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R 시장 빅뱅, 올해 대중화 원년

입력 2016-02-05 11:04  

`가상현실(VR)`이 전자·IT업계의 뜨거운 격전지로 떠올랐습니다. 3차원 입체영상을 전방위 시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VR에 산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도 열광하고 있습니다.

2016년 올해는 VR이 질적, 양적 모두 실생활로 파고드는 원년입니다. 올해는 게임과 영화 등 인기 영상 콘텐츠를 넘어 제조, 교육, 의료 등 산업 일선으로 VR 기술이 파고들만큼 확산력은 파괴적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360도 입체화면을 넘어 증강현실(AR)로 진화하고 있는 VR의 세계를 짚어봅니다.


[사진] CES2016에서 삼성전자가 운영한 기어VR 4D 체험존

진동의자에 앉은 관람객이 갑자기 소리를 지릅니다. 하나같이 삼성의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 기어 VR을 쓰고 있습니다. 3차원 롤러코스터 탑승 영상과 의자의 흔들림이 현실 같은 아찔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이 날 관람객들은 기어VR을 체험하기 위해 긴 줄을 서기도 했습니 다. 하비엘 뮤노즈 멕시코 관람객은 "처음 VR을 경험해봤는데 정말 좋았다"며 "하나 사겠다"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실제 전투를 하듯 달리는가 싶더니 총을 쏘기도 하고 공격을 피하기도 합니다. 360도 반경을 둘러 보며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이처럼 실제 현실 세계를 입체적인 가상 화면으로 즐길 수 있는 VR 기술이 일상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기기가 비싸고, 쓸 곳도 제한적이라 대중화가 힘들다는 기존 선입견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올해는 가상현실 대중화의 명실상부한 원년입니다. 대중화의 3요소인 기기 제조, 전용 콘텐츠 생산, 플랫폼 세 가지 분야에서 모두 VR의 진격이 눈부시기 때문입니다.


[사진] 국내에서 상용화된 최초의 VR기기인 삼성전자의 기어 VR

먼저 VR 기기 제조시장을 주목해봅니다. 십여 개의 VR 기기 출시가 봇물을 이룰 전망입니다. 이미 삼성전자는 2년 전부터 VR 기기를 선보였습니다. VR 시장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오큘러스는 컴퓨터용 신개념 VR 기기인 `오큘러스 리프트`를 다음 달 20일 20개국에 출시합니다. 엔터테인먼트 왕국을 꿈꾸는 일본 소니도 가세합니다. 대표 게임 콘솔인 플레이스테이션에 연동되는 VR을 준비 중입니다. 대만의 모바일업체 HTC도 `바이브`를 상반기에 출시합니다.

여기에 전 세계 IT업계의 양대 거물, 구글과 애플도 가세했습니다. 이미 VR기술 연구에 수백 명 규모의 개발 전문가를 비밀리에 투입한 애플. 최근에는 아이폰 호환이 가능한 3만원 대의 VR기기를 앱스토어에 출시했습니다. 구글은 이미 2만원에 살 수 있는 종이 조립식 VR로 기기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두꺼운 카드보드지와 볼록렌즈 2개만 조립하면 언제 어디서든 가상현실을 즐길 수 있습니다.

가상현실 콘텐츠를 접하는 것도 쉬워졌습니다. 세계 최대 SNS 업체인 페이스북과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도 VR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 페이스북, 유튜브는 개인이 찍은 `360도 동영상` 유통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간단한 업로드만 거치면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보고, 공유할 수 있습니다.


[사진]VR카메라 리코이미징(좌) 고프로(우)

VR 촬영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면서 촬영 장비도 작고 가벼워지고 있습니다. 일본 펜탁스리코 등 전통 카메라 제조사는 30만원대의 저렴하고, 크기도 작은 360도 촬영 장비를 속속 선보이고 있습니다. 영상을 3D로 촬영하는 듀얼 렌즈가 달린 스마트폰도 속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사진 촬영이 일상이 된 것처럼 VR 촬영의 진입장벽도 낮아지고 있는 겁니다.

엄주식 LG유플러스 비디오포털팀 부장은 "VR서비스에 대한 구글이나 페이스북의 다양한 지원계획이 발표되면서 VR산업이 대중화되고 있다"며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VR카메라와 즐길 수 있는 HMD 등 VR기기 가격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대중화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수년 간 가상현실(VR)의 잠재성만 얘기하던 기업들의 태도도 달라졌습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VR 기술을 자체 개발하거나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등 발 빠른 움직임입니다. 페이스북은 오큘러스를, 애플은 AR 분야 벤처기업인 플라이바이미디어 등 지난 6개월간 4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을 인수하는 먹성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기업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국내 이동통신사들은 VR 기술과 콘텐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올레TV모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KT는 가상현실 콘텐츠 전문기업인 ‘AVA 엔터테인먼트’와 제휴를 맺고 360도 VR 동영상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AVA 엔터테인먼트와 공동 기획으로 매달 1편의 단편영화, 리얼리티 쇼 등을 자체 제작해 독점 콘텐츠로 제공 중입니다. 황상수 KT VR서비스 기획자는 "현재는 VR 영상을 모바일로만 제공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TV라든지 다른 방법으로 제공할 방법도 구상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LG유플러스도 `LTE 비디오포털`에서 360도 가상현실(VR) 콘텐츠를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VR 전문 콘텐츠 기업인 무버, 베레스트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습니다.

국내 게임사의 움직임도 빨라졌습니다. 게임 분야는 영화와 함께 VR의 시장성이 가장 크게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2014년 지분을 보유한 히든패스엔터테이먼트를 통해 오큘러스를 활용한 가상현실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아직 VR 기술이 넘어야할 산도 많습니다. 여전히 제조사, 운영체제, IT기업 별로 콘텐츠와 플랫폼이 파편화돼있어 소비자 사용성을 저해합니다. 화질이나 완성도가 낮은 콘텐츠가 많다는 점도 극복 과제입니다.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를 착용하는 것 자체도 불편합니다. 3D TV가 입체 안경을 써야 해 크게 흥행하지 못한 것과 같은 이유입니다.

이런 제약 탓에 현재 VR 기술은 AR로 진화하기 위한 걸음마 단계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기기 없이도 실제 공간에서 가상현실을 즐기는 AR의 시대를 VR이 열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양병학 SW정책연구원은 "VR은 콘텐츠 산업적 측면에서 많이 성장할 걸로 예상한다"며 "특히 게임이나 영화, 저널리즘 쪽에서 많이 확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어 AR기술은 산업 전반적으로 안 쓰이는 곳이 없을 것이라며 일상생활에서 정보를 접하는 모든 곳으로 확산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소니 등 해외 IT거물 기업의 VR 투자 속도는 우리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빠릅니다. VR 혁명은 1라운드 격인 스마트폰 혁신에 이은 2라운드 시장이라고까지 불립니다. 스마트폰처럼 향후 VR의 기능은 더 고급화하고, 기기 가격은 더 싸지며, 완성도 높은 콘텐츠는 더 쏟아집니다.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는 올해 2억 달러(2300억원) 규모에서 2020년 1500억 달러(174조원)로 약 750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해외 기업이 ‘기기-콘텐츠-플랫폼`으로 구성된 수직계열 생태계를 왕성하게 키우는데 반해 국내는 VR 전열도 제대로 가다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습니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거대한 모바일 혁명을 몰고 올 당시 우리는 스마트폰 생태계 확장에 선제 대응하지 못해 IT강국의 위상이 흔들리는 굴욕을 겪은 바 있습니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체계적이고 유기적인 VR 플랫폼 전략을 세워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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