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바속촉' 에어프라이어, 주방가전 최강자로

입력 2019-04-11 17:55  

건강·간편식 열풍타고 판매 급증
작년 30만대…전년比 4배 늘어



[ 심성미 기자 ] 주방가전 시장에서 ‘에어프라이어 돌풍’이 거세다. 대표 주방가전인 전자레인지나 전기오븐의 판매량을 이미 추월했다. 기름(프라이팬)과 전자파(전자레인지) 대신 뜨거운 열로 음식을 굽거나 튀기는 조리방식이 강점이다. 건강 식단 및 간편식을 선호하는 생활 트렌드와 맞물려 대표 주방가전으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업계는 2020년까지 연간 판매량이 220만 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자레인지 제친 에어프라이어

1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에어프라이어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700% 이상 커진 1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지난해 판매량은 30만 대로 전년(8만 대)에 비해 4배가량 많이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온라인 마켓에서는 주방의 필수 품목으로 꼽히던 전자레인지 판매량을 넘어섰다. 4대 주방가전 품목(에어프라이어·전자레인지·전기오븐·전기그릴) 중 에어프라이어의 옥션 판매 비중은 2014년 2%에서 지난해 38%로 치솟았다. 지난해 전자레인지 판매량 역시 전년 대비 81% 증가했지만 에어프라이어(4409%) 증가세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홈쇼핑도 지난해부터 에어프라이어의 편성 시간을 대폭 늘리고 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방송을 편성해 8개월간 총 33회 내보냈다. 이 기간 75억원어치(약 8만 대)가 팔렸다. CJ오쇼핑도 지난해 4월부터 방송을 시작해 누적 13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간편식 열풍에 인기 급상승

에어프라이어를 처음 고안해낸 기업은 필립스다. 기기 내부에 전자파 대신 열을 순환해 음식을 조리하는 ‘컨벡션 오븐’을 작은 크기로 만든 게 시초다. 2011년 ‘에어프라이어’라고 이름 붙여 국내에 선보였다.

본격적인 인기몰이는 2017년부터였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정간편식(HMR)이 인기를 끌면서 조리 방식이 간편한 에어프라이어를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 필립스 관계자는 “튀김이나 냉동식품 조리 외에 먹다 남은 음식도 쉽게 데우는 등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건강식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음식의 맛과 풍미가 높다는 입소문도 한몫했다.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는 재료 내부에 침투해 수분을 가열하기 때문에 속은 푸석하고 겉은 축축하게 젖는 경우가 많다. 반면 에어프라이어는 200도의 열풍이 빠른 속도로 재료를 가열하기 때문에 식재료 표면이 순간 건조돼 수분 손실을 막는다. 온라인 상에서는 “에어프라이어로 요리하면 어떤 재료를 넣어도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 요리’가 가능하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에어프라이어용 전용 간편식도 출시

20만~30만원대 ‘고급 주방가전’이던 에어프라이어 가격이 확 낮아진 것도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대표 상품은 8만원대인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자체상표(PB) 상품 ‘더 에어프라이어 플러스’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PB는 누적 30만 대 이상 판매됐다. 지금은 신일 리빙코리아 해피콜 등 수십 개 중소기업이 10만원대 미만의 저가 에어프라이어를 제조, 판매하고 있다. 전용 간편식도 속속 출시 중이다. 신세계푸드와 대상 청정원 등은 지난해 말부터 에어프라이어용 전용 간편식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 정도로 추산되는 에어프라이어 보급률은 앞으로 30%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에어프라이어 같은 ‘서브 주방가전’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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