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간 조정에 법적 강제성 부여 '싱가포르 협약', 한국이 '키맨'

입력 2019-04-14 16:11   수정 2019-04-14 16:15


민간 영역 조정제도에 법적 강제성을 부여하는 국제협약이 이뤄진다. 조정은 판사나 중재인 등 제3자의 판단 없이 당사자끼리의 합의만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한두 달 만에 결론을 얻을 수 있어 효율적이지만 법적 효력이 없기 때문에 상대방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될 우려가 있다. 협약은 유엔국제상거래위원회(UNCITRAL) 주도로 오는 8월 7일 싱가포르에서 체결된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참여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싱가포르 협약’에 긍정적이지만 미국이 불참을 선언했고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만 가입에 찬성하고 있어서다. 한국은 사법체계가 안정된 데다 국제중재 경험도 많아 다른 아시아 국가의 참여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평가가 많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안나 주빈브레 UNCITRAL 사무국장은 지난달 한국을 찾아 법무부와 외교부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과 중재, 국제 상거래 제도를 운영하는 UNCITRAL의 행정 총괄 책임자다. 주빈브레 국장의 표면적인 방한 이유는 지난 2월 새로 부임한 송도사무소장 아티타 코민드라 변호사를 한국에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송도에는 UNCITRAL 유일의 해외사무소가 있다. 코민드라 소장은 하버드 로스쿨 출신으로 태국 정부를 대리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및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해결 경험이 있는 국제 무역 전문가다.



하지만 주빈브레 국장이 한국까지 날아온 진짜 목적은 UNCITRAL의 숙원 사업인 싱가포르 협약에 한국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데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UNCITRAL은 한국 법무부에 싱가포르 협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러 차례 문의했지만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정부 관계자는 “조정이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게 되면 기업과 개인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해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며 “변호사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고 말했다. 조정이 활성화되면 소송이 줄어들기 때문에 변호사업계는 참여를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국회에서 싱가포르 협약을 비준해 줄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UNCITRAL이 한국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아시아 국가에서 한국이 미치는 영향력 때문이다. 한국은 세계 최대 수준의 ISD 피소 국가(피소 규모 6조7430억원)이며 국내 기업도 중재사건 경험이 많다. 국제 중재분야에선 ‘잔뼈가 굵은’ 국가다. 작년 ISD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국제회의도 한국에서 열렸다. 한 중재 전문가는 “국제중재만 놓고 보면 여러모로 한국이 아시아에서 일본을 크게 앞선다”며 “한국 결정을 보고 많은 아시아 국가가 싱가포르협약 대응전략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UNCITRAL은 수년 전부터 특정 국가에서 이뤄진 조정이 세계 어디에서나 인정받을 수 있도록 법적 구속력을 주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국제 중재에 법적 효력을 부여한 뉴욕협약이 1958년 체결된 이후 61년 만에 새로운 영역 확대에 나선 것이다. 중재는 중재인이 당사자 간 분쟁에 직접 개입해 판정을 내려주는 것으로 최종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조정은 조정인이 있지만 양측이 합의를 잘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뿐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만약 한국이 협약을 맺으면 국회 비준을 거쳐 이르면 내년부터 조정은 법원 판결과 같은 효력을 갖고 싱가포르협정 가입국에서도 동일한 효력을 인정받게 된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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