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문재인정부 출범 2년…'부동산과의 전쟁' 730일

입력 2019-05-10 15:58  

6·19 대책부터 3기 신도시까지…2개월꼴 정책 발표
집값 전쟁 중인데…고위공직자 투기 '내로남불' 구설




10일로 문재인정부가 출범 2년을 맞았다. 이 기간 동안 서울 아파트 중위 매매가격은 2억원 올라 8억원을 넘겼다. 그래서 지난 2년 동안의 부동산시장은 ‘집값과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새 정부 출범 직후부터 집값은 2000년대 초반만큼 치솟았다. 정부는 한 달이 멀다하고 규제 카드를 꺼냈다. 그래도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결국 수요 억제 일변도이던 정책 기조에서 공급 확대 병행으로 방향타까지 틀었다. 하지만 치열한 전쟁과 별개로 고위 공직자들은 각종 부동산 구설에 휘말렸다. 14번의 크고작은 정책이 쏟아지고 사건도 많았던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시장 730일을 돌아봤다.

◆“부동산은 끝났다”

문 대통령 취임 전부터 집값은 야금야금 오르고 있었다.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6년 발표된 ‘11·3 대책’의 약발이 다해가고 있었던 까닭이다. 2017년 5월 문 대통령은 취임식이 끝나기 무섭게 집값 단속 의지를 피력했다. 신호는 확실했다. 김수현 정책실장(당시 사회수석)이 10년 만에 청와대로 돌아왔다. 노무현정부 때 종합부동산세를 도입해 ‘종부세의 설계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김 실장이 청와대 복귀 직전이던 세종대 교수 시절 쓴 책《부동산은 끝났다》는 앞으로 2년 동안 나올 부동산 정책에 대한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이었다.


정부는 출범 한 달 만인 6월 19일 첫 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청약조정대상지역 확대와 대출규제를 골자로 해 ‘핀셋 규제’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은 잡히지 않았다. 급기야 문 대통령이 “집값을 잡으면 피자를 한 판씩 쏘겠다”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정부의 다급함은 후속 대책으로 이어졌다. 노무현정부 시절 ‘8·31 대책’ 이후 가장 강력한 규제들을 망라한 ‘8·2 대책’이 나왔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휴가 도중 복귀해 정책을 발표했다. 긴박함을 엿볼 수 있었던 대목이다.

다주택자를 본격적으로 압박하기 시작한 건 이때부터다. 부동산 가격 강세가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투기수요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에서다. 조정지역에서 양도소득세 중과 부활이 예고(2018년 4월 시행)됐고 서울 모든 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묶였다. 집값이 출렁였지만 정부는 계속 엄포를 놓았다. 문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더 많은 부동산 대책을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예고대로 더 많은 대책이 나왔다. 10월 24일엔 ‘가계부채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대출 문턱을 높였다. 신(新)DTI와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 소득대비대출비율(LTI) 제도가 도입됐다. 끝은 아니었다.


◆집값과의 전쟁

지난해엔 연초부터 강남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안전진단 기준을 강화하면서 재건축을 조였다. 연한 기준을 30년에서 40년으로 환원할 수 있다는 여지도 남겼다. 하지만 집값은 계속 올랐다. 서울 강북의 주요 아파트 소형 면적대가 10억원을 속속 넘겼다. 강남 중형 면적대는 30억 선을 터치했다.

결국 금기처럼 여겨지던 보유세가 거론됐다. 노무현정부가 역풍을 맞았던 카드였다. 정치적 부담이 컸지만 정부로선 집값 단속이 더 급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종부세율 손질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그러나 개편 논의는 신속하게 이뤄져 세율 인상과 중과로 결론이 났다.


추석을 앞두곤 한 달 동안 세 차례나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불을 끈 건 ‘9·13 대책’이다. 건전한 다주택자를 양성하겠다던 정부는 말을 바꿔 임대사업자들에게 주던 혜택을 거둬들였다. 규제지역 대출도 완전히 잠가버렸다. 순식간에 거래가 냉각되면서 부동산시장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정부는 숨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열흘도 안 돼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꺼냈다. 연말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 하남 교산에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밑그림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선 이달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을 3기 신도시로 추가했다. 전문가들의 지적을 받아들여 공급 확대를 병행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3기 신도시의 입지 선정 과정에서 기존 1·2 신도시의 경쟁력 약화를 전혀 고려하지 않아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는 등 논란을 낳았다. 또 서울 집값 상승 억제를 위해 신도시를 개발하면서도 정작 주택공급이 가장 시급한 서울에선 재건축·재개발을 꽁꽁 묶었다. 서울은 여전히 수요 억제에만 방점을 두고 있어 언제든 시장 과열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강남사랑’…‘내로남불’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 흠집을 내는 사건사고도 많았다. 정부가 시장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정작 야전사령관들은 부동산 사랑으로 구설에 올랐다. 부동산 정책 주무부서인 국토부의 김현미 장관은 “다주택자들은 집을 파시라”고 종용했지만 정작 본인이 다주택자여서 빈축을 샀다. 논란이 커지자 남편의 작업실로 쓴다던 연천 집의 부속 토지만 매각했다. 매수인은 김 장관의 동생이다.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소유하던 아파트는 전국구 유명세를 탔다. 교육부 수장이 대치동 학원가 인근 신축 아파트를 포기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보인 까닭이다. 그가 “집이 안 팔려 다주택자를 면치 못했다”는 이유를 들자 국회에선 “대신 매각을 도와주겠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결국 김 장관은 재건축 전부터 소유하던 이 아파트를 23억7000만원에 팔았다.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본인이 강남에 거주하면서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는 없다”고 말해 공분을 샀다. 이낙연 부총리는 “집값처럼 예민한 사안에 대해선 발언을 신중히 해야 한다”며 공개 경고하기도 했다.

국토부 사령탑으로 지명됐던 최정호 전 장관 후보자는 부동산 재테크가 너무 뛰어나 낙마했다. 다주택자를 면하기 위해 분당 집을 딸과 사위에게 증여하고 본인은 월세입자로 들어가 ‘꼼수증여’ 논란이 불거졌다. 이 밖에도 세종시 이전기관 공무원 특별공급을 활용한 펜트하우스 분양과 잠실 아파트 갭투자로 구설에 오르다 결국 자진사퇴했다.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생채기를 남긴 건 ‘청와대의 입’이던 김의겸 전 대변인이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으로 치달아 정부가 추가 대책을 고민하던 시점에 흑석동 재개발구역의 입주권을 25억원에 샀다. 대출과 아내의 퇴직금, 전세금까지 모아 풀베팅을 했다. 매수가액은 감정평가액과 맞먹는다. 프리미엄을 한 푼도 주지 않는 가장 완벽한 재개발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평생 무주택자로 살았던 그였기에 ‘고수’의 컨설팅을 받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시장을 옥죄는 동안 정작 고위 공직자는 투기에 혈안이 돼 ‘내로남불’이 아니냐는 비판도 거셌다. 결국 김 전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부동산정책에 큰 흠집을 남기고 스스로 물러났다. 은행 대출 서류에 직접 서명까지 했던 그의 사퇴의 변은 궁색했다.“아내가 한 일이어서 나는 몰랐다.”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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