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LL STREET JOURNAL 칼럼] 트럼프 따라하는 일본 외교

입력 2019-07-08 17:11  

월터 러셀 미드 < 美 바드대 교수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디어 마법을 선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세계 경제 방향을 정하고 딸 이방카를 중요 회담에 배석시켜 그의 지위를 고위 외교관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눈이 핑핑 도는’ 외교 수완은 외교관과 전문가들로 하여금 우려를 자아내고 혼선을 빚게 했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개인적이고 즉흥적이며 일방적인 외교가 트럼프 대통령의 은퇴와 함께 국제정치 무대에서 사라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서 일어난 두 가지 사건은 ‘국제 정치의 트럼프화’가 정착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세계 반대에도 상업 포경 나서

첫째는 일본이 국제포경위원회(IWC)에서 정식으로 탈퇴하고 소규모 선단이 31년 만에 상업 포경을 위해 출항한 일이다. IWC가 가장 중요한 국제기관은 아닐지 모르지만 IWC가 직면하는 문제는 국제기구들을 둘러싼 위기를 상징한다. 1946년 설립된 IWC는 지속가능한 포경산업을 유지시키기 위해 고래류 서식 수를 감시하고 상업 포경을 일정하게 통제하는 게 목적이다. 포경 지지국들은 포경 금지에 반대표를 던지기 위해 다른 나라를 IWC에 끌어들였지만 결국 반포경 진영이 승리했다. IWC는 모든 상업 포경을 금지하고 있다.

포경은 일본 경제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다. 그러나 일본의 국수주의자들에게 IWC는 서구 문화 제국주의의 상징이며 그것에 맞서는 것이 국가의 자존심을 주장하는 하나의 수단이 되고 있다.

둘째는 무역과 관련한 일이다. 일본은 휘어지는 스마트폰 화면과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에 대해 한국에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 한국 보호주의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오랜 정치적 분쟁에 따른 결과였다. 앞으로 해당 소재를 한국에 수출할 때는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허가가 제때에 나온다는 보장이 없고 허가가 나올지도 불분명하다.

일본은 주요 교역국이지만 국제 시스템에서 미국처럼 특별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무역에 정치를 연결시키려는 일본의 결단은 국가 전략의 극적인 변화를 의미한다. 일본은 규칙에 근거한 국제 시스템의 약화가 계속된다고 보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방법으로 자국의 강점을 최대화하려는 것이다.

한국 수출 제재 큰 비용 치를 것

미국은 중국과 북한에 대처하기 위해 한·일 간 우호 관계를 필요로 하지만 일본의 새로운 무역제도는 공격적이고 일방적인 무역 전략이 큰 비용을 수반함을 보여준다. 일본의 방침이 한·일 경제 관계에 타격을 준다면 위안부 보상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앞으로 격화돼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규칙에 근거한 기존 무역체제는 상호 제휴와 협력을 관리하고 자유무역 이행 절차를 제도화하는 것이었다.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 후 주권을 회복한 뒤 규범에 근거해 다국 간 국제 시스템의 지지자가 돼 특히 신뢰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일본이 이전 체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건 일본이 트럼프 시대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고 변화의 과도기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

이 글은 월터 러셀 미드 미국 바드대 교수 겸 허드슨연구소 연구원이 ‘Trump Goes to Japan, and Japan to Him’이라는 제목으로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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