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환율조작국 발표 임박…한국, 중국보다 위험

입력 2017-10-16 09:35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트럼트 정부가 출범한지 10개월이 다돼간다. 트럼프 정부의 경제정책인 ‘트럼프노믹스’의 총체적인 기조는 ‘미국의 재건’이다. 직전 오바마 정부가 태생적 한계였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크게 손상된 국제위상과 주도권의 반작용에서 나온 경제정책이다. 한 마디로 글로벌 이익과 국익 간 상충될 때에는 후자를 중시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10개월 동안 트럼프노믹스를 구체화하기 추진됐던 여러 일 중에 조직과 인선이 가장 눈에 띤다. 최우선과제인 손상된 국익을 복구하기 위해 국가안보위원회(NSC)와 동급 위상의 `국가무역위원회(NTC)`를 신설했다. 기존 통상업무의 주무부서인 상무부와 무역대표부(USTR) 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재무부까지 총괄해 의견을 조율한다.

인선도 중국을 비롯한 대미국 무역 흑자국에 강성기조를 갖고 있는 인물로 채워졌다. NTC 위원장으로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 주립대 어바인 교수, 상무장관은 월버 로스 로스 앤 컴피니 회장, USTR 대표는 로버트 라이시저 전USTR 부대표 등이다. 보호주의 색채로 본다면 ‘역대 최고’로 평가된다.

통상정책에서 보호주의로 흐를 것으로 우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시각은 과장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적자를 대미국 흑자국에게 성장과 고용을 빼앗기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이 때문에 이들 국가에 대해 통상압력을 가해 시정하고, 다른 국가와는 공존을 모색하는 ‘차별적 보호주의’로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시각이다.

중국이 문제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전부터 미국과 중국 간 마찰이 심상치 않다. 무역, 통상, 지적재산권 등 경제 분야 뿐만 아니라 남중국해 등 경제외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특히 환율 분야가 심하다. 세계 경제 양대 축인 두 국가 간 마찰은 그 파장이 의외로 커 세계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외환정책은 무역정책과 보조를 낮춰 `이원적인 전략(two track strategy)`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를 악화시키지 않는 국가의 통화는 원칙적으로 시장에 맡겨 놓겠지만 대미국 흑자국 통화에 대해서는 평가절상 압력을 가중시켜 적극적으로 시정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그 수단 중의 하나가 미국 재무부가 발표하는 환율 보고서이다.



이번 주에 올해 하반기 환율 보고서가 발표된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지 3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발표된 상반기 보고서와 달리 ‘국익 우선의 보호주의 강화’라는 대외정책 우선 기조가 실질적으로 담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올해 상반기 보고서는 작년 하반기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유지했다.

1988년 종합무역법에 뿌리를 두고 있는 환율 보고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교역국이 최우선순위를 둬 대책을 강구할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환율 조작국에 걸리면 행정명령으로 발동되는 ‘슈퍼 301조’에 의해 강력한 보복조치를 당하기 때문이다. 오직했으면 슈퍼 301조가 ‘전가의 보도’에 비유될 정도였다

강력한 조치에 힘입어 무역적자가 개선되자 1995년 4월 ‘역(逆)플라자 합의(선진국 간 달러 강세 유도 협약)’ 이후 미국의 외환정책이 달러 강세를 용인하는 방향(‘루빈 독트린’이라 부름)으로 바뀌었다. 2015년까지 이어졌던 이 시기에 교역국 통화 가치의 평가절하가 문제되지 않음에 따라 환율 보고서는 무의미해졌고 무역적자가 다시 확대됐다.

미국 경제는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재정적자까지 확대되는 ‘쌍둥이 적자’라는 독특한 특성을 갖고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마이클 베넷, 오린 해치, 톰 카퍼 등 3인의 의원이 주도가 돼 ‘무역촉진법 2015’ 중 교역국 환율에 관한 규정(BHC 법안)이 대폭 강화됐다. 이 법안이 작년 2월에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그해 상반기 보고서부터 적용돼 오고 있다.

BHC법에 따르면 △대미국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 △국내총생산(GDP)대비 경상흑자가 3% 이상 △외환시장 개입이 지속적이며 그 비용이 GDP의 2% 넘는 요건 순으로 모두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심층 대상국(종전의 환율 조작국)’, 두 가지 요건만 충족하는 국가는 ‘환율감시 대상국’에 지정된다.

이번 하반기 환율 보고서에서 가장 관심이 되는 것은 어느 국가가 처음으로 환율 조작국에 지정될 것인가 여부다. 세 가지 요건을 감안하면 태국이 가장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21번째 교역상대국인 태국은 대미국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가 넘어선 상황에서 경상흑자와 외환시장 개입요건이 기준치에 비해 각각 3배, 2배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올 들어 빠르게 대미국 흑자가 증가하고 있는 필리핀도 환율감시 대상국에 새롭게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가지 요건 만 걸려 원칙적으로 명분이 없었던 중국, 대만이 이번에는 환율감시 대상국에서 벗어날지도 관심사다. 독일, 일본 등 선진국은 올해 상반기 내용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지정요건만을 따진다면 중국보다 더 안 좋은 국가다. 작년 10월 보고서부터 중국은 한 가지 조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만 걸렸으나 우리는 두 가지 요건(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과 GDP대비 경상흑자 3% 이상)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트럼프 정부 들어 환율 보고서가 갈수록 다른 목적과 연계돼 악용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BHC 지정요건대로 운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트럼프 의지(Trump’s volition)’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멕시코, 독일 등 주요 교역국의 인위적인 평가절하 등에 따른 피해의식이 유난히 높다.

현재 한국과 미국 간에는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문제를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NAFTA 재협상보다 논리적인 타당성이 떨어지는 한미 FTA 재협상에서 미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목적으로 이번 보고서를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우리는 2010년 서울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회담에서 ‘경상흑자 4% 룰(rule)’을 주도한 국가다. ‘4% 룰’이란 글로벌 환율전쟁을 막기 위해 경상흑자가 GDP대비 4%를 넘는 국가는 원칙적으로 시장개입을 못하도록 한 국제간 합의를 말한다. 우리는 2013년부터 이 룰을 위배해 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대미국 무역흑자를 축소(올해 200억 달러를 밑돌 수 있음)하고 외환시장 개입을 최소화하는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미국도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든지 통상과 환율 마찰의 빌미가 될 수 있는 경상흑자는 계속해서 줄여나가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협정이 연장된 것이 의미가 크고 돋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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