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십리·고덕이 왜 이러지?…전셋값 석달 새 1억 뚝

입력 2017-01-24 18:22  

"물량 앞에 장사 없네"
비수기에 대단지 입주 몰리면서 대출 규제까지 겹치자
잔금마련 위해 전셋값 내려

모처럼 찾아온 '전세의 봄'
내년까지 전국 78만가구 입주…대단지 새 아파트 '싼 전세' 많아
잔금 납부는 꼼꼼히 확인해야



[ 김형규 기자 ]
새 아파트 입주가 몰리면서 아파트 전셋값이 두세 달 사이 1억~2억원씩 급락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역세권 새 아파트 대단지 등의 장점이 많지만 일시적으로 공급이 넘치면서 빚어지는 현상이란 분석이다. 설 이후 이사하려는 실수요자에겐 저렴하게 전셋집을 구할 좋은 기회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전셋값 1억~2억원 하락

이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옛 고덕시영)의 전셋값은 최근 3개월 새 1억원 이상 하락했다. 작년 11월까지만 해도 입주를 앞두고 전용 84㎡ 전셋값이 5억5000만원을 호가했지만 이달 들어선 4억3850만원으로 실거래 가격이 낮아졌다. 이 같은 전셋값은 5년 전 입주한 인근 고덕아이파크 같은 주택형보다 1억여원 저렴한 수준이다. 고덕동 하버드공인의 이영민 대표는 “근처 하남 미사지구 위례신도시 등의 지속적인 입주까지 겹쳐 전셋값이 맥을 못 추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 11월 말부터 입주하고 있는 성동구 하왕십리동 왕십리뉴타운(재정비촉진구역) 3구역 ‘센트라스’(2529가구) 아파트도 상황이 비슷하다. 센트라스 전용 84㎡의 평균 전세 실거래가는 올해 1월 5억1687만원으로, 작년 10월(6억1250만원)보다 9563만원 떨어졌다. 이들에 앞서 입주한 왕십리뉴타운 1·2구역(텐즈힐) 같은 주택형 전셋값보다 5000만원가량 낮다. 하왕십리동 투미공인의 윤미숙 대표는 “입주 시점이 겨울 비수기에 맞물리면서 전세 매물이 잘 소화되지 않는 것이 호가 하락의 주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11월11일부터 입주 중인 성동구 옥수동 옥수파크힐스 전셋값도 지난달 주택형별로 1억~2억원까지 하락한 바 있다. 전용 84㎡의 경우 입주 전 최고 7억5000만원에 계약됐지만 지난달엔 5억9000원에도 팔렸다.

입주 중인 아파트 전셋값이 급락하는 것은 무엇보다 한꺼번에 입주 물량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는 3658가구에 달하는 대단지다. 또 센트라스는 2529가구, 옥수파크힐스는 1976가구에 달한다.

정해진 입주 기간에 입주하지 못하면 잔금에 대해 연체이자(연 10~14%)를 내도록 한 것도 전셋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란 분석이다. 왕십리 센트라스의 입주 기간은 이달 31일까지지만 아직 입주율은 40%대에 불과하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전셋값을 떨어뜨려서라도 잔금을 마련하려는 임대인이 많다”며 “자칫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어 임대인의 마음이 급하다”고 전했다.

◆잔금 납부 여부 반드시 확인해야

설 연휴에 이사하려는 실수요자 입장에선 대단지 입주가 싸게 전세를 얻을 좋은 기회다. 올해부터 내년까지 입주물량(전국기준 78만여가구)이 급증해 더욱 그렇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점도 많다. 입주 예정인 새 아파트는 준공 후 소유권이전등기를 하기까지 2~3개월가량 걸린다. 미등기 상태에선 등기부등본 열람을 통해 실수요주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점을 악용해 가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챙겨 잠적하는 사례가 가끔 발생한다. 반드시 건설사를 통해 실소유 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또 집주인이 약속과 달리 전세 보증금을 받은 뒤에도 잔금을 치르지 않는 사례가 있다. 전세 보증금을 떼이는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전세보증금 지급과 잔금 납부를 동시에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등기 아파트 전세 임차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적용을 받으려면 전입신고를 하고 확정일자도 받아야 한다. 등기가 없는 경우에도 임차인이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치면 다음날부터 대항력(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집을 비워주지 않을 권리)이 발생한다.

2년 뒤 전세 재계약 시점엔 수요 기반이 탄탄해지면서 전셋값이 급등하는 게 일반적이란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2000년대 말 잠실동 일대 2만여 가구 아파트 입주 당시 전용 84㎡ 전세 보증금은 1억8000만원까지 떨어졌지만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금은 8억원을 넘는다”며 “여윳돈이 부족하면 이사를 가야 하는 불편이 따른다”고 설명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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