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도 탐낸 몰타 시민권, 12억원이면 산다

입력 2017-08-24 10:38   수정 2017-08-24 11:49

정유라도 탐낸 몰타 시민권, 12억원이면 산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극단주의 테러집단의 잔학성에 떨고, 내전 통에 민간인이 수시로 폭사하며, 콜레라로 수십만명이 숨지는 예멘.

그래도 부자들은 솟아날 구멍이 있었다. 유럽 남부 지중해에 있는 공화국 몰타가 구명줄 역할을 했다.

영국 BBC방송은 23일(현지시간) 몰타 국민으로 새 삶을 살아가는 예멘인을 인터뷰하면서 몰타의 독특한 이민제도를 소개했다.

아마르 알사디의 가족은 2년 전 예멘을 탈출해 몰타 국적자가 됐다.

이들은 난민도 아니고 경제적 이주민도 아니었다. 그냥 시민권을 샀다. 2014년 관련 제도가 시행되면서 그렇게 몰타 국민이 된 이들은 수천명이다.




몰타는 정착 프로그램이나 투자비자 제도를 운용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적을 대놓고 판매하고 있다.

최저 가격은 88만 유로(약 11억7천만원)이고 가족이 추가될수록 비싸진다.

몰타 정부는 시민권 대금 4분의 3을 반환금지액으로 가져간다.

이 돈은 교육이나 보건, 일자리 창출 사업을 위해 굴리는 '국가개발사회기금'으로 간다.

나머지 자금은 이민자가 몰타 국채를 사고 최소 5년간 주택을 사거나 임차하는 데 나눠 쓰도록 하고 있다.

지구촌에는 몰타 외에도 시민권을 파는 곳들이 있다.

카리브해의 섬 세인트키츠네비스는 1984년부터 시민권을 팔았고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헝가리, 키프로스도 2011년 그런 제도를 도입했다.

이주 알선회사 '헨리와 동업자들'의 사장 크리스티안 캘린은 "시민권 구입은 21세기형 보험"이라고 말했다.

캘린은 중동과 같은 지역의 정정불안, 새로운 수익원을 찾으려는 다수 국가 정부들 때문에 시민권 판매시장이 급속히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자들이 개인적 고초, 급격한 정치 변동을 회피할 방안으로 시민권을 사들일 수 있는 것이다.




안전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 이들도 친기업 환경으로 이주하거나 자식들에게 나은 기회를 주려고 시민권을 사고 있다.

몰타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데다가 EU 회원국에서 자유이동이 보장되는 솅겐 조약에까지 가입돼 있어 이 시장에서 으뜸으로 꼽힌다.

국내에서는 국정농단 파문을 일으킨 최순실(61) 씨의 딸 정유라(21) 씨 때문에 몰타가 인구에 회자한 적이 있었다.

정씨는 덴마크 사법기관에 의해 구금돼있던 올해 2월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몰타 시민권을 얻는 방안을 문의했다.

한국의 강제송환과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몰타 시민권을 취득하려고 한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은 바 있다.




jangj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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