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부 이야기⑥] 페덱스 보다 큰 물류회사…박찬재 두손컴퍼니 대표

이성경 부장 (부국장)

입력 2017-06-30 10:15   수정 2017-08-10 09:16

    국내 소셜벤처의 대표 주자 '마리몬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삶을 형상화한 소품들로 국내외 개념 소비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연예인들 까지 입소문에 가세하며 주문이 폭주한 건 좋은데 문제는 포장부터 보관, 배송에 이르는 물류 이다.

    소셜벤처의 경우 직원이라고 해야 10여명 안팎, 작은 곳은 3~4명 정도 밖에 안 된다. 안 팔려도 걱정이지만 너무 잘 팔려도 곤란하다.

    사회적 기업 150여곳이 모여있는 서울 성동구 성수동 소셜벤처 밸리. 이 작은 기업들이 성장하면서 물류에 대한 고민들이 터져 나온다. 두손컴퍼니 박찬재 대표는 바로 여기서 시장을 발견했다.

    ◇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창업 했어요"

    2011년 평범한 대학생 이었던 박찬재 대표는 서울역 노숙인들의 강제 퇴거 현장을 목격하고 빈곤 문제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빈곤은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 결국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해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피 끓는 청춘들 대부분이 머릿속 생각에 그치는 반해, 박 대표는 책상을 박차고 나왔다. 이듬해 2012년 두손컴퍼니를 창업했다. 두손컴퍼니의 목표는 '일자리 창출'. 일을 위해 사람을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일을 만드는 회사다.

    헌책방 부터 휴대폰 수거 까지 별의별 구상 끝에 '종이 옷걸이'라는 신종 아이템을 개발했다. 종이 옷걸이를 제작해 세탁소에 무료로 제공하는데, 옷걸이에 기업체 광고를 넣어 수익을 냈다. 근근이 유지되긴 했지만 쉽지 않았다.

    "잘 안 됐어요. 어떤 달은 매출이 억 단위로 나오다가 다음달에는 매출이 0원 이에요. 어떤 달에는 80명, 100명이 일 하다가 다음달이면 아예 끊기는 거죠. 사람의 삶의 질을 변화시킬 만큼 양질의 일이 나오지 않았어요"

    ◇ "마리몬드에 놀러 가서 물류를 봤어요"

    2012년 창업 이후 3년 동안 종이 옷걸이에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박대표는 성수동 소셜벤처 가운데 가장 먼저 성장궤도에 오른 이웃 회사 '마리몬드'에 놀러 갔다. 그 곳에서 내내 풀지 못했던 답을 얻었다.

    "마리몬드의 디자이너 분들이 직접 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그 때 마리몬드는 '위안부' 할머니를 돕는다는 취지가 알려 지면서 급성장 하고 있었어요. 순간, 작은 기업들의 물류를 맡아서 하면 되겠다 싶었어요."

    박 대표 또한, 3년간 옷걸이 제조업을 하면서 생산 이후 단계, 즉 포장과 보관, 배송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 작은 회사가 물류에 신경 쓰다 보면 제품개발이나 마케팅 등 핵심 분야를 등한시 하게 된다. 박 대표는 옷걸이 사업을 접고 물류업에 뛰어 들었다.

    마리몬드를 비롯해 성수동 소셜벤처 들이 물류 파트를 두손컴퍼니에 맡기기 시작했다. 다른 지역에 있는 스타트업과 중소상공인들도 찾아왔다. 물류업에 진출한 지 2년도 안돼 60여곳의 고객을 확보했다.

    "물류는 마치 피가 도는 것 같아서 일이 끊임 없이 있는 거에요. 아직 규모는 작지만 중소상인들의 물류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는 거의 없기 때문에 방향은 잘 잡은 것 같아요."



    ◇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싶어요"

    옷걸이 공장 당시 연 1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물류사업 첫해인 2015년 2억원, 지난해 1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 매출 목표는 40억원, 물류센터를 이전 확장하면 곧 100억원 시대가 열릴 것 같다고 한다.

    종이 옷걸이 시절 꿈도 못 꿨던 정규직 직원 채용도 실현됐다. 현재 20명의 정규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뜻을 함께 하는 젊은이 들이 60%, 노숙인 들이 40%를 차지한다.

    "처음에 일자리 만들겠다고 창업했는데, 실제 정규직 일자리 만드는 데 4년 정도 걸렸어요. 물류사업을 시작한 2015년 에야 비로소 정규직을 채용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일자리 만드는 것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

    작은 회사들의 물류 상담을 하다 보니 크라우드펀딩을 받아 제품을 만드는 창업가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위한 전담 배송서비스 '두윙'을 만들었다.

    또, 팔리지 않고 창고에 남아 있는 이월상품들을 제조사로 돌려 보내지 않고 물류센터에서 직접 처분하는 이월상품 전문쇼핑몰 '창고대방출'도 문을 열었다. 일종의 문어발식 사업확장 이랄까?

    "저는 문어발식 경영을 하고 싶어요. 우리가 물류회사니까 상자를 만드는 기업이나 혹은 그 앞 단계의 취업알선 회사까지 많은 계열사가 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한 회사가 어려워져 인력 조정이 필요해지면 다른 회사가 대신 채용해 줄 수 있잖아요. 문어발식 경영을 통해 일부 주주가 아닌 일하는 사람을 위한 회사가 됐으면 좋겠어요."

    서른 살 박찬재 대표는 제조업 3년 '좌충우돌' 끝에 물류 라는 새로운 시장을 찾았다. 서른 한 살의 윤홍조 대표가 이끄는 이웃 회사 '마리몬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마리몬드가 없었다면 아마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아요. 같이 있다 보니 교류가 많아지고 관계도 늘어나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일 이야기를 했던 것이죠."

    성수동 150여개 소셜벤처들은 서로서로 기대면서 더디지만 조금씩 함께 성장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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