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금수저가…' 개천용 13년 사이 2배 이상 감소

입력 2017-09-25 06:35  

'역시 금수저가…' 개천용 13년 사이 2배 이상 감소

'개천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 실제 연구 결과로 입증

"한국 소득기회불평등, 독일·스웨덴·노르웨이보다 크게 높아"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을 일러 '개천에서 용 났다'는 표현을 쓰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개천용론'은 힘을 잃고 '금수저·흙수저론'이 득세하고 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걷어차이면서 양극화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인식이다.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환경의 차이를 극복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금수저가 득세하고 개천용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러한 세간의 인식이 실제 연구 결과로도 입증됐다.





서울대 경제학부 박사과정 오성재 씨와 같은 학부 주병기 교수는 25일 재정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한국의 소득기회불평등에 대한 연구' 논문에서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논문은 개인의 소득이 노력뿐 아니라 선택과 관련 없이 주어지는 부모의 경제력·학력 등 사회경제적 환경, 선천적 재능, 우연적 요소에 따라 결정된다고 봤다.

논문은 한국노동패널 1차(1998년)에서 18차(2015년) 자료를 토대로 1998년, 2003년, 2008년, 2014년 가구주 연령 30∼50대 가구의 가처분소득을 중심으로 분석했다.

사회·경제적 환경변수로는 가구주 부친의 교육수준과 직업을 택했다.

직업은 고숙련자(고위임직원·관리자·전문가 등), 중숙련자(사무·서비스·판매업 단순노무 종사자), 저숙련자(농림어업 종사자)로 범주를 나눴다.

논문은 이 자료를 조건부 누적분포함수 확률지배관계 성립 여부를 검증해 기회불평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가구주 부친의 직업과 학력 모두에서 기회불평등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조사 기간에서 고숙련 집단과 저숙련 집단 간 기회불평등이 나타났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숙련 집단과 고숙련 집단의 불평등은 관측되지 않은 해가 2008년 등 여러 해 나타났다. 기회불평등은 주로 부모의 직업이 저숙련일 때 집중됐다는 의미다.

직업과 마찬가지로 부모의 학력이 저학력(중졸이하)일 때 기회불평등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학력(고교 재학·졸업)과 고학력(대학교 입학 졸업 이상) 간격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논문은 자체 개발한 개천용불평등지수도 분석했다. 이 지수가 0이면 최상위소득을 얻는 사람 중에서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람의 비율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같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천용불평등지수가 1이면 최상위소득을 얻는 사람 중 최하위 환경을 가진 사람이 전혀 없다는 것을 나타낸다. 기회불평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조사 결과 이 지수는 조사 기간 꾸준히 상승했다. 특히 가구주 부친의 직업환경을 분석한 결과 기회불평등도는 2001년 10%대에서 2014년 40% 가까이 증가했다.

다시 말해 최저 환경에서 성공할 수 있는 10명 중 2001년에는 1∼2명이 기회불평등 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2014년에는 4명 가까이 성공하지 못했던 셈이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졌다'는 인식이 연구 결과에서도 입증된 것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그만큼 '수저'(주어진 환경)가 그만큼 주요한 요인이 됐다는 의미다.

논문은 환경과 평균소득, 지니계수 등의 관계를 지수화한 지니기회불평등지수도 도출해 다른 국가와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은 독일·스웨덴·노르웨이 등과 같이 기회불평등이 존재하지 않거나 뚜렷하지 않은 나라들보다는 미국과 이탈리아 등과 같이 기회불평등이 뚜렷한 나라에 가까운 것으로나타났다.

한국의 지니기회불평등지수 값은 미국과 이탈리아보다는 낮고, 독일·스웨덴·노르웨이보다는 매우 높으며, 영국·프랑스·벨기에보다는 약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논문은 "공교육 중심의 평준화된 교육체계와 빠른 경제 성장으로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소득불평등은 낮은 수준을 유지했고 세대 간 계층 상승 기회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며 "하지만 높은 불평등과 양극화로 기회평등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크게 악화했고 자녀 교육을 통한 신분상승 희망도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2vs2@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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