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투, 여섯번째 '초대형 IB' 지정 추진…하나금투·메리츠 "내년 이후"

입력 2019-05-03 07:19   수정 2019-05-03 08:00



신한금융투자가 연내 초대형 IB(투자은행) 진입을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오는 9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유상증자 안건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초대형 IB 신청을 위해서는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 이상이어야 한다. 현재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 등이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

◆ 신한금투, 6월 유상증자…여섯번째 초대형IB 예고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이달 9일 이사회를 열고 신한금융투자 유상증자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다음날인 10일 신한금융투자가 이사회에서 증자 규모와 세부일정 등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상증자는 초대형 IB 신청 자격을 갖추기 위한 조치다.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초대형 IB가 되면 발행어음이라는 강력한 자금조달 수단을 갖게 된다.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 규모는 현재 3조3000억원 수준이다. 따라서 이번 유상증자 규모는 7000억원 내외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대표(사진)가 지난달 취임 간담회에서 "연내 초대형 IB 인가를 받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시기는 6월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증권사는 중개 뿐 아니라 투자와 모험자본 공급 역할도 맡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초대형 IB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초대형 IB 제도는 투자은행 중심의 종합기업금융서비스를 확대할 목적으로 2017년 도입됐다. 자본력이 충분한 종합금융투자사업자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에 모험자본을 적극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현재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삼성증권 등 5개사가 초대형 IB로 지정돼 있다.

초대형 IB의 핵심은 발행어음 사업이다. 만기 1년 이내의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함으로써 기업금융과 벤처투자 등의 업무를 할 수 있어서다. 발행 절차가 간편해 상시 자금수탁이 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초대형 IB가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별도의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만이 발행어음 인가를 취득한 상태다. 차기 발행어음 사업자로는 KB증권이 대기 중이다.

신한금융투자도 초대형 IB로 지정되면 발행어음 인가 취득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병철 대표는 "초대형 IB가 영위할 수 있는 발행어음 사업이 시장에 대한 자금공급 창구 및 중요한 자산관리 상품으로 역할을 하고 있어 인가를 받을 필요성이 크다"고 했다.

◆ 하나금융투자 "종투사 지정이 우선"

신한금융투자 외에 초대형 IB 진입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은 하나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이다. 3조원대 자기자본을 확보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들 회사는 연내 진입을 목표하는 신한금융투자와 달리 중장기적으로 자기자본 규모 확충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해 두 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해 2017년 1조9000억원 수준이던 자기자본을 3조2000억원까지 확대했다. 이달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지정을 앞두고 있다.

자기자본 3조 이상을 확보하면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돼 기업신용공여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 사업이 가능해진다.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는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데 필요한 신용공여 증권대차 자문 리서치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하나금융투자는 무리하게 초대형 IB로 진입하는 것보다는 실적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2018년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기자본 3조원에 진입한 만큼 숨고르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나금융투자는 2017년 순이익 1463억원, 2018년 1521억원 등을 내며 지속적으로 순이익 규모를 늘려왔다. 올해 1분기 순이익도 626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9.2% 증가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추구하는 방향은 초대형 IB가 맞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계획"이라며 "무리하게 자본을 확보해 유휴자금이 생기는 것보다는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가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 메리츠證 "직접 벌어서 4조원 확보"

메리츠종금증권 역시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3조4000억원 수준으로 3개사 중 가장 많다. 그러나 증자보다는 순이익을 증가시켜 자기자본 4조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순이익 4339억원을 내며 한국투자증권 4983억원, 미래에셋대우 4612억원 등 초대형 IB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다른 증권사와 달리 종금업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발행어음 사업도 이미 해봤다. 종금업 자격이 내년 4월 만료를 앞두고 있어 신규 판매는 중단된 상태다.

발행어음 사업이 중된된다고 해도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서의 기업 신용공여 업무와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는 유지된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7년 자기자본 3조원을 확보하면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지정됐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기업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발행어음 사업을 제외한 핵심업무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만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에 급할 것 없다"며 "순이익으로 자기자본을 늘리다보면 자연스럽게 4조원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초대형 IB 지정, 단기금융업 인가 등이 화두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발행어음 시장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발행어음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이익이 나는 구조는 아니다"며 "고객이 발행어음에 투자하면 그 돈으로 수익을 내서 돌려줘야 하는데 그 정도로 큰 자본을 운용해 투자 수익률을 맞출 수 있는 사업이 아직 국내에 많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부당대출 논란 역시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란 해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종합검사 당시 발행어음 자금이 특수목적회사(SPC)를 거쳐 최태원 SK그룹 회장 개인에게 흘러들어간 것이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를 개인대출로 보고 '기관경고' 제재를 의결했다. 초대형 IB는 발행어음 사업을 통한 개인대출이 금지돼 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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