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사설 깊이 읽기] 세금이 특정 계층을 징벌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되죠

입력 2019-04-01 09:01   수정 2019-04-21 21:45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 허원순 기자 ] [사설] '특소세' 닮아가는 종부세, 고가주택 기준 조정 필요하다

올 들어 주택 공시가격이 급등하면서 늘어나는 보유세가 중산층에도 적지 않은 부담을 주게 됐다. 지방세로 세금 증가 상한이 전년 대비 150%인 재산세와 달리 국세인 종합부동산세는 최대 300%로 늘어날 수 있다. 당초 도입 취지와 달리 중산층에서도 종부세 납부 대상이 대폭 늘어남에 따라 9억원(다주택자 6억원) 이상인 ‘고가주택’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다음달 말 확정되면 서울에서만 종부세 부과 대상은 21만9862가구에 달하게 된다. 지난해보다 56%, 약 8만 가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3.7배나 된다. 대상도 당초 서울 강남지역의 중대형 주택에서 강북은 물론 부산 등 지방으로도 많이 확대된다. 물가 상승과 공급 부족 등으로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는데도 종부세 부과기준이 10년째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는 “집 한 채 가진 보통 직장인도 종부세를 내게 됐다”는 불만이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종부세 세율과 기준시가를 함께 올리는 데 이어 시장가격에 대한 실질 과세율인 ‘공정시장가격 반영비율’까지 4년간에 걸쳐 100%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집값이 급락하지 않는 한 종부세 부과 대상은 계속 늘어나게 돼 있다.

종부세는 특별소비세를 연상시킨다. 도입 초기 특소세는 TV와 피아노, 심지어 커피와 설탕까지 ‘사치품’으로 규정해 고율의 세금을 매겼다. 하지만 소득과 소비의 증대로 이 법은 개별소비세로 바뀌면서 법의 성격 자체가 변했다. 지금은 탄력세율이 적용돼 정부의 경기대응 수단으로 잘 활용되고 있다. 보편증세로 치닫는 종부세도 이렇게 유연성을 갖고 운용해야 한다. 고령사회에 집 한 채 가진 도시 은퇴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에게 과도한 세부담은 공정하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내수·소비 활성화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종부세 부과의 잣대가 되는 고가주택 기준을 올릴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3월 26일자>

사설 읽기 포인트
세금부과는 보편성 원칙이 중요
소득 많으면 세금도 더 내야 하지만
'징벌적 이중과세'는 안될 말

흔히 소득 있는 곳에 과세가 있다고 한다. 가격 및 가치가 높은 대상에 세금이 많은 것은 대체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세금이 갖는 제일의 성격이 강제성이기에 세금은 다수 국민, 즉 납세자의 동의를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세금 부과에는 보편성이 있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이때 보편성은 세금이 특정 계층 또는 특정한 대상을 징벌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종합부동산세는 세금이 갖는 일반적 성격 때문에 처음 부과될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때 치솟는 집값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서울 강남지역 등 고가주택을 겨냥한 징벌적 성격이 강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종부세는 기존의 재산세(지방세, 시·도가 부과)에 중복으로 부과되는 이중적 세금인 데다 종부세로도 집값 상승을 잡지 못한 뼈아픈 기억이 있다. 정부가 주택 시장을 향해 과세권이라는 ‘쇠주먹’을 휘둘렀으나 세금까지 신설한 처음의 취지는 달성하지 못했다. 새로 만들기는 쉬워도 없애기는 쉽지 않은 게 세금이라는 점도 종부세가 극명하게 보여줬다. ‘질시의 법제화’가 종부세만이 아니기도 하다.

한동안 잠잠했던 종부세가 다시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2018년도에 서울 일부 지역을 비롯한 집값 급등 때문이었다. 오래된 아파트를 헐고 다시 짓는 ‘재건축’을 강력 규제하는 등으로 문재인 정부 들어 신규주택 공급을 억제했고, 세계적으로 동시에 진행된 중앙은행의 저금리 및 통화공급 확대 정책이 겹쳐 한국의 집값도 많이 올랐다.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일정 기간을 단위로 급등을 반복하는 ‘대세 상승기’에 올랐다고도 분석했고, 서울의 집값이 세계 자산시장의 흐름에 그대로 동조하고 있다는 지적도 했다.

어떻든 간에 급등한 집값은 정부로선 여간 부담스럽지 않게 됐다.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차원만이 아니었다. 집값은 언제나 논란이 되풀이되는 입시정책만큼이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여서 집권세력엔 다소 무리가 되어도 대응책을 강하게 내놔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런 상황이 되면 과도한 재산권 억제, 중과세, 시장 억압 같은 무리수가 나온 것은 과거 정부에서도 흔히 봤던 현상이다.

종부세 납부 대상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런 배경에서였다. 세율을 올리고, 세금을 부과하는 과표 기준도 올리고, 시장가격의 과표 반영률을 함께 인상하는 3단계 압박 행정의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이전에는 특정 지역의 값비싼 집에만 부과됐던 종부세 납부 대상자가 지방 도시에까지 대거 쏟아졌다. 집 한 채 보유한 보통의 월급쟁이까지 이중으로 세금을 내게 됐다는 기사가 계속 이어지기도 했다.

과거 부가가치세가 처음 도입됐을 때 설탕과 커피까지 사치성 소비재로 분류돼 중과세된 적이 있다. 이른바 특별소비세다. 피아노와 텔레비전이 특별한 소비재로 인식되는 1970년대의 일이었다. 결국 특별소비세는 2000년대 들어 개별소비세로 바뀌었는데 종부세도 그런 길을 밟게 될 것인가가 사설이 던지는 메시지다. 물론 기본 문제 제기는 종부세 납부대상이 단시일 내에 급증하는 것은 안정적인 세제·세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그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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