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공무원연금 몰라서 못고치나

입력 2014-04-22 20:38   수정 2014-04-23 05:31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한 40대 후반 여교사가 요구한 배우자 조건은 단 하나였다고 한다. 자신보다 연금이 더 많을 것! 노후에 ‘연금 가장’이 되기 싫다는 얘기다. 물론 국민연금 수급자는 웬만해선 예선 탈락이다. ‘연금 디바이드’가 현실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고위 관료가 전관예우나 낙하산으로 재취업하면 공무원연금을 받을까 못 받을까. 근로·사업소득이 연 4000만원 미만이면 연금을 전액 받지만, 그 이상이면 초과소득에 따라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정확히는 공무원연금법 47조2항에 따라 다른 소득이 있으면 연금 지급이 일부 정지되는데, 커트라인이 올해 월 329만8660원이다. 즉, 연소득 3958만원 이하면 연금을 100% 다 받는 것이다.

전관예우·낙하산도 다 챙겨

대학들이 전직 장관을 석좌교수로 모셔갈 때도 마찬가지다. 대개 연봉을 4000만원 미만으로 책정해 연금 손실이 없게 맞춰준다고 한다. 흔한 사외이사라도 꿰차면 월수입 1000만원이 기본이다. 취업제한 2년간 개각 예비군이면서 월급 받고 연금 받으니 꿩 먹고 알 먹기다.

전관예우와 공무원연금은 바늘과 실처럼 보완재다.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이 소위 ‘전문경력 인사’를 3년간 월 300만원씩 주고 지방대학 초빙교수로 보내는 사업이 딱 그렇다. 지난 10년간 파견자의 52%(479명)가 연금만 월 수백만원인 고위 관료와 퇴역 장성들이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도 수혜자였다.

퇴직 관료가 산하단체로 가든, 로펌으로 가든 공무원연금은 어김없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전관예우나 낙하산으로 내려가면서 고액 연봉에다 연금까지 알뜰히 챙긴다. 한국 공무원들은 제 머리를 참 잘 깎는다. 업무 관련업체에 재취업하면 이미 받은 연금도 토해내야 하는 미국 독일 공무원들이 부러워할 일이다.

2001년부터 구멍 난 공무원연금은 그간 몇 차례 ‘개혁’을 하기는 했다. 과거 40대 수급자가 수두룩했지만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은 60세부터, 2010년 이후 공무원은 65세부터 연금이 지급된다. 지급액 산정기준도 최종 3년에서 재직기간 평균임금으로 바꿨다.

관료 ‘셀프 개혁’은 시간만 허비

문제는 연금 빵빵한 전직과 1995년 이전 임용된 고참 현직들이다. 공무원들의 ‘셀프 개혁’은 미래 공무원에게만 전가했다. 기득권은 그렇게 견고하다. 시늉만 낸 개혁의 결과가 나랏빚 1117조원 중 596조원(53.4%)에 달하는 공무원·군인연금 충당부채다. 최근 5년간 연금 적자 14조원을 혈세로 메웠다. 세금고지서는 구경도 못한 채 국민 1인당 28만원씩 걷어준 셈이다. 작년 세제개편 때 복지세금 16만원을 놓고 난리가 났던 일이 우스워진다.

해법은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든지, 국민연금과 통합하는 길뿐이다. 너무도 빤한데 둘 다 쉽지 않다. 일본이 내년부터 두 연금을 통합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 지급보장이 없고 연금 액수가 엇비슷했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가 보장하고 연금 지급액은 거의 두 배 차이가 난다. 정권의 명운을 건 특단의 조치 외에는 달리 방법이 안 보인다. 내년이면 벌써 집권 3년차다. ‘시간은 우리 편’이라며 콧방귀 뀌는 공무원들이 많다.

세월호 참사는 아이들을 단숨에 삼켰지만 구멍 난 연금은 아이들에게 평생 세금 족쇄가 될 것이다. 알고도 안 고친다면 저만 살겠다고 맨 먼저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뭐가 다른가. 이건 미필적고의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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