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증시 거품 논쟁 재현··'서머 랠리'냐 '제2의 블랙먼데이'냐

입력 2016-07-25 09:00  



이달 26일부터 양일간 미국 중앙은행(Fed) 회의가 열린다. 때맞춰 일주일 연속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가던 다우존스지수가 지난주말을 계기로 상승세가 꺾이면서 증시거품 논쟁이 재현되고 있다. 웰스 파고, JP 모건 등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반면 골드만삭스 등은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미국 증시 거품 논쟁은 2012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유명했던 빌 그로스와 워런 버핏 간 ‘주식숭배 종료’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빌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버크세 해셔웨이의 주식보유 비중을 대폭 늘렸다.

그 후 잊혀져가던 이 논쟁이 꼭 1년 만에 같은 비관론자였던 마크 파버와 누니엘 루비니 간에 벌어졌다. 파버는 ‘주가가 비이성적 과열을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가의 고공행진을 떠받쳐온 `부채의 화폐화‘는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워 1987년 블랙먼데이 당시처럼 주가가 폭락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동일한 상황에 대해 루비니 교수의 주장은 달랐다. 2013년 4월에 열렸던 밀켄 콘퍼런스(일명 미국판 다보스 포럼) 이후 "앞으로 2년 동안 주식이 가장 유망하다"며 "주식을 가능한 많이 사둘 것"을 권했다. 그 후 헤지펀드 거물인 데이비드 테퍼를 비롯해 증시 낙관론이 줄을 이었다.

‘루비니 패러독스’라 불리울 만큼 워낙 예기치 못했던 시각이라 그 배경에 대해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다. 루비니 교수가 증시 낙관론을 펼치는 데에는 `경제 정상화 역설`을 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당시 물가 안정 속에 주가가 많이 오르고 있지만 경기는 기대만큼 회복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금융완화정책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시 낙관론을 펼쳤던 배경이다. 오히려 경제가 정상화되면 출구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거품이 붕괴돼 투자자는 커다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직장인이 최근처럼 생애가 길어진 시대에 있어서는 만년 과장에 머물러 있는 것이 좋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투자 구루, 투자 구루와 석학으로 이어지는 증시 거품 논쟁이 2014년 8월에는 석학 간에 벌어졌다. 미국 예일대 로버트 실러 교수는 자신이 개발한 CAPE(경기조정 주가수익비율)가 26배로, 20세기 이후 평균치 15배를 상회해 거품이 끼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제라미 시겔 와튼 스쿨 교수는 주가 결정에 미래 가치가 더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4년째 이어지는 증시 거품 논쟁의 근본원인은 경기가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는 현재 미국 경기를 장기침체에 들어가는 초기 단계로 진단한다. 장기침체론은 1938년 당시 하버드대 교수였던 엘빈 핸슨이 처음 주장했던 `구조적 장기침체 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가설을 총공급(AS) 곡선과 총수요(AD) 곡선으로 알아보자. AD 곡선은 투자와 저축을 의미하는 ‘IS 곡선’, 유동성 선호와 화폐 공급을 의미하는 ‘LM 곡선’에 의해 도출된다. AS 곡선은 노동시장과 생산함수에 의해 결정된다. 모든 시장을 망라하는 ‘AD’가 ‘AS’보다 부족하다면 경기침체는 구조적인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이 서머스의 주장이다.

구조적 장기침체 가설에 밴 버냉키, 재닛 옐런 전현직 Fed 의장은 `과잉저축 가설`로 대응한다. 논리는 간단하다. 저축이 소비보다 많으면 경기가 둔화된다는 ‘절약의 약설’이다. 특히 미국처럼 총수요 항목별 소득 기여도에서 민간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경제에서는 절약의 역설이 더 심하게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버냉키는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미국 경제는 나라 안팎으로 ‘쌍둥이 과잉저축론’에 시달리고 있다고 봤다. 특히 미국의 주요 수출대상지역인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외화를 과다하게 쌓고 있는 것이 미국 경제를 어렵게 해왔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달러 강세를 경계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정책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서머스는 일시적인 ‘마약’에 불과한 금융완화정책은 하루빨리 철회돼야 할 ‘악습’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반면 버냉키와 옐런은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금융완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증시 거품 우려에도 추가 금리인상을 쉽게 가져가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 증시는 경기, 실적, 유동성 간 3박자가 충족되는 `황금률‘이 달성해야 추가적으로 오르는 칼날 위를 걷는 국면이 예상된다. 거품과 조기 금리인상 논쟁이 공존하는 상황에서 3박자 중 어느 한 요소가 충족되지 않아 칼날 위에서 떨어지면 의외로 큰 상처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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