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꼿꼿이 서서 벙커샷?…살짝 주저앉는 느낌으로 자세 낮춰라"

입력 2019-08-01 17:38   수정 2019-08-02 13:29

한·미·일 3국 투어 챔프
김영의 달콤한 골프
(24) 벙커샷의 급소 (상) 셋업이 전부다




벙커. 듣기만 해도 인상이 찌푸려지시죠. 오죽하면 벙커샷의 가장 좋은 기술이 ‘벙커 피하기’라고 했을까요. 까딱하면 오비나 해저드보다 더 심각한 사고가 나는 곳이 바로 이 벙커죠. ‘골프 천재’ 김효주(24)가 에비앙챔피언십 14번홀(파3)에서 벙커 턱에 박힌 공을 빼내지 못해 트리플 보기를 적어낸 것도 그런 사례고요. 김효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벙커샷 성공률 3위(62%)인 ‘벙커 테크니션’인데도 말이죠. 스탠스까지 잡기 어려운 경사면 벙커 턱에다 하필 공이 모래 속에 깊게 박히는 ‘에그 프라이(egg fry)’까지 겹치다 보니 최악의 결과를 피하기 어려웠던 듯합니다.

벙커 탈출 안 되는 이유들

일반적으로 아마추어 골퍼가 벙커샷에 약한 것은 물론 연습량 부족입니다. 벙커샷 연습만 1시간 이상 해 본 분들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요. ‘벙커의 달인’으로 불리는 최경주 프로의 메시지도 분명합니다. “일단 3000개만 먼저 쳐보고 얘기하라”는 거죠.

문제는 연습량은 둘째치고 벙커샷을 준비하는 기본 셋업부터 잘못된 경우가 정말 흔하다는 겁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부터 한번 꼽아볼게요. 가장 흔한 게 몸을 낮추지 않고 드라이버나 아이언샷 하듯 ‘뻣뻣하게 서서’ 벙커샷을 하는 겁니다. 또 있습니다. 일반적인 칩샷을 하듯 왼발만 살짝 열거나 왼쪽 어깨만 살짝 열고, 양발도 좁게 벌리고, 공을 오른발 쪽에 가깝게 놓거나, 클럽헤드를 ‘열어 잡지 않고 잡은 뒤 여는’ 동작 등입니다.

벙커샷은 기본적으로 동작을 절제하는 ‘고요한 샷’이에요. 몸이 앞뒤 좌우로 크게 움직이는 건 실수를 늘려준다는 거죠. 그래서 양발을 넓게 벌려 서고 무릎과 허리를 적절히 굽혀 체중이 아래로 착 가라앉은 듯한 느낌으로 어드레스를 하는 게 좋습니다. 크레인이나 이삿짐센터의 사다리차가 사방으로 보조다리를 펼쳐 차체를 굳건히 땅에 고정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샤프트가 당연히 뉘어지고 지면과 더 가까워지겠죠. 이렇게 해야 공 밑의 모래를 클럽 헤드로 쉽게 떠낼 수 있는 구조가 됩니다. 발을 모래 속으로 약간 파묻는 것도 스윙 동작에서 몸체가 흔들리는 걸 줄여주는 필수 준비 동작인데, 이것조차 안 하는 골퍼가 너무도 많더라고요.

두 번째가 타깃 라인보다 왼쪽으로 30도가량 비껴서는 것입니다(양발과 몸통이 다 왼쪽을 바라봐야 함. 일반 칩샷 어프로치처럼 왼발만 열면 안됨). 클럽페이스를 여는 만큼 얼라인먼트를 왼쪽으로 조정하는 게 필요합니다. 그래야 벙커샷한 공이 타깃 쪽으로 날아가게 되거든요.

주의해야 할 게 이렇게 몸을 비껴서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공의 위치가 처음보다 오른쪽으로 밀려나는 실수입니다. 공이 명치선보다 오른쪽에 놓이면 클럽이 공 밑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고 박히거나, 공부터 때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어드레스를 하러 들어갈 때부터 공을 왼발 뒤꿈치선상에 놓는 게 좋습니다. 드라이버를 칠 때 공을 놓는 위치와 비슷하죠.

또 다른 셋업상의 실수는 ‘핸드퍼스트’ 동작입니다. 체중을 왼발에 좀 더 실으려다가 손뭉치가 공보다 타깃 방향으로 더 나가는 것이죠. 헤드의 날(리딩에지)이 모래 속에 박혀 저항이 커지고, 결국 벙커 탈출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셋업입니다. 벙커샷할 때 그립을 잡은 양 손목의 각도는 잘 살아 있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페이스 잘 열기’입니다. 바운스(클럽헤드의 바닥 부분)가 모래를 불도저처럼 잘 밀어내고, 탄도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이 열기를 잘 못해 애를 먹는 아마추어분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너무 안 여는 분보다 너무 많이 여는 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시계를 생각하면 스퀘어 상태에서 1시(30도) 정도로만 살짝 열어도 충분한 게 벙커샷입니다. 홀컵이 벙커 바로 코앞에 있어서 높은 탄도가 필요하고, 비거리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말이죠.

벙커샷 문제 자가 진단법

벙커샷 연습도 하고 문제점도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알려 드릴게요. 5분 정도면 충분히 할 수 있어요. 모래 위에 선을 하나 긋고 그 선을 공 뒤의 모래라고 생각하고 클럽헤드로 맞혀보는 겁니다. 쉬울 것 같지만 실제 해보면 선을 맞히는 게 정말 힘들다는 걸 느낄 겁니다. 열 번 중 다섯 번 이상 선을 정확히 맞혀낸다면, 벙커샷에 소질이 있다고 믿으셔도 됩니다. 대개는 선의 10~20㎝ 좌우를 때리게 되죠. 이 직선을 맞히는 게 익숙해지면 공을 놓고 진짜 벙커샷을 해보세요. 놀라운 변화가 생길 겁니다.

김영 < 골프 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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