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을 선점하라 " 건설사 브랜드 경쟁 '제2 라운드'

입력 2019-04-10 17:11   수정 2019-04-10 19:16

아파트 브랜드 리뉴얼

"입지 같아도 브랜드 선호도가
청약 성적에 큰 영향 줘"



[ 양길성 기자 ]
2000년 대림산업은 경기 용인시 보정동에 들어설 신규 단지에 ‘e편한세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기존 대림아파트에서 처음 이름을 바꿨다. 공원에 사는 편안한 느낌을 주는 아파트로 부각하기 위해서였다. 같은 해 삼성물산은 삼성아파트 대신 ‘래미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롯데건설의 ‘롯데캐슬’, GS건설의 ‘자이’ 등 아파트 브랜드가 우후죽순처럼 나왔다. 건설사 이름 대신 아파트 브랜드가 우리에게 친숙해진 시기다.

아파트 브랜드 시대 20년. 건설사들의 브랜드 경쟁이 다시 시작됐다. ‘9·13 대책’ 이후 부동산시장에 먹구름이 끼는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이 브랜드 재단장에 나서면서다. 브랜드 가치를 높여 분양시장에서 우위에 서겠다는 취지가 반영된 움직임이다. 같은 입지여도 브랜드 선호도가 청약 성적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요 건설사 “바꿔야 산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힐스테이트의 브랜드 디자인과 BI를 새롭게 단장했다. BI 문자를 한글로 통일했다. 기존에는 힐스테이트 표기에 한글과 영어가 혼용됐다. 현대건설은 영문 Hillstate로 표기되던 브랜드명을 한글로 바꿔 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 로고도 함께 표기한다. 브랜드 식별을 위해 글자 크기는 150% 확대됐다. 브랜드 철학도 바뀐다. 현대건설은 ‘탁월함’이라는 기존 철학을 ‘라이프스타일 리더’로 구체화했다. 여기에 주거 공간을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규정했다. 현대건설은 올 하반기 분양에 나서는 모든 신규 단지에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적용해 구현할 계획이다.

대우건설도 지난달 푸르지오를 새 단장했다. 푸르지오의 새로운 철학으로 ‘본연이 지니는 고귀함’을 내세웠다. BI는 산들바람에 부드럽게 흔들리는 자연의 형상을 담았고 색상은 어두운 녹색으로 바꿨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디자인 업그레이드 모델인 롯데캐슬 3.0을 공개했다. 아파트 외관 디자인이 많이 변한다. 랜드마크 동 옥상에 롯데캐슬만의 특화 경관구조물인 ‘메가프레임’을 적용해 멀리서도 쉽게 브랜드를 알 수 있도록 꾸민다. 색상은 명도 대비가 강한 색으로 바꿨다. 롯데캐슬 3.0은 올 상반기 분양 예정인 화성 반정 사업현장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조만간 자사 아파트 프리미엄 브랜드를 발표할 예정이다. 롯데건설은 지난 1월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 시공사 간담회에서 “4월 전후로 프리미엄 브랜드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인피니엘(INFINIEL)’을 포함한 30여 개 브랜드를 특허 출원한 상황이다.

중견사들도 브랜드 강화에 뛰어들었다. 쌍용건설은 지난해 새 브랜드를 선보였다. 기존 아파트 브랜드인 ‘예가’와 주상복합·오피스텔 브랜드 ‘플래티넘’을 통합한 ‘더 플래티넘(THE PLATINUM)’이다. 올해부터 쌍용건설이 짓는 재개발, 재건축, 리모델링, 지역주택 모든 단지에 새 브랜드가 적용된다. 지난 1월 더 플래티넘을 적용한 첫 단지인 ‘쌍용 더 플래티넘 부평’을 분양했다. BI도 탈바꿈한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THE PLATINUM의 ‘THE’를 곡선으로 표현해 아파트가 가지는 특유의 섬세함을, ‘PLATINUM’을 직선으로 표기해 우수한 기술력으로 지어진 견고한 공간이라는 점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은 호반건설도 지난달 ‘호반써밋’과 ‘베르디움’ 리뉴얼 버전을 공개했다. 호반건설은 2010년부터 주상복합 단지에만 사용하던 호반써밋플레이스를 호반써밋으로 변경하고 아파트 브랜드인 베르디움 디자인도 개선했다. 지난해에는 코오롱글로벌이 주택브랜드 ‘하늘채’ BI를 리뉴얼했다. 태영건설도 2002년 도입한 ‘데시앙’과 서브브랜드 BI를 지난달 변경했다.

청약 접수 절반 이상 ‘브랜드 아파트’

지난해 말부터 부동산시장이 위축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브랜드 재단장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아파트 브랜드냐에 따라 청약 성적이 갈리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최근 1년(2018년 1월~2019년 3월) 신청된 1순위 청약 건수(229만3689건) 중 117만8593건(51.3%)이 브랜드 아파트에 몰렸다.

소비자 인식도 비슷하다. 지난해 11월 부동산114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전국 성인남녀 5049명 중 92.3%가 ‘브랜드 가치가 아파트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 중 ‘매우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응답자는 42.3%에 달했다. 아파트 구입 시 최우선 고려 사항도 브랜드가 37.4%로 가장 높았다. 규모(21.3%), 가격(14.6%), 시공능력(12.3%) 등을 앞질렀다. 아파트시장에 브랜드가 곧 가격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는 분석이다. 브랜드 아파트로 ‘개명 신청’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07년 서울 동작구 롯데낙천대아파트 입주자들은 외관 페인트칠 공사를 하면서 롯데캐슬로 이름을 바꿨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아파트 브랜드 가치가 부동산 시세에 미치는 영향이 큰 데다 규제로 주택시장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브랜드를 재단장해 수요자의 관심을 더 끌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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