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디지털시대 '異업종 벤치마킹'의 확장

입력 2019-06-27 17:56  

'리미티드' 의류가 맥도날드에서 배웠듯
지금은 제품·기술 등 전방위 융합이 특징
벤치마킹도 영역 구분 없이 범위 넓혀야

김경준 <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



‘리미티드(The Limited)’가 1963년 미국 패션의류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면서 등장했다. 26세의 레슬리 웩스너는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 젊은 여성을 대상으로 한정된 품목의 의류만을 판매한다는 의미의 간판을 붙인 가게를 열었다.

그는 부모가 운영하는 옷가게에서 일하면서 고급 재킷보다 평범한 티셔츠의 이익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티셔츠의 장당 이익은 적었지만 대량판매로 인한 높은 회전율로 공헌이익은 많은 구조를 부모에게 설명하면서 상품 구성에 변화를 줄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부모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히자 아예 독립해 나왔다.

웩스너는 동네 잡화점 개념을 탈피한 새로운 개념의 매장을 구상하면서 맥도날드를 벤치마킹했다. 햄버거 체인의 단순한 메뉴, 높은 회전율, 매장 표준화의 개념은 단순한 상품 구색과 대량판매, 높은 회전율, 표준화된 매장의 신속한 전개로 구현됐다. 폭발적 매출 증가에 놀란 그의 부모가 1년 뒤 평생 지켜온 가게를 정리하고 리미티드 체인점을 개설할 정도로 성공해 1969년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제품 기준으로는 연관성이 없는 햄버거와 여성 의류지만, 전략과 운영 구조의 공통점을 파악하고 트렌드에 맞게 해석한 사례다. 오늘날 표현으로 이(異)업종 벤치마킹이다.

20세기 제조업 혁신 모델이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 시스템이라면 서비스 혁신은 맥도날드가 시발점이었다. 과거 맥도날드가 단순한 패스트푸드 체인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의 아이콘이었음을 나타내는 일화가 있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은 1973년 고등학생 시절 맥도날드재팬 설립자인 후지타 덴 사장의 저서를 읽고 감명받았다. 60번 이상 전화로 연락해 어렵사리 15분간의 면담시간을 얻었다. 미래 유망산업에 대해 질문하자 후지타 사장이 컴퓨터 사업을 하라고 충고하면서 디지털산업의 글로벌 리더가 되겠다는 시골 소년 손정의의 꿈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웩스너가 리미티드를 시작하고 20여 년이 지난 1975년 스페인의 26세 청년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코루냐에 첫 매장을 열었다.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교를 졸업하고 옷가게에서 일하면서 사업개념을 구상했다.

그는 신개념 의류사업에서 생선가게를 모델로 삼았다. 매장에서 팔지 못해 재고로 남은 옷의 가치는 급속히 신선도가 떨어지는 생선과 같다는 통찰이었다. 수산시장 판매대에 항상 싱싱한 생선들이 진열되는 메커니즘을 벤치마킹했다. 정보기술을 활용한 프로세스 혁신으로 기획-생산-유통-판매에 이르는 전체 과정의 속도를 높이고, 파격적 할인정책으로 판매가 부진한 품목을 신속하게 매장에서 없애버렸다. 썩지 않는 옷을 재고의 관점에서 순식간에 부패하는 생선에 비유한 소위 ‘업(業)의 본질’ 개념은 오늘날 자라(ZARA)를 패션산업의 글로벌 리더로 성장시킨 관점의 전환이었다.

패스트패션 시대를 개막한 자라는 21세기 업종을 막론하고 디지털 혁신의 모델이 되고 있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는 식재료, 밀키트(meal kit), 간편식을 판매하는 신선식품 유통업이 대표적이다. 고객과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신속하게 기획-생산-판매로 연결시키는 애자일(agile) 시스템에서 자라는 본보기다. 생선가게를 브랜드 정체성으로 규정해 사업모델을 정립한 자라가 40여 년의 세월이 흐른 디지털 시대에 다시 신선식품 유통업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이업종 간 벤치마킹은 아날로그 시대에도 활발했다. 포드자동차의 컨베이어 시스템은 시카고 도축장의 프로세스를 제조업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리미티드 의류는 맥도날드 햄버거에서 배웠다. 그러나 21세기 디지털 시대는 이업종 벤치마킹 차원이 아니라 제품, 기술, 프로세스, 사업모델 등 전방위적 융합 현상이 특징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산업 간 경계가 없어지고 디지털 신개념 산업이 형성되는 격변기를 맞아 벤치마킹과 협력도 구분을 없애고 범위를 확장해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아이디어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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