실태 보니

매년 3월에 하던 노인 일자리사업
예산 조기집행 맞춰 2월로 앞당겨
"일찍 시작해 일찍 끝나 조삼모사"



[ 성수영 기자 ] 지난달 서울 대림동 도림천 주변에 백발의 노인들이 청소도구를 들고 삼삼오오 모였다. 구로구청이 주관하는 노인일자리사업인 ‘클린구로깔끔이’에 참여한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골목길과 하천 주변 등을 월 30시간 청소하고 27만원을 받았다. 이 사업은 혹한기를 피해 매년 3월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올해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2월에 시작됐다.

복지부는 노인들의 동절기 소득 공백 기간을 줄이기 위해 노인일자리사업을 조기에 시행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사업이 한 달 먼저 시행되면서 사업 종료 시점도 11월에서 10월로 한 달 앞당겨지기 때문이다. 2월 소득 공백이 줄어드는 대신 11월에 소득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중장기 고용 전략 없이 당장 눈앞의 불부터 끄자는 ‘조삼모사’식 정책이 만들어낸 모습이다.

지난해 말 정부가 ‘고용 참사’ 대책으로 내놨던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에 이 같은 정책 허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들이 앞당겨지면서 연초 고용지표는 개선됐지만, 야외 일자리 사업 참여자 상당수가 추위에 시달리는 등 부작용을 호소했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혹한기에는 근무 시간을 30시간에서 20시간으로 줄이도록 지침을 바꿨다”며 “노인들에게 지급하는 마스크와 장갑 수량도 예년보다 늘렸다”고 말했다.

단기간에 지원자를 모으려다 보니 목표 인원을 채우기도 쉽지 않았다. 20일 각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추경호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공공기관 단기 일자리 현황’ 자료를 보면 가스안전공사는 지난해 말 가스안전 순회교육 강사 50명을 모집했지만 채용 인원은 28명에 그쳤다. 한 안전분야 담당자는 “안전분야 강사라는 특수 직무 종사자들을 이처럼 단기간에 대규모로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며 “당장 머릿수를 채우려고 무리수를 두다 보니 차질을 빚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도 자료입력 등 아르바이트 490명을 채용하기로 했지만 258명채용에 그쳤다. 시간 때우기식 단기 일자리 위주다보니 중도 포기자도 속출했다.

공공 아르바이트 운영 실태에 대한 사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개 정부 부처 중 교육부 금융위원회 등 5개 정부부처는 사후 점검 여부를 묻는 말에 아예 답하지 않거나 “기획재정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기재부 관계자는 “기재부는 일자리 목표를 숫자 위주로 검토했고, 세부 점검은 각 부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기재부 공무원은 “경제 위기 등으로 공공 일자리를 대거 만들 때마다 사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아 같은 잘못이 매번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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