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초에 1명' 여성 울리는 할례…"내가 겪은 고통 없도록"

입력 2017-02-06 13:22   수정 2017-02-06 14:20

'9초에 1명' 여성 울리는 할례…"내가 겪은 고통 없도록"

님코 이드 아덴 소말리아 월드비전 사업 담당 인터뷰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7살 때였어요. 엄마 손에 이끌려 간 곳에서 할례를 당했고 화장실 갈 때마다 힘들었지만, 엄마는 막대기로 때리면서 가야 한다고 말했어요"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 소말리아 지부에서 여성 할례 철폐와 보건 지원 사업을 담당하는 님코 이드 아덴(Nimco Eid Aden) 씨의 목소리는 담담하면서도 깊었다.

6일 유엔(UN)이 정한 세계 여성 할례 철폐의 날을 맞아 한국을 찾은 그녀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여성 할례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할 수도 없었다"며 과거를 기억했다.




소말리아의 많은 여성처럼 님코 이드 아덴 담당 또한 할례 피해자다. 어린 시절 부모의 손에 끌려간 곳에서 전문 의료진이 아닌 산파 같은 이에게 할례 시술을 받았다.

대부분이 그러했듯 마취나 소독 등의 제대로 된 의료 장비, 절차를 갖추지 못한 환경에서 할례를 겪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화장실을 갈 때마다 고통을 참아야 했다.

님코 이드 아덴 담당은 "소말리아에서 할례는 오랫동안 이뤄져 왔는데, 할례를 겪고 이른 나이에 출산하는 경우 대소변을 조절하지 못하는 질 노공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질과 방광, 질과 항문 입구 사이에 누관이 생기는 '누공'은 악취, 분비물 등으로 이웃 주민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버림받는 사회적 차별 현상을 낳는다"고 설명했다.

님코 담당은 자신이 겪은 고통을 친구가, 가족이, 아이들이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월드비전에서 일하게 됐다. 할례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치료를 돕는 게 그의 일이다.

할례 피해 여성이 산과적 누공 수술과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게 주 업무지만 이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직업 교육과 창업 활동을 지원하는 일도 함께한다.

님코 담당은 '관습', '관례'라는 의미의 '프랙티스'(Practice)라는 단어를 반복했다. 이제는 할례를 하지 않겠다고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건강한 삶을 찾아야 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할례로 인해 가족 내에서 의견이 충돌하거나 고통받는 경우를 많이 봤다"면서 "할례를 시키지 않아도 결혼을 잘할 수 있고,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적어도 내가 활동했던 곳에서는 여성 할례가 많이 감소했다"며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지만, 마을 어른들을 중심으로 할례 철폐를 위해 계속 활동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998년 패션계의 '검은 신데렐라'로 불린 모델 와리스 디리(Waris Dirie)가 자신의 경험을 다룬 책 '사막의 꽃'을 출간했을 때만 해도 할례는 많은 이에게 낯선 단어였다.

책은 영화로 만들어졌고, 전 세계 다른 문화권에도 큰 충격을 안겨줬지만, 아프리카에서 할례는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며 바꿔나가야 할 문제라고 님코 담당은 강조했다.

그는 "할례 철폐를 위해 그간 많은 활동을 해왔지만, 여전히 또 하고 있다"면서 "할례가 좋지 않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가족부터 이를 반대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3천600만명의 여성이 할례를 하고 있다. 매일 9천800명씩, 지금도 9초에 1명의 여성이 '성인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할례를 한다는 의미다.

특히 소말리아는 전체 여성의 98%가 할례를 받고 있는데 정식 의료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탓에 많은 여성이 질과 방광 등에 누관이 생기는 심각한 부작용을 앓고 있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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