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영의 데스크 시각] 막 오른 전문가 유튜버 시대

입력 2019-08-04 17:44  

박해영 디지털라이브부장


[ 박해영 기자 ] 대기업에 다니던 A차장은 올해 봄 회사를 그만뒀다. 주변 사람들은 퇴사를 말렸다. 10대 그룹에 드는 국내 굴지의 회사에서 고참 차장이 받는 연봉과 사원 복지 등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를 잘 아는 몇몇 지인은 새 출발을 축하해줬다. A차장에겐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딸의 매니저로 변신했다. 화장품 리뷰와 메이크업 요령 등을 소개하는 뷰튜버(뷰티 유튜버)인 그의 딸은 구독자 수 50만 명이 넘는 파워 유튜버다. A차장은 퇴사 후 딸의 개인 유튜브 채널을 본격적인 가족회사로 키우고 있다. 부인과 아들도 뛰어들었다. 광고 수입뿐 아니라 특정 기업과 계약을 맺고 제품을 소개하는 협찬 프로그램까지 감안하면 월 수입이 수억원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꿈 '패밀리 비즈니스'

여섯 살 꼬마 유튜버 이보람 양의 가족회사인 보람패밀리가 서울 강남의 한 건물을 95억원에 매입했다는 사실이 최근 알려지면서 화제가 됐다.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직업 최상위권을 유튜버가 차지한 지는 오래고, 이젠 스타 유튜버 자녀를 앞세워 가족회사를 차리는 것이 부모의 꿈이 됐다.

하지만 유튜브 세상은 냉혹하다. 대박은커녕 유튜브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만도 하늘의 별 따기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알 수 있다. 퓨리서치는 구독자 25만 명 이상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4만3000개를 분석했다. 올해 1월 첫째 주에 이 채널들에 게시된 영상은 약 25만 건, 분량으로는 4만8000시간에 달했다. 영어를 사용하는 채널로 한정해도 이 정도다. 한 사람이 하루 8시간씩 매일 돌려봐도 16년 이상 걸리는 영상물이 단 7일 만에 쏟아졌다.

이런 환경이니 콘텐츠는 자극적으로 흐르기 십상이다. 국내 유튜브 홈페이지의 인기 코너에 들어가 보면 희한하다 싶은 영상들로 가득하다. 개인 유튜버가 유해곤충을 직접 잡아서 구워 먹는 영상은 게시 이틀 만에 조회수 140만 건을 넘겼다. 먹방, 스포츠, 연예계 소식, 화제의 영상 등은 단골이다. 진행자들은 의도적으로 욕설을 섞기도 한다. 일부 인기 유튜버의 성희롱 발언과 같은 일탈은 흔한 소식이 됐다. 심지어 한 30대 유튜버는 119구급차를 훔쳐 운전하다가 체포되기도 했다. 그는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확산되는 전문가 참여 콘텐츠

급성장한 유튜브 시장이 성숙 단계로 들어서면서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나타난다. 전문가 참여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튀는 소재와 눈길 끌기 식의 영상에 의존하는 기존의 개인 유튜버와는 다르다. 분야별로 깊이 있는 전문 지식을 쉽게 풀어내는 것이 이들의 강점이다.

자유기업원장을 지낸 경제학자 공병호 씨는 유튜브 채널을 본격 운영한 지 3개월이 채 안 돼 구독자 20만 명을 모았다.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도 최근 유튜브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디지털PR 전문가인 김종대 쉐어하우스 이사는 “전문가들이 유튜브에서 활동 영역을 빠르게 넓혀가고 있고 이런 현상은 갈수록 속도가 붙을 전망”이라며 “가령 등산이나 심마니 세계와 같은 미개척 분야가 많이 남아 있다”고 진단했다.

대세가 된 유튜브 플랫폼이 나은 방향으로 진화하는 건 반가운 현상이다. 재미와 유익한 정보를 함께 담은 콘텐츠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bon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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