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눈높이 다시 낮아졌다…"美셰일오일 붐이 OPEC감산 상쇄"

입력 2017-03-26 07:19  

기름값 눈높이 다시 낮아졌다…"美셰일오일 붐이 OPEC감산 상쇄"

이달 WTI·브렌트유 10%안팎↓…"감산합의 없으면 30달러대" 전망도

美 시추공 수는 10개월 만에 두 배로…쿠웨이트 산유국 회동에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지난해 말 간신히 저유가의 늪에서 벗어난 듯했던 국제유가가 다시 비틀거리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적극적인 산유량 감산 노력에도 미국 시추공 수가 지난해 저점 대비 두 배로 늘었고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급증하면서 원유 공급과잉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 영향으로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올해 4분기 국제유가 전망을 두 달 전보다 소폭 내렸고, 일부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초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장의 이목은 당장 26일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OPEC과 러시아 산유국 장관회동에 쏠리고 있다.




◇ 국제유가 이달 들어서만 11% 하락…IB의 WTI 전망도 두 달 새 1달러↓

미국의 셰일오일 시추가 활발해지면서 원유 재고가 가파른 속도로 늘자 국제유가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이달 들어서만 11.18% 하락했고,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북해 브렌트유 가격도 8.62% 떨어졌다.

시장은 앞으로도 유가가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26일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투자은행 35곳의 올해 4분기 WTI 선물 가격 전망 중간값은 배럴당 57.00달러였다.

불과 두 달 전 유가전망 중간값인 배럴당 58.00달러보다 1달러 낮아진 셈이다.

투자은행 가운데서는 웨스트팩이 올 4분기 배럴당 41달러, ING 은행이 45달러, 코메르츠방크가 46달러로 점쳤다. 이는 현재 WTI 5월 선물 가격인 배럴당 47.97달러보다 낮다.

북해 브렌트유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투자은행 42곳의 브렌트유 올 4분기 가격전망 중간값은 58.90달러로, 두 달 전 전망치인 59달러보다 소폭 하락했다.

심지어 유가가 조만간 배럴당 30달러 초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래디션 에너지의 진 맥길리언 매니저는 "감산 합의가 없이는 (유가가) 30달러 초중반까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유가가 오를 것이라는 긍정론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배럴당 20달러대까지 떨어지는 기록적인 저유가 현상으로 재정난에 빠졌던 산유국들이 다시 치킨게임을 벌이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소시에테 제네랄은 OPEC이 올 하반기에도 감산 합의를 연장할 것이라며 2017년 말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JP모건도 20일 보고서를 통해 유가전망을 소폭 하향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향후 2분기 동안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JP모건은 올해 말 브렌트유 가격을 55.75달러로, WTI의 경우 53.75달러로 낮췄고 2018년 전망 값도 종전보다 0.25달러 더 낮게 잡았다.






◇ 美 시추공 10개월 만에 2배로…OPEC·러시아 장관 회동 앞두고 불안 고조

유가가 하락한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셰일오일 생산량이 많이 늘면서 OPEC의 감산 효과를 지우고 있기 때문이다.

베이커휴스가 집계한 미국 시추공 수는 24일 기준 809개로, 연초 대비 22.95% 급증했다.

이는 지난해 5월 저점인 404개의 두 배 수준이며, 1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셰일오일 개발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수압파쇄 공법에 필수적인 재료인 모래까지 품귀현상을 보인다.

셰일오일은 퇴적암(셰일)층에 고압의 액체를 분사해 원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이른바 프래킹(fracking·수압파쇄) 공법으로 추출한다.

모래 가격은 지난해 하반기 t당 15∼20달러 수준이었지만, 벌써 40달러로 치솟았다. 한창 셰일오일 붐이 일었던 2014년 3분기의 모래 가격인 60∼70달러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다.

이 영향으로 미국의 원유재고량도 끝없이 치솟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주 원유 재고는 500만 배럴 가까이 늘어 5억3천310만 배럴을 기록했다.

스트래티직 에너지앤드이코노믹의 마이클 린치 사장은 "현재 원유가 넘쳐나고 있다"며 "시장이 균형을 되찾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계속 들어왔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없고 상승 전망을 유지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 투자자문회사인 튜더피커링홀트도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하루 평균 120만 배럴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며 2017년 하반기 WTI 가격전망을 종전보다 10달러 내린 배럴당 62.50달러, 2018년 전망은 13% 내린 배럴당 65달러로 조정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의 관심은 26일 쿠웨이트에서 열리는 산유국 장관 회의에 쏠린다.

이날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와 OPEC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쿠웨이트, 오만, 알제리, 베네수엘라 등 6개 산유국 석유장관이 한 데 모여 지난해 12월 산유량 감산 합의 경과를 논의할 예정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지만, 유가가 계속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들 산유국이 대책을 논의할 전망이다.

프라이스 퓨처 그룹의 필 플린 수석 애널리스트는 "미국 (원유) 재고량이 그들이 원했던 만큼 떨어지지 않았다"며 "피치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가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고 이 같은 내용이 회의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여전히 감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도 점쳤다.

맥길리언 매니저는 "사우디아라비아는 고유가에 따른 수입이 필요하고 30∼35달러는 문제가 된다는 점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감산 합의에 기대를 걸었다.

heev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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