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디폴트 우려…또다른 신흥국 위기의 전주곡인가?

입력 2014-07-28 09:30  

한동안 잠잠했던 신흥국과 PIGS(포르투칼·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위기 경험국 문제가 잇달아 터지고 있다. 올 하반기에 들어서자마자 급부상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블루 달러 위기설`과 ’포르투칼 최대 은행인 방코 에스피리토 산토(BES)의 기술적 채무불이행 사태`, 일부 동유럽 국가의 위기 재연 조짐 등이 대표적인 예다.



때맞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닛 앨런 의장이 미국 의회 연설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이럼에 따라 신흥국에서는 각종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2차 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c·급격한 자금이탈)`¹에 대한 우려가 또다시 높아지고 있다.




1990년대 중남미 외채위기 이후 잠복돼 왔던 아르헨티나 디폴트(default?채무상환 불이행) 우려가 최근 다시 불거진 것은 올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아르헨티나 정부에 대해 미국계 헤지펀드에 16억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결한 것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판결 즉시 아르헨티나의 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고 국가신용등급이 2단계 강등되는 등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세계 3대 평가사 중의 하나인 S&P는 아르헨티나의 국가신용등급을 2013년 9월 CCC+에서 2014년 6월 CCC-로 2단계 강등하고 신용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 때문에 페소화 가치 하락 압력이 지속되고 있으며, 자본의 해외유출 억제를 위한 정부의 시장개입으로 외환시장 불안정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아르헨티나는 S&P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세계 모든 국가 중에서 최저 등급으로 하락했고, 1년 내 돌아오는 단기부채를 갚기에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001년 디폴트 관련 2005년, 2010년 두 차례 채무재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채권자 보상에 대한 미국 법원의 판결 결과에 따라 기술적 디폴트 발생 가능성이 높아졌다.




올해 7월말이 아르헨티나 채권단과의 채무조정 기한이지만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가 280억 달러 수준인 현재로선 채무상환이 불가능해 보인다. 아르헨티나 채무자 중 93%에 대해서는 채무조정이 이뤄졌으나 남은 7%와의 채무조정 분쟁으로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해 국제금융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 정부 입장에서는 궁극적으로 디폴트를 선언하는 것이 판결을 이행하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모든 채권자와의 채무상환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며, 헤지펀드와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거듭 밝히고 있다.




다양한 시나리오 가운데 아르헨티나는 헤지펀드와의 협상을 통해 부채스왑에 참여한 기존 채무자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아르헨티나가 전면적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을 전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



지금으로서는 헤지펀드와의 협상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하지만 기존 채무자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으로 인해 헤지펀드와의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채무재조정에 참여하지 않은 잔여채권자들과의 추가적 협상을 해야 하는 부담이 남는다³.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제 채권단에 미국법 적용 대상인 현 국채를 자국법 적용대상의 새로운 국채로 교환해주겠다고 제안할 계획이지만 채권단이 아르헨티나 제안에 응할지는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은 디폴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채무 재조정, 헤지펀드와의 협상 등 여러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전면적인 디폴트를 선언하거나 미국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전적으로 따를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미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향후 취약 채무국들에게 불리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이며, 채무조정이 길어질 경우 디폴트 우려가 잇달아 제기돼 세계경제와 국제금융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옵션이 매우 제한적이어서 디폴트에 직면할 가능성이 증가해 주요 관련자들의 사태해결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법원의 제한으로 인해 종전 채권자(교환채권자)에 대한 지급이 불가능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새로운 채권을 통한 우회지급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소송인(교환채권 거부한 구채권 보유자)과 합의를 모색해야 하나 이 또한 종전 채권자에 비해 유리한 조건일 경우 대규모 소송의 문제가 되는 법적 조항으로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1)소송인과의 극적 합의 2) 여타 채권자들의 유사소승 회피 3) 미국 법원의 아르헨티나 정부를 위한 호의적 법적 해석 등이 작용해야 디폴트 위험을 모면할 수 있을 것으로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들은 보고 있다.



향후 가능성은 낮지만 아르헨티나가 디폴트에 처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자금흐름 등 직접적인 경로보다는 심리적인 경로를 통한 측면이 더 클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2001년 디폴트 이후 국제금융시장 참여자로부터 거의 외면되고 있는 시장인데, 주식시장에선 2009년 모건스탠리 신흥국 지수(MSCI)에서 제외돼 관심에서 멀어졌으며, 채권시장에선 신흥국 채권지수 내 비중이 과거 1∼2위에서 15위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 때문에 외국인의 아르헨티나 주식 및 채권 투자잔액은 각각 42억 달러, 494억 달러 내외로 10여 년 전에 비해 71%, 41% 줄어들어 디폴트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1)올해 초 외환시장 개입 중단, 디폴트 우려 등으로 신흥국 전체 불안의 빌미가 되었던 경험 2) 투자자들이 종전과 달리 최근 아르헨티나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점 등 때문에 디폴트 시 심리적인 경로를 통한 시장 영향력은 의외로 클 수 있다.



전체적으로 볼 때 아르헨티나와 관련된 뉴스가 향후 추가적으로 국제금융시장에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모니터링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 정부 및 소송인의 돌발 움직임, 시장에서의 디폴트 우려 확산 여부, 신흥국 전반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시각 변화 등에 유의해야 한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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