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 다시 찍은 비트코인, 3가지 포인트

입력 2019-05-27 05:22   수정 2019-05-27 14:44

가상화폐 시장서 비트코인 선호 높아져
대기업·기관 투자자도 비트코인에 집중
전통금융시장 약화, 안전자산 수요 늘려
"알트코인 동반상승? 비트코인에 한정"




비트코인 시세가 27일 마침내 1000만원을 회복했다. 지난해 5월10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최근 비트코인 가격 강세에는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 신생 암호화폐와 전통 금융시장의 양쪽 영역에서 모두 비트코인 상승 움직임을 보인 게 컸다.

◆ '물린' 암호화폐 투자자들 비트코인으로 이동

우선 암호화폐 시장에선 기축통화 역할을 하는 비트코인 수요가 한층 늘어났다. 작년 말부터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하며 비트코인 가격은 360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바 있다.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 암호화폐)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이더리움, 리플 등 최고점 대비 90% 이상 폭락한 알트코인이 수두룩했다.

100만원에 매수한 주식이 90만원으로 하락하면 매도하는 투자자가 많지만 5만원 수준까지 폭락한 경우 이를 팔아 현금화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암호화폐 투자자도 마찬가지다.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알트코인을 팔아 현금을 챙기는 대신 하락폭이 덜하고 가장 빨리 반등할 것으로 기대되는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쪽을 택했다.

내년으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도 매수세에 힘을 보탰다. 반감기를 맞으면 비트코인 채굴량은 절반으로 줄어들며 원가가 올라간다. 결과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비트코인에 몰리며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점유율이 60%에 달했다.

◆ 블록체인 도입 글로벌 기업들 '기폭제' 됐다

여기에 유력 글로벌 기업들이 움직인 것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린 확실한 기폭제가 됐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만드는 선물거래소 백트(Bakkt)가 대표적이다. 켈리 로플러 백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 협력해 7월부터 비트코인 선물계약 테스트(UAT)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앞서 비트코인 선물거래를 제공해온 미국 시카고상업거래소(CME)나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와 달리 백트는 계약 만료시 현금 등가물이 아닌 실제 비트코인을 전달한다. 비트코인 실수요가 증가할 것이란 기대를 모으는 대형 호재다.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스타벅스·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블록체인 사업에 진출한 것도 가속도를 붙였다. 페이스북은 리브라 프로젝트를 통해 자체 암호화폐를 개발하고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묶는 송금·상거래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지난해 금지했던 암호화폐 광고도 다시 허용했다.

암호화폐 결제를 허용하는 대기업 역시 늘어났다. 스타벅스를 비롯해 아마존의 홀푸드 마켓, 배스킨라빈스, 베드바스앤비욘드, 카리부 커피 등은 암호화폐 결제 스타트업 플렉사가 개발한 '스패든'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암호화폐 비트코인·이더리움·라이트코인·비트코인캐시·제미니달러 등의 결제가 지원된다.

MS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 구축에 힘쓰고 있다. 비트코인 기반 분산 신원확인(DID) 네트워크가 그것. 지난해 10월 백서를 공개한 데 이어 '아이덴티티 오버레이 네트워크(ION)'를 비트코인 메인넷(독립된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출시한다고 다시 언급했다. DID는 개인정보를 개인이 보관하면서 온라인에서 신원을 증명하는 시스템이다. 일일이 회원 가입을 하거나 공인인증서를 사용해야 하는 인터넷 환경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에 블록체인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품질전략팀장 채원철 전무는 최근 삼성전자 뉴스룸 기고문에서 "갤럭시 스마트폰은 자산(암호화폐)을 보관하며 블록체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최적의 기기다. 블록체인 지원 스마트폰을 확대해 새로운 경험의 장벽을 낮추겠다"고 언급했다.


◆ 혼란스러운 전통 금융시장…안전자산 수요↑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는 불안한 전통 금융시장도 한 몫 했다. 금과 같은 안전자산 수요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환율 급등, 주식시장 약세, 리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 변경) 논의 등은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높였다. 한국거래소에서 지난달 초 하루 10kg 정도였던 금 현물시장 거래량은 최근 65kg 내외까지 늘어났다. 개인 매수자가 많았다.

비트코인을 택한 자산가들도 늘었다는 평가다. 암호화폐 분석사이트 핵트닷컴은 "비트코인의 가격 회복은 미중 무역전쟁, 낮은 세계경제 성장률 등 글로벌 경제의 어려움 속에 이뤄졌다"며 "올해 비트코인은 주식, 채권, 원유 등 다른 주요 자산계급보다 월등히 높은 87%의 수익률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변동성을 피해 자산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자리잡았다는 의미다. 암호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은 '디지털 금'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브라질은 최근 비트코인 거래량이 급증했다. 현지 암호화폐 거래소 네고시아르 코인이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량의 7.95%를 차지하며 1위로 올라섰을 정도다. 경제 성장이 둔화되자 전통 금융시장에 머물던 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린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수치다.

◆ "알트코인 동반상승? 비트코인에 한정" 반론

2020년으로 예정된 미국 대선의 민주당 대권주자로 분류되는 앤드류 양도 불씨를 지폈다. 그는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모두들 지금 사세요. 상승장이 옵니다"라고 말했다. 주어가 명확치 않지만, 암호화폐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지난 4월 선거운동 기부금을 암호화폐로 받겠다 선언하고 세계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 컨센서스 2019에 참석하는 등 암호화폐 친화적인 행보를 걸어왔다. 대권주자가 암호화폐 투자를 직접 권유할 정도로 미국 내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된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 상승 이후의 전망은 알트코인 가격도 동반 급등할 것이란 기대와 비트코인에 한정된 상승세라는 평가가 엇갈린다.

톰 리 펀드스트랫 대표는 "2015년 이후 비트코인과 알트코인 가격 간에 디커플링(분리) 현상이 나타나면 알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는 트렌드가 있었다"며 알트코인들 가격이 종전처럼 10배 이상 폭등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점쳤다. 그간 개발을 진행해온 여러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성과가 나타날 시기와 맞물릴 수도 있다.

반면 알트코인의 가격 동조 현상이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한중섭 체인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은 "대기업과 기관투자자들의 관심이 비트코인에 국한됐다. 범위를 넓혀봐도 이더리움과 리플 정도"라며 "이를 감안하면 전체 암호화폐 시장에서 비트코인의 점유율은 60%에서도 더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
그래픽=조상현 한경닷컴 기자 doytt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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