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부활하는 일본의 '해군 파워'

입력 2019-05-29 17:52  

고두현 논설위원


[ 고두현 기자 ] “성능이 비슷한 아군 전투기 5대와 적군 전투기 3대가 공중전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최종적으로 살아남는 아군 전투기는 2대가 아니라 전력 차이의 제곱수인 4대다.” 영국 항공학자 프레데릭 란체스터는 1차 세계대전을 분석한 뒤 ‘전투 결과의 격차는 쌍방 전력 차이의 제곱만큼 벌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란체스터 법칙’이라고 한다.

근·현대 해전에서도 큰 전함과 대구경 함포를 앞세운 ‘거함거포(巨艦巨砲)’ 전략이 유리했다. 항공모함의 탑재기 수 또한 많을수록 이길 확률이 높았다.

일찍부터 항공모함 전력을 강화한 일본은 1921년 세계 첫 항공모함 호쇼(鳳翔)호를 진수했다. 1941년 12월 하와이의 진주만을 공습할 때 전력의 주축을 이룬 것도 항공모함이었다. 그때 선봉에 선 항공모함 이름은 ‘가가(加賀)’였다. 이 항공모함은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 해군에 격침됐다.

‘가가’가 침몰한 지 75년 만인 2017년 발음이 똑같은 대형 전함 ‘가가(かが)’호가 취역했다. 길이 248m에 폭 38m, 만재배수량 2만7000t으로 전투형 헬리콥터 이착륙 갑판과 대규모 격납고를 갖췄다. 일본은 항공모함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지난해 전투기를 탑재할 수 있도록 구조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가가’의 갑판을 개조하면 헬기뿐만 아니라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까지 운용할 수 있다. 일본이 미국에서 추가로 구매할 전투기 105대 중 42대가 F-35B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수직이착륙기(F-35B)가 도입되면 자위대의 방위 역량이 놀랄 만큼 강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가’는 지난해 남중국해와 서태평양·인도양 등에서 미군과 합동훈련을 했다.

그제는 일본을 방문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 함께 이 배에 올라 “일본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미군의 믿을 수 있는 파트너”라며 “가가호를 통해 여러 지역의 분쟁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미·일 동맹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자 중국과 북한 등을 겨냥해 양국의 힘을 세계에 과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이 가가호 같은 대형 전함 4척을 경항공모함으로 개조하는 계획을 마무리하면 미국 중국 다음으로 강력한 항모전단을 보유하게 된다. 그동안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에 치중한다”던 일본이 앞으로 자위대를 ‘방패’가 아니라 ‘창’으로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주만을 공습한 ‘가가’도 처음에는 전함으로 진수했다가 나중에 항공모함으로 개조했다.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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