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해양영토 확장 노골화…우리 앞바다 '제2의 남중국해' 될 수도

입력 2019-07-26 17:17   수정 2019-07-27 03:11

안세영의 중국 바로 읽기

(3) 남중국해 영토분쟁과 中의 해양굴기

바다 영토 넓히려는 중국
中 견제 나선 미국과 일본




일본제국의 결사항전

태평양전쟁 때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 이끈 미국 해군은 <지도>에서 보듯 ‘솔로몬제도-마리아나제도의 사이판-오키나와-도쿄’로 이어지는 공격 방안을 제시했다. 인도차이나와 중국 대륙의 일본군은 그대로 놔두고 최단거리로 일제의 수도를 점령, 전쟁을 끝내려 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서태평양지역사령관(육군지휘관)이던 맥아더 장군은 다른 주장을 했다. 필리핀을 꼭 되찾자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나는 반드시 되돌아오겠다(I shall return)!”고 한 필리핀 국민에 대한 약속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가 있었다. 필리핀을 탈환하면 미군이 남중국해를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미국과 총력전을 벌이는 일본제국에 동남아시아는 중요 전쟁물자 조달처였다. 인도네시아의 기름, 말레이시아의 고무, 그리고 비행기를 만드는 데 필수인 보크사이트 등이 모두 남방에서 남중국해를 거쳐 일본으로 갔다.

필리핀을 사수하기 위한 일본제국의 저항은 필사적이었다. 악명 높은 가미카제 특공대가 이때 나왔다. 그렇게 아끼던 함정을 총동원해 1944년 10월 필리핀 레이테만에서 미 해군과 격전을 벌였지만, 그 결과는 일본 함대의 참패였다. 일단 미군이 남중국해를 장악하자 물자 부족으로 일본제국의 전쟁수행 능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전쟁 초기 약 600만t이던 수송선단이 남중국해에서 거의 격침돼 종전 시 겨우 30만t 정도 남았다고 한다(일본 NHK, ‘태평양전쟁’). 그러니 전쟁 말기 목탄차가 등장하고, 식민지 국민을 강제동원해 채취한 송진을 가공해 전투기를 띄웠다.

남중국해의 새로운 전운

70여 년이 흘러 이번에는 남중국해에서 일본이 아닌, 미국과 중국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남중국해에는 280여 개의 작은 섬, 암초 등으로 구성된 4개 군도가 있다. 이 가운데 파라셀(서사·西沙)군도와 스프래틀리(남사·南沙)군도에서 중국과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국가 간 영토분쟁이 심각하다(윤명철, ‘동아시아 해양영토분쟁과 역사적 갈등의 연구’, 2019).

1974년 베트남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파라셀군도의 섬들을 군함까지 격침시키는 해전을 하며 중국이 무력으로 점령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당시 북베트남(월맹)은 중국의 지원으로 미국과 한창 전쟁(베트남전)을 하고 있었다. 한 손으론 하노이를 지원하고 다른 한 손으론 파라셀군도를 챙긴 셈이다. 중국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1987년 다시 베트남과 무력충돌을 벌이며 스프래틀리군도의 6개 섬을 차지했다. 또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던 스프래틀리군도의 스카버러(Scarborough, 황암도·黃岩島)도 무력 점령해 버렸다.

“중국은 우리의 적입니다.” 필자가 하노이에서 현지 지도층으로부터 직접 들은 이야기다. 당연히 남중국해 영토분쟁 때문이다. 중국에 분노한 베트남은 캄란만 해군기지를 미 해군에 개방하고 과거의 적이었던 미국과 손잡았다. 힘이 약한 필리핀은 국제사회에 호소하고자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제소해 2016년 승소판결을 받았다. “국제법은 자연적 상태에서 해양영토를 구분하기에 암초 위에 인공 섬을 건설하는 중국의 행위는 국제법상 위법이다.” 하지만 베이징은 이를 무시하고 파라셀군도와 스프래틀리군도에 군사비행장, 미사일 기지까지 갖춘 10여 개의 군사기지를 건설했다. 남중국해를 중국의 해양요새로 만드는 것이다.

이쯤 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2015년부터 ‘항행의 자유’를 주장하며 항공모함과 구축함을 남중국해에 주기적으로 보내고 있다. 중국이 만든 인공 섬들을 영토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군사적 시위다.


중국의 해양굴기와 미국의 ‘항모 6척 트라우마’

중국은 왜 과거 우방이었던 베트남까지 적으로 만들며 남중국해에 그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물론 이곳에 매장된 엄청난 양의 석유, 천연가스 같은 천연자원 때문이긴 하다. 그러나 더 큰 이유가 있다. 남중국해가 중국이 해양굴기(起)를 해 패권국가로 도약하는 데 꼭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태평양은 미국과 중국 두 나라가 나누어 가질 수 있을 만큼 넓다.” 2014년 7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 말이다. 그런데 중국 해군이 동북아에서 태평양으로 나가려면 만만찮은 해군력을 지닌 일본, 한국, 대만이 버티고 있다. 결국 남중국해의 제해권을 장악해야 태평양뿐만 아니라 인도양을 가로질러 중동 산유국까지 뻗어나갈 수 있다.

바다를 지배하지 않고는 패권국가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은 2025년까지 6척의 항공모함을 건조하겠다고 했다. 이미 우크라이나가 건조한 ‘바랴그 항모’를 개조해 랴오닝함을 성공적으로 취역시켰다. 두 번째 자국산 항모인 ‘산둥함’도 곧 실전 배치될 예정이다. 그런데 한 나라가 가질 수 있는 무기 가운데 가장 공격적인 것이 항공모함이다.

1941년 12월 7일 일본제국의 함대는 6척의 항공모함에 300여 대의 제로센 함재기를 싣고 진주만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미국엔 ‘항모 6척 트라우마’가 있다. 역사적으로 6척 이상의 정규 항공모함을 보유한 나라는 과거 일본제국과 지금의 미국밖에 없다.

일본의 경(輕)항모 보유의 의미

태평양전쟁 전범국인 일본은 공격용 함정인 항모를 가질 수 없다. 그런데 지난 5월 방일한 트럼프 대통령이 호위함을 개조한 경(輕)항공모함 ‘가가’호에 탑승했다. 이는 21세기 동아시아 해양안보의 큰 획을 긋는 전환점이자 역사적 장면이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항모 보유를 승인한 것이다. 아베 총리가 발 빠르게 기존의 호위함을 개조해 2만7000t급 이즈모급 경항모 4척을 만들고, 한 척에 스텔스기 F-35B를 10기씩 싣겠다고 발표했다.

만약 중국이 계획대로 6척의 항모전단(航母戰團)을 갖는다면 기존 11개 항모전단으로 대서양, 인도양까지 관할해야 하는 미국으로선 혼자 맞서기 벅차다. 그래서 일본의 항모전단을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손잡을 일본의 경항모전단이 중국의 항모전단을 견제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함재기 숫자에선 중국이 단연 우세하다. 그러나 문제는 하늘에서 일본 최신예 스텔스기 F-35B와 중국의 J-15 함재기가 벌일 항공전이다. 영화에서 보듯이 기관총을 쏘며 ‘도그-파이팅(dog fighting)’ 하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로 적기를 격추시키는 현대 공중전에선 항공기의 질적 우위가 절대적이다. 1960년대 베트남전에선 팬텀기와 미그기의 공중전 격추 비율이 1 대 3이었다. 그런데 걸프전 이후 F16(Falcon)은 적기 76대를 격추시키고 단 한 대만 떨어졌다.

또 육군과 달리 해군은 ‘프로페셔널’이다. 이지스함, 잠수함을 함께 다루는 항모전단 운용은 엄청난 노하우가 필요하고 함대지휘관의 자질이 절대적이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항공모함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미국도 영국도 아니다. 1922년 호쇼함을 만든 일본이다. 그러므로 두 나라 항모전단 사이의 우열을 속단할 수 없다.

東亞 해양세력 변화와 한반도 해양안보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기지 구축과 해양굴기, 그리고 일본의 경항모 보유 같은 변화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다급한 것이 에너지 안보 문제다. 한국, 일본이 중동과 동남아에서 수입하는 석유, 천연가스가 모두 남중국해를 지나야 한다. 중국은 군사훈련을 핑계로 지난 7월 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남중국해 파라셀군도에서 스프래틀리군도 사이 2만2200㎢ 해역을 항해 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중국이 이 같은 방법으로 남중국해를 두 나라 길들이기와 보복카드로 사용한다면 그 영향은 파괴적일 것이다. 그러므로 한·미·일 세 나라가 함께 힘을 합쳐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

둘째 한국의 해상 안보다. 남중국해 영토분쟁의 교훈은 ‘중국은 해양영토 분쟁에서 서슴지 않고 해군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우리와는 이어도 해양영토 분쟁이 있다. 며칠 전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진입했다. 바다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다. 만약 가공할 중국 항모전단이 한국 바다에 다가와 위협시위를 한다면 우리 군사력만으론 대처할 수 없다. 힘이 없으면 남중국해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당한 것처럼 우리도 당한다. 이런 사태에 대한 억지력은 한·미 동맹밖에 없다.

안세영 < 성균관대 특임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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