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과 맛있는 만남]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 "유럽·아세안 거치는 관문이 인도…한국 중소기업 진출 적극 도울 것"

입력 2019-03-22 18:16   수정 2019-03-25 10:43

"인도 북부는 빵, 남부는 쌀이 주식
서로 문화 존중하며 지방색 살려"



[ 추가영/정연일 기자 ]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가 전통 의상인 사리를 입은 채 힌디어로 인도 셰프와 인사를 나눌 때는 마치 인도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에 있는 인도음식 전문점 강가에서 만난 란가나탄 대사는 커리와 인도식 빵인 난, 탄두리 치킨 등을 둘러본 뒤 즐겨 먹는 음식으로 야채 플라우(볶음밥)를 가리켰다. 그는 “(빵 대신) 밥을 주식으로 먹는 지역 출신”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식 중에선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지도 물었다. 채식주의자인 그는 망설임 없이 “비빔밥”이라고 대답했다.

“인도의 강점은 지역 특색 존중하는 문화”

란가나탄 대사는 인도 남부 최대의 도시 첸나이가 주도인 타밀나두주(州) 출신이다. 북부 도시 델리에서 자랐지만 가족의 전통인 남부식 식습관에도 익숙하다. 그는 자신을 “하이브리드”라고 부르며 웃었다. “한 끼를 밥으로 먹으면 다른 한 끼는 빵으로 먹는 식”이라고 했다. 인도 남·북부 지역을 두루 경험해 모두 잘 안다는 의미로 들렸다.

란가나탄 대사는 “인도 남부에선 밥을 주식으로 먹고 북부에선 빵을 많이 먹는다”며 “남부에선 벼가 많이 나고 북부에선 밀이 많이 나서 이런 전통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각 지방의 특색을 유지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균형을 중시한다는 점이 인도식 민주주의의 중요한 요인”이란 설명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는 마살라, 파파드를 애피타이저로 권했다. 마살라는 향신료로 만든 소스고, 파파드는 같은 이름의 인도 콩을 갈아서 만든 일종의 과자다. 밀가루 등을 살짝 구운 토르티야에 살사를 더해 먹는 멕시코 음식과 비슷해 보였다.

란가나탄 대사는 “마살라 파파드는 부숴 먹어야 제맛”이라며 시범을 보였다. 원통 모양으로 말려 있는 파파드를 먹기 좋은 크기로 부숴 마살라를 듬뿍 얹어 먹으니 바삭하게 씹히는 식감과 알싸하게 매운 향이 잘 어우러졌다.

인도는 1947년 독립한 뒤 1956년 종교와 언어를 중심으로 주(州) 경계를 획정하는 법을 시행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언어와 문화가 다른 지역적 특색을 존중하고 동일 언어·문화권을 하나로 묶어주려 한 것”이라며 “타밀나두주도 당시에 형성된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는 유럽과 아세안 시장 진출 위한 통로”

1994년 어려운 임용시험을 거쳐 인도 외무부에 들어간 란가나탄 대사는 지난해 8월 주한 인도 대사로 부임했다. 한국이 대사로서 첫 부임지다. “한국어 아직 잘 못 해요.” 그는 또박또박 정확한 발음으로 한국어 문장을 완성했다. 그는 “2010년 가족들과 서울, 제주도를 여행했을 때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다”며 “그래서 한국 대사 부임이 더 기뻤다”고 했다.

란가나탄 대사가 한국에 부임한 지 반년을 갓 넘긴 지난 2월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한국을 국빈 방문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임기 초반에 모디 총리가 방한한 것은 큰 행운”이라며 “두 나라가 더욱 가까워졌다”고 평가했다. 한국과 인도는 정상회담을 통해 인공지능, 국방·방산·에너지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팔락 파니르(시금치 커리), 베지터블 바지(야채 커리), 달 부카라(렌틸콩 커리), 램 로건 조쉬(양갈비 커리), 치킨 빈달루 등 다섯 가지 커리를 하나씩 소개한 뒤 덜어서 맛을 보도록 권했다. 그는 “보통 인도 가정에서도 이렇게 먹는다”며 “커리를 조금씩 덜어 난, 로티(빵) 혹은 밥과 함께 먹는다”고 말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외무부뿐만 아니라 상무부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는 “1990년대 인도에 진출한 현대자동차는 인도와 인근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고 삼성, CJ 등의 사업도 활발하다”고 했다. 이 같은 대기업들의 성공 사례가 다른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을 이끌고 있다고도 했다.

란가나탄 대사는 “한국 정부와 협력해 더 많은 한국 중소기업이 인도로 진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기업들이 인도에 진출한 지 20여 년이 지나면서 사업 환경이 많이 좋아졌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취약한 제조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외국 기업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인도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 금액은 2015년 452억달러에서 지난해 610억달러로 늘었다. 란가나탄 대사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거대한 시장을 갖춘 데다 유럽, 아세안 등으로 진출하는 교두보로 활용할 위치에 있다는 게 인도의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인도 경제성장률을 7.5%로 전망했다.

“친구와 달리 이웃은 고를 수 없다”

우유를 발효한 ‘인도 국민음료’ 라씨를 한 모금 마셨다. 시큼한 라씨의 맛이 매콤한 커리, 짭짤한 탄두리 치킨과 잘 어울렸다. 대화가 무르익어갈 무렵 꺼내기 어려웠던 질문을 던졌다. 지난달 48년 만에 공습을 주고받은 파키스탄과의 분쟁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물었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지난달 26일부터 이틀 연속으로 전투기 교전과 함께 지상에서 박격포 공격을 주고받았다.

다소 원론적이긴 했지만 긴장이 완화될 것으로 본다는 답이 돌아왔다. 란가나탄 대사는 “평화롭게 공생하면 된다는 명확한 답이 있다”며 “파키스탄 정부가 테러 지원을 중단하면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인도엔 ‘친구는 고를 수 있어도 이웃은 고를 수 없다’는 옛말이 있다”며 “인도는 파키스탄을 제외하면 방글라데시, 아프가니스탄, 네팔, 부탄 등 인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남아시아 지역의 평화를 전반적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인도·태평양 전략은 미국이 일본 호주 인도 등과 함께 지역 내 안보·경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한 개념이다. 란가나탄 대사는 “인도인들 대부분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찬성하고 있다”며 “이 지역을 연결하고 개발·발전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문화 경험할 기회 늘릴 것”

후식으로 인도식 밀크티인 차이가 나왔다. 란가나탄 대사는 차이를 마시며 “인도 문화를 한국에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는 서울과 부산 두 곳에 주한 인도문화원을 운영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문화원에선 인도 음식을 맛보고 요리를 배울 수 있는 강좌를 열고 힌디어와 산스크리트어, 요가도 가르치고 있다.

여성 레슬러가 등장하는 영화 ‘당갈’이 화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7월 문재인 대통령의 인도 방문 당시 김정숙 여사는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인 기타 포갓을 만나기도 했다. 영화 이야기가 나오니 란가나탄 대사의 눈에 생기가 돌았다. 그는 “남자들만의 세계로 여겨지던 레슬링 무대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힘으로 승리를 거머쥐는 이야기”라며 “인도 전역에서 많은 여성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여성 복서 이야기를 담은 영화 ‘마리 콤’도 추천했다.

가무(歌舞)를 즐기는 인도 문화도 영화에 반영돼 있다. 1912년 인도인이 제작한 최초의 영화인 ‘하리사찬드라왕’부터 음악과 무용을 담은 영화가 주류를 이뤘다고 그는 설명했다.

주한 인도 대사관은 매년 인도 문화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인도 영화도 상영된다. 올해는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0월에 열 예정이다. 란가나탄 대사는 “한국엔 인도 문화에 대해 아는 사람이 이미 많다”며 “서울 외의 지역에서도 인도 문화를 경험해볼 기회를 마련하는 게 목표 중 하나”라고 말했다. “궁극적으론 문화 전파를 통해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란가나탄 대사는 요가를 즐기고 등산도 좋아한다. 지난해 가을엔 북한산과 강원 철원 금학산에 올랐다고 했다. 그는 “이제 겨울이 지났으니 설악산에 가볼 계획”이라고 했다. 란가나탄 대사가 한국의 사계절을 겪은 뒤 산세를 둘러본 감상도 듣고 싶어졌다.


■약력

△1970년 인도 뉴델리 출생
△인도 델리대 역사학 학사·석사
△1994년 외무부 입부
△2005~2008년 주홍콩 인도영사관 1등서기관·참사
△2008~2012년 주미얀마 인도대사관 정무 참사
△2013~2014년 인도 외무부 남아시아 지역협력연합 국장
△2014~2018년 7월 인도 외무부 방글라데시·미얀마 국장
△2018년 8월~ 주한 인도 대사

■'세계 최대' 인도 총선…내달부터 6주간 열려

‘세계 최대 민주주의 선거’라고 불리는 인도 총선이 오는 4월 11일부터 5월 23일까지 6주 동안 이어진다. 4월 11일 첫 투표를 한 뒤 18, 23, 29일과 5월 6, 12, 19일 인도 전역에서 7단계로 선거가 치러진다. 세계에서 가장 긴 기간 열리는 선거다. 개표는 5월 23일 하루 동안 이뤄진다.

스리프리야 란가나탄 주한 인도 대사는 “총선에 국민의 관심이 높다”며 “인도 전역에서 삼삼오오 모여 각 후보에 대해 토론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란가나탄 대사의 단골집 강가

20여 가지 향신료로 맛낸 인도식 커리 '별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IFC몰 뒤편에 있는 강가는 인도요리 체인 식당이다. 북부 인도식 커리를 맛볼 수 있어 커리 애호가로부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은은한 조명과 고풍스러운 실내 장식부터 강한 인도 느낌을 준다. 강가는 힌디어로 갠지스강을 뜻한다.

20여 가지 천연 향신료로 맛을 낸 다양한 종류의 커리에 주력 메뉴인 탄두리 치킨을 곁들여 먹는 맛이 일품이다. 인도식 빵인 난은 현지에서 공수해온 탄두르(인도식 화덕)에서 바로 구워서 낸다. 망고, 블루베리, 석류 등 과일즙을 첨가한 인도식 요구르트 라씨는 커리 향을 순화시켜 입맛을 돋워준다.

전국 각지에 직영점을 운영하는 강가는 모든 매장에 10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인도인 요리사가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 강가의 인도 총괄 셰프인 데츠팔 싱 씨는 한국에 온 지 15년이 됐다고 했다. 그는 “갈수록 커리를 찾는 한국인이 많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커리 단품 가격은 2만~2만5000원, 탄두리 치킨은 2만6500원이다. 라씨는 종류에 따라 5000~6000원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도 갖추고 있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며 오후 3시~5시30분은 휴식 시간이다.

추가영/정연일 기자 gyc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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