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 오히려 범죄 재발률 높일수 있어"

입력 2019-05-31 18:55   수정 2019-05-31 19:29

형사정책연구원 30주년 국제학술회의 개최

출소자 형사제재 신중해야
가석방 늘려 과밀수용 억제 필요




출소 후 중대 범죄자들에 대한 신상공개와 전자발찌 부착명령, 화학적 거세 등의 제재가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해 결과적으로 재범율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정기관 과밀수용 문제를 해소하기위해선 가석방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낙태 문제를 해결하기위해선 여성의 임신 출산 양육 등 지원 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이를 위한 모자보건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범죄자 출소 후 ‘낙인’은 재범 못막아

3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원장 한인섭)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인간 존엄과 가치의 형사사법적 실현’이란 주제로 유관학회 공동 국제학술회의가 열렸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은 이날 ‘헌법재판을 통해서 본 형사사법과 인간존엄성’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신상정보공개, 신상정보등록, DNA감식시료채취가 헌법적으로 허용되는지에 대한 검토도 이뤄졌지만 허용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며 “과연 이러한 형사 제재들이 실제로 기대만큼의 충분한 범죄예방 및 억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를 폭넓게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성충동약물치료로 화학적 거세를 하는 게 인간존엄성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를 통해 성도착증을 치료해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며 “환자본인이 동의하지 않고 재범억제효과도 불분명한데도 약물치료를하는 것은 진정한 치료 목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구 조선대 법과대학 교수도 이날 ‘새로운 형사제재수단’과 관련한 주제 발표에서 “범죄자의 형기만료 후 부과되는 신상공개, 전자발찌 부착명령, 취업제한, 거주지 제한, 화학적 거세 등 새로운 형사제재수단도 그들의 ‘재사회화’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사회로 복귀시키면서 이러한 제재를 가하는 것은 형기를 연장한 것과 유사하다”며 “사회로 나왔으나 여전히 범죄자로 취급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어렵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형벌은 재사회화의 목적을 위한 것이어야 하며, 범죄자 낙인으로 비난을 가하고 차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영국 ‘절반형기제도’도입

교도소 구치소 등 교정시설 부족에 따른 과밀수용 문제에 대해 안성훈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선진국처럼 가석방을 활성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과 법원의 ‘불구속수사 확대’, ‘불구속재판 확대’ 와 ‘공판중심주의’로 피의자들의 방어권이 최대한 보장되고 있는 반면 이에 따른 법정구속 비율이나 실형선고 및 형기의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이 때문에 국내 대다수 교정시설은 수용률이 정원대비 100%를 넘고 있다. 그는 “교정시설의 여건은 그 나라의 인권수준의 지표라는 말이 있다”며 “과밀수용 문제는 범죄발생 증가에 따른 치안 악화, 과밀수용으로 인한 국가예산의 증가 등을 초래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최근 미국, 일본의 가석방 출소비율이 전체 출소자의 60%에 달하고 영국은 2005년부터 형기의 절반을 넘으면 가석방을 시행하는 ‘절반형기제도’를 도입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나라의 가석방제도는 너무 엄격하게 시행되고 있다”며 “엄격한 법집행이 반드시 올바른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많은 실증적 연구들이 형벌의 범죄억제효과는 형벌의 가혹함(severity)에 있는 것이 아니라 형벌 집행의 확실성(certainty)에 있다는 것을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출산 양육 고려한 모자보건법 개정 시급

김민우 충북대 박사는 ‘태아의 기본권 주체의 인정여부’에 대한 발표에서 “헌법재판소는 태아의 생명권보다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이 더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보았지만, 태아는 앞으로도 중요한 법률적 테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태아도 생명체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국가는 헌법 제10조에 따라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사람의 나이를 출생과 동시에 한 살로 보았으며, 태교라 하여 태아에 대해 교육이 필요한 것으로 여겼는데, 이 또한 태아가 사람임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태아는 모체 내에서 모체에 결합되어 있고 생명의 유지와 성장을 전적으로 모체에 의존하고 있다는 특성으로 인해 태어나기까지는 불완전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다혜 형사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모자보건법은 임신중단뿐만 아니라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지원정책를 포함하고 있으나, 현재 난임지원 등의 사업이 여성의 건강권 측면에 대한 고려없이 저출산에 대한 대응 관점에 한정돼 있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며 “일반적인 건강권이 아닌 모성과 관련된 여성의 건강권에 대한 성평등 관점의 접근이 모자보건법의 개정방향에서 요청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개회사를 맡은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은 “국가 차원의 형사 정책은 모든 국민의 인간존엄과 가치의 온전한 실현을 위한 과학적 길잡이가 돼야 한다”며 “다시 한번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 개혁의 싱크 탱크’로서 소임을 다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겠다”고 말했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국제학술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법무부 장관,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장 등이 참여해 축사를 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엘리자벳 푸라 스웨덴 라울 발렌버그 인권 및 인권주의법연구소(RWI) 이사회 의장과 두브라프카 시모노프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 특별보고관은 승재현 연구위원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방문해 인권증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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