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핀란드 증후군

입력 2014-10-29 20:53   수정 2014-10-30 03:47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아름다운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북유럽 국가 핀란드. 깨끗한 환경에 행복지수가 높은 ‘산타의 나라’답게 국민들의 건강지수도 늘 상위권이다. 그러나 한때는 OECD 최고 수준의 자살률로 온 나라가 신음했다. 그러다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전 국민이 힘을 합쳐 세계적인 모범 국가로 거듭났다. 덕분에 정신뿐만 아니라 육체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중 노동위생연구소의 한 실험 결과가 세계적인 흥미를 끌었다. 연구소는 심혈관 질환을 가진 40~45세 관리직 120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15년간 실험을 진행했다. A그룹 600명에게는 술과 담배를 끊고 소금과 설탕을 줄이도록 하면서 운동을 권했다. 4개월마다 필요한 처방도 내렸다. B그룹 600명에게는 별다른 지침 없이 평소대로 생활하도록 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모범생 격인 A그룹보다 맘대로 생활한 B그룹의 심혈관계 수치가 더 좋았다. 이 믿기 힘든 현상을 ‘핀란드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의 해석은 분분한데 그중 세 가지가 그럴듯하다. 좋아하는 걸 못 하고 운동은 내키지 않아도 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심하고, 약이나 시술에서 오는 부작용이 치료 효과 못지않게 크며, 지나치게 위생을 강조하다 오히려 면역력을 해쳤다는 것이다.

심혈관계만 그런 게 아니라 다이어트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음식 앞에서 먹을까 말까 고민하거나 지나치게 칼로리를 계산하면 먹는 즐거움이 고통으로 바뀐다. 차라리 맛있게 먹는 게 면역력을 높이고 노화도 방지하는 길이다. 하루 단위가 아니라 1주일 단위로 칼로리를 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점심 메뉴가 맛있으면 제대로 먹고 저녁이나 다음 날 아침을 좀 덜 먹으면 된다.

핀란드 사람들의 건강법에는 음식도 한몫한다.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자일리톨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게는 충치예방 껌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핀란드에서는 설탕이나 사탕처럼 단맛을 내는 천연감미료로 널리 쓰인다. 겨울이 길고 해가 짧아서 보존식품을 많이 먹는 것도 특이하다. 호밀과 귀리, 보리를 말렸다가 겨우내 포리지(죽)나 발효빵을 만들어 먹는다. 사우나와 ‘얼음 수영’, 노르딕 워킹, 노르딕 스키 등 야외운동을 즐기는 것도 핀란드식 건강법의 하나다.

이들은 감기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한다. 뜨거운 블랙베리 주스나 마늘을 갈아넣은 우유, 비타민 C, 레몬을 곁들인 꿀물을 마시고 푹 쉬는 게 치료법이다. 질병공포증이나 강박증에 시달리는 요즘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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