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of the week] 누가 미래 TV시장을 장악할 것인가

입력 2019-08-01 16:47  

홀맨 젠킨스 <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

넷플릭스 이어 디즈니·애플도
스트리밍 전쟁에 뛰어들어
콘텐츠 확보에 자금 대거 투입




[ 안정락 기자 ]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서비스 업체인 넷플릭스와 경쟁사들은 엄청난 돈을 콘텐츠 확보에 쏟아붓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 전쟁에서 결국 누가 이익을 내고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여기서 한 가지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난 3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치킨 수프 포 더 소울) 엔터테인먼트’는 소니가 수백만달러를 투자한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인 크래클을 인수했다.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는 하나의 자산(현금)을 비교 가능한 다른 가치로 교환하는 것이다. 크래클을 인수한다는 뉴스가 나온 당일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주가는 36%나 올랐다.

우리 모두는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곧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다. 디즈니, 애플, AT&T(워너미디어) 등 막대한 현금을 갖고 있는 미디어 회사들은 넷플릭스, 아마존, HBO, 쇼타임 등 기존 업체를 따라잡기 위해 스트리밍 전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은 콘텐츠 확보에 수십억달러를 투입할 것이다. 이는 미국인들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보다 많을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같은 대형 업체들은 ‘더 오피스’와 ‘프렌즈’ 같은 독점 콘텐츠를 내세워 경쟁자들을 견제하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이것은 다수(6~8개)의 스트리밍 서비스에 가입하게 만든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또 보지도 않는 엉터리 콘텐츠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의 최고경영자(CEO)인 빌 루하나는 “앞으로 스트리밍 전쟁은 놀라울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돈이 쓰이게 될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크래클의 새 주인은 앞으로 넷플릭스, 디즈니 등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길 원할 것이다. 광고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이 같은 서비스를 ‘가격 차별’(동일한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마다 가격을 다르게 책정하는 것)이라고 부른다. 이는 고가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훼손시키지 않으면서도 같은 제품(콘텐츠)을 다양한 사람들의 지불 능력에 맞춰 여러 형태로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하나 CEO는 작년에 소니가 크래클을 팔 계획을 발표했을 때부터 인수 작업에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바보처럼 행동하지는 않았다.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가 앞으로 몇 년 안에 급성장해 수십억달러의 사업이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수년 내 폭발적 성장을 할 것이라는 이 같은 전제는 믿기 어려운 것이다.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옮겨갔지만 연간 700억달러 규모의 TV 광고 중 일부만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넘어왔을 뿐이다.

독자 여러분들은 어쩌면 루하나 CEO의 이름을 이미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그는 1990년대 통신 거품 시대에 윈스타커뮤니케이션의 파산을 관리했던 인물이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는 회사명과 같은 유명한 자기계발서를 출판하기도 했다. 루하나 CEO는 브랜드가 중요하다는 직관을 갖고 있다. 그는 치킨 수프는 ‘멋진’ 브랜드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하나 CEO는 글로벌 비디오 판권 배급사에서 상당한 거래를 한 경험도 있다. 이 배급사는 2400만 번 이상 다운로드된 광고 기반 무료 영화 사이트인 ‘팝콘플릭스’를 소유한 회사였다. 이제 그는 크래클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고,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떠오르는 거물이 됐다.

나는 몇 주 전 한 칼럼을 쓰면서 그와 대화를 나눴다. “오늘날의 진정한 기업가적 도전은 시청자와 광고주들에게 정말로 효과가 있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취지의 얘기였다.

많은 사람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타깃 광고가 전통적인 방송 광고보다 우수하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어떻게 하면 스트리밍 콘텐츠 시청자들을 위해 그것을 최적화할 수 있을까.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훌루는 당신이 영화를 보다가 멈추는 순간 나오게끔 하는 ‘일시중지’ 광고 같은 실험을 하고 있다. 카운트다운 광고는 쇼가 다시 시작될 때까지의 시간을 알려주기도 한다. 루하나 CEO는 프로그램에 포함되는 광고를 좋아한다. 이 같은 광고는 광고주가 콘텐츠 제작 예산을 처음부터 부담하기도 한다.

무료 또는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알려진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서비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고 그는 말한다. 시청자들은 주로 ‘무료 영화’라는 검색어를 통해 이 같은 서비스를 이용한다.

하지만 루하나 CEO는 앞으로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에 다양한 콘텐츠를 담아 시청자들이 더욱 자주 방문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좋은 영화를 최초로 개봉하기도 하고, ‘왕좌의 게임’과 같은 대작 프로그램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싶어한다.

우리는 앞으로 무료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의 성장세를 지켜볼 것이다. 이제 볼 만한 콘텐츠를 찾는 것은 점점 시간을 소비하는 일이 되고 있다. 넷플릭스를 헤집고 다니는 것은 더 이상 보상받지 못한다. 또 콘텐츠 추천 엔진도 그다지 쓸 가치가 없어 보인다. ‘빈지 워칭’(binge watching·방송 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영화 등을 한꺼번에 몰아 보는 것)으로 쇼와 영화들이 버려지고 있다.

TV의 황금기가 빠르게 지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루하나 CEO의 광고 기반 스트리밍 서비스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그와 그의 광고주들은 누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신경 써 바라봐야 할 것이다.

원제=The Real Future of TV?

정리=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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