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 2명 구속' 윤석열…법인세 3000억 깎은 조성권

입력 2019-05-12 18:04   수정 2019-05-13 08:58

Law & Biz

대한민국 법조인열전 (19)
유명세 치른 사법연수원 23기



[ 조아란 기자 ] 사법연수원 23기(1992년 입소)는 시작부터 파란만장했다. 연수원에 입소한 지 두 달 만에 법조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연수원생들이 밤늦도록 노름판을 벌인다는 기사가 신문에 실리면서다. 스터디룸 원형 탁자에 1만원짜리 지폐를 수북이 쌓아놓고 카드를 치는 수십 명의 연수원생 모습이 고스란히 신문 사진으로 보도됐다. 국민의 따가운 눈총이 쏟아졌고 김덕주 대법원장은 이례적으로 김재철 사법연수원장을 불러들이는 모습까지 보여야 했다.

그 후로 25년. 법조계에서는 연수원 23기가 지난 사반세기 동안 ‘대하드라마를 찍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한직을 맴돌다 ‘적폐청산 선봉장’으로 돌아온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박근혜 대통령의 여자’로 불린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이쯤 되면 막 하자는 거죠”라는 소리를 들었던 김영종 전 검사, 연예인급 인지도를 바탕으로 각종 화제를 몰고 다녔던 강용석 변호사 등이 모두 23기다.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 이성윤

23기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인물은 윤석열 지검장이다. 그는 전임자보다 5기수나 낮은 파격 발탁으로 문무일 검찰총장보다도 먼저 임명됐다. 중앙지검장은 검찰 5대 요직 가운데 하나로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주요 수사를 담당한다.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다 2013년 좌천됐다가, 2016년 국정농단 사건의 수사팀장으로 복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의 손을 거쳐 구속됐다.

그는 연수원 시절부터 폭탄주를 잘 마시는 것으로 유명했다. 나이도 또래보다 많았고 호방한 성격으로 상당수 연수원 동기들이 그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랐다. 검찰 내부에서는 ‘대(大)윤’이라고도 칭한다. 검찰의 또 다른 실세 윤대진 법무부 검찰국장(연수원 25기)이 ‘소(小)윤’이다. 특수수사를 중시하는 윤 지검장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를 2013년 사라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수준으로 만들어놨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형 사건을 전담하는 중앙지검의 수장이지만 퇴근한 뒤 애완동물과 산책을 나서는 모습도 간간이 눈에 띈다.

윤 지검장뿐만 아니라 23기는 법무부와 검찰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구본선 대검찰청 형사부장, 강남일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오인서 대검찰청 공안부장 등이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인물도 많다. 이성윤 대검찰청 반부패부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대학 동문으로 경희대 출신 첫 검사장이다. 이 부장은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대통령 사정비서관실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호흡을 맞췄다. 광주지검 목포지청장을 지낼 때는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수사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술을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사 지휘를 세세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판사 출신인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은 1967년 법무실이 생긴 뒤 처음 나온 비(非)검찰 출신 실장이다. 2013년부터 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따라 법무실장에 임명됐다. 법무부 분쟁대응단장으로 론스타, 엘리엇, 메이슨 등의 해외 기업이 제기한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대리한다. 우리법연구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이지만 ‘합리적 진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중앙지법 수석부장판사 가운데서는 두 명이 23기다. 법원장과 함께 예산 등을 관리하는 수석부장판사는 대법관으로 가는 엘리트코스로 꼽힌다. 지난 2월 임명된 우라옥 서울중앙지법 민사2수석부장판사는 첫 여성 수석부장판사다. 우 부장판사는 1997년 법복을 벗고 법무법인 세종에서 지식재산권 전문변호사로 활동하다가 2006년 특허법원 판사로 재임용됐다. 김병수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도 우 부장판사와 함께 지난 2월 부임했다. 그는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행정법원 및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등을 거쳤다.

M&A ‘터줏대감’ 김상곤

로펌업계에서도 23기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김상곤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M&A 자문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그는 지난해 미국계 사모펀드 칼라일의 ADT캡스 매각, LG그룹의 오스트리아 자동차 부품업체 ZKW 인수, 롯데그룹의 중국 롯데마트 및 스위프트하베스트 매각, 한진중공업의 하코 매각 등 수조원대 M&A 거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조세분야에서는 조성권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를 빼놓기 어렵다. 대법원 재판연구관실 조세조장 출신인 조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OCI가 자회사 DCRE를 분할하는 과정에서 부과된 3800억원가량의 법인세 가운데 3000억원에 가까운 돈을 깎아 기업구조재편 세제의 이정표를 세웠다. 국내 조세소송 사상 단일 쟁점에 대한 부과처분을 다툰 최대 규모 사건으로 꼽힌다.

23기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과 관련해 두 번이나 ‘주식 투자 논란’을 불렀다.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남편인 오충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가 23기다. 오 변호사는 이미선 재판관의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아내와 함께 35억원의 주식 투자를 한 사실과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이 불거져 논란에 휩싸였다.

공교롭게도 오 변호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또한 23기다. 오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님과 사법연수원 23기 동기 사이인데, 이렇게 공방을 벌이는 악연을 맺게 돼 매우 유감”이라고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유정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는 2017년 인사청문회에서 주식 투자 문제로 스스로 물러났다. 그는 ‘가짜 백수오 파문’을 예상하고 내츄럴엔도텍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의 소재가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복직소송과 관련해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가 징계를 받고 퇴직했다. 그는 ‘자유로운 영혼’ 소리를 들었는데 2004년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해 처음으로 무죄 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2005년에는 후배이자 아내인 이수영 부장판사(24기)를 따라 10개월 일정의 연수를 가기도 했다. 남편이 해외연수를 가면 아내가 따라가는 게 보편적이었는데, 거꾸로 자신이 육아휴직계를 내 화제가 됐다.


■'검찰개혁' '적폐청산' 역풍 맞은 불운의 기수


‘대통령의 여인’ 조윤선 前장관
문체부 블랙리스트 개입 의혹

한국 사회를 뒤흔든 정치적 소용돌이는 사법연수원 23기도 피해가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과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은 더욱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

2017년 11월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투신한 고(故) 변창훈 서울고등검찰청 검사도 연수원 23기였다. 그는 ‘국가정보원 댓글사건’을 감추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적폐로 몰렸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 갈 준비를 하던 이른 아침 수사진에게 자택 압수수색을 당한 뒤 큰 상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연수원 시절부터 변 검사와 친분을 쌓아왔지만 빈소를 찾지 않았다.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윤 지검장이 장례식을 찾을 경우 유족과 동료 검사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다.

적폐청산과 관련해서는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한국씨티은행을 거쳐 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청와대 정무수석 등을 지내면서 ‘대통령의 여인’으로 불렸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블랙리스트’와 보수단체 지원과 관련한 ‘화이트리스트’ 개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최정숙·이상원 변호사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들로 윤 지검장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법무법인 로고스의 최 변호사는 검사 출신으로 ‘직설적이고 일을 주도적으로 한다’는 의미에서 연수원 시절 ‘여장부’라는 별명을 얻었다. 판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노태우 정부에서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박철언 전 자유민주연합 부총재의 사위다.

23기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진행한 ‘평검사와의 대화’에서 화제를 남긴 김영종 전 검사(전 자유한국당 윤리위원장)가 있다. 김 전 검사는 “대통령 취임 전 부산지검 동부지청장에게 청탁 전화를 한 적이 있냐”고 물었다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지요”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와 동기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청와대 민정2비서관으로 그 자리에 있었다. 김 전 검사는 2017년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자 수원지검 안양지청장을 끝으로 검사복을 벗었다.

조아란 기자 ar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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