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자존감 도둑'인 남자친구, 결혼해도 될까요?

입력 2019-06-23 08:44  


학력, 경제력, 외모까지 모든 게 완벽한 남자친구가 어느 순간 나를 기죽이는 '자존감 도둑'이 됐다. 이대로 결혼해도 괜찮은 걸까?

결혼을 염두에 두고 남자친구와 1년이 넘는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A씨. 그는 남자친구의 조건이 자신보다 월등하다고 생각했다. 본인보다 나이가 많은 것만 빼면 집안부터 본인 연봉, 학력, 키, 얼굴까지 어느 것 하나 뒤처지는 게 없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점차 남자친구가 '온실 속 화초'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부유한 가정에서 부족함 없이 자라 상위권 대학을 졸업하고, 부모님 회사에 들어가 편하게 일하는 남자친구를 보며 자존감이 떨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

A씨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남자친구의 성격 때문이라고 봤다. 남자친구는 A씨에게 선물을 해줄 때도 "이것도 안 해보고 어떻게 살았냐" 등의 말을 했다. 고의로 하는 말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A씨는 불편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남자친구는 "그건 너의 자격지심이다"라고 지적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과 관련된 부분이었다. 프리랜서인 A씨는 매달 수입 격차가 컸다. 수명이 짧고 위험 부담이 큰 직업이었지만 그래도 하루하루 열심히 일했다.

남자친구는 일과 관련해 A씨에게 자주 조언을 건넸다. 남자친구의 말대로 실행해 결과가 좋으면 그는 "그것 보라. 내 말 중에 틀린 게 있었냐"면서 의기양양했다. 반대로 성과가 안 좋을 때는 "게으르다", "답답하다", "네가 열심히 안 하니까 다른 사람들한테 밀리는 거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A씨는 자신의 노력은 인정해주지 않고, 모든 공을 자신의 것으로 돌리는 남자친구의 태도가 내심 불편해졌다. 이 같은 조언이 정말 자기를 위해 하는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를 우위라 생각해 말하는 것인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던 것. 이를 담아 두지 않고 이야기하면 남자친구는 또 "그건 네 자격지심이다"라고 꼬집었다.

남자친구의 인신공격적인 발언 또한 A씨를 힘들게 했다. 남자친구는 "살 빼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뿐만 아니라 A씨가 실수를 하면 "무식하다", "머리가 나빠서 애 낳으면 큰일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소를 미루면 "더럽다"고 하고, 같이 게임을 하다가 잘 못하면 "그것도 못하냐"고 면박을 줬다.

자꾸만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남자친구의 말에 A씨는 정말 자신이 자격지심을 느끼는 건지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장난치듯 내뱉는 남자친구의 언행에 상처가 쌓여 나중에는 병이 될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그럼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며 A씨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정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저렇게 말하지 않을 듯", "그냥 무례한 것 같다", "다른 게 다 완벽하면 뭐 하냐. 인성이 중요하다", "무례한 말을 들었으면 받아쳐야 하는 거 아니냐", "나중에 결혼하면 아이 앞에서도 무시한다", "자격지심은 남자가 가지고 있는 듯", "남자 집안 보고 결혼하려는 거 아니면 헤어지는 게 답", "결혼하면 분명 힘든 일이 생길 거다", "이건 남자친구가 갑질하는 수준" 등의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녀 47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연애에서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표현으로 '다른 사람과 비교(25.9%)'가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외모 지적'(22.0%), '무시하는 발언'(16.5%), '헤어지자는 말을 쉽게 꺼내기'(14.2%) 순이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의 연애 특징으로는 '연인 관계에 불안을 느낀다'가 40.4%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 '상대방에게 쉽게 끌려다닌다'(23.4%), '솔직하게 의사 표현을 하지 못한다'(15.5%), '긴 연애를 못한다'(7.9%), '자신을 매력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6.9%) 등의 의견이 있었다.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자존감은 남녀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연애를 위해서는 본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연인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와글와글]은 일상 생활에서 겪은 황당한 이야기나 어이없는 갑질 등을 고발하는 코너입니다. 다른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사연이 있다면 보내주세요. 그중 채택해 [와글와글]에서 다룹니다. 여러분의 사연을 보내실 곳은 jebo@hankyung.com입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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