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역마진 확대…보험업권 판도 재편되나

입력 2016-07-24 06:09  

알라안츠 헐값 매각 이후 보험업계 위기감 고조

중국계 자본의 국내 보험산업 침투 속에국내 보험업계의 영업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한 가운데 과거에 팔았던 비싼 확정금리 상품이 저금리가 지속되는 요즘 생명보험사들에 역마진 확대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앞으로 도입될 신 회계기준이 보험사들에 더 많은 자본금을 쌓도록 요구하고 있어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형 업체의 인수·합병(M&A)과 업계 재편도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환경에 놓일수록 보험업계가 기본으로 돌아가 경쟁력 강화와소비자 신뢰 확보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 저금리 장기화에 생보사 '역마진' 확대 지난 4월 안방보험이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300만 달러(약 35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보험업계는 충격에 휩싸인 바 있다.

생명보험업계 11위에 해당하는 기업이 시장 예상가인 2천억∼3천억원에 크게 못미치는 헐값에 팔리자 뭔가 다른 요인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보험업계도 '뉴 노멀'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고성장이 지속하며 금리가 오르기를 기대하지만 앞으로는 저성장·저금리 구조가 장기화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과거 고금리 시절 금리확정형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일수록 위기의식이 크다.

생보사는 보험료 적립금 중 확정금리 연 7% 이상을 적용해야 하는 규모가 무려92조4천억원에 달해 이미 역마진에 노출된 상태다.

지난해 생명보험사가 전년보다 4천억원(12.0%) 늘어난 3조6천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음에도 연중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등 좌불안석인 이유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고금리 시절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금리확정형 저축성보험 탓에 재무적으로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 새 회계기준 도입 앞두고 '제2의 알리안츠' 출현 예고 보험업계는 2020년 보험업 새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이 도입되면 과거 고금리형 장기 보험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를 중심으로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IFRS4는 총 43개 국제회계 기준서 가운데 보험계약에 적용되는 기준이다.

2011년 IFRS가 국내에 전면 도입되면서 보험회사도 새 회계기준을 적용받았지만, 보험계약 부문에서는 도입시기를 1∼2단계로 나눠 한동안 기존 회계관행을 인정하는 유예기간을 뒀다.

2단계 기준서는 보험부채를 평가하는 방식을 원가에서 시가평가로 전환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보험업계에서는 2단계 기준서를 현 상황에 단순 적용할 경우 보험업권의 총자본금이 수십조원 급감할 것이란 어두운 추정 결과를 내놓고 있다.

과거 확정형 고금리 장기상품을 많이 판매한 생명보험사의 경우 충격이 불가피하고,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추가로 확충하지 못하는 경우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이차역마진 등 장래 예상되는 결손을 즉시 회계상 손실로 인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보험업 건전성 감독기준인 지급여력비율(RBC)을 충족하지 못하는 회사들도 속출할 수 있다.

이미 금감원은 2단계 기준서 도입에 대비해 책임준비금을 미리부터 쌓도록 감독기준 강화 방침을 예고한 상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2단계 기준서 도입 시기를 기점으로 부족한 자본을 확충할 여건이 되지 않는 보험사들이 나타날 수 있다"며 "알리안츠 사례에서처럼 헐값에인수·합병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진짜 위기는 소비자 신뢰상실" 하지만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보험상품 및 가격규제의 자율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보험산업 경쟁력 강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규제환경 변화는 시장경쟁을 강화하지만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상품을내놓는 보험사로서는 수익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핀테크와 빅데이터 산업과 같은 융·복합화도 위협과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핀테크는 금융산업의 진입장벽을 낮춰 전통 보험업권의 권역을 위협하는 요인이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보험사가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보험상품을 제공하거나효율성을 높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정보기술(IT)과 접목해 자율주행차와 관련한 보험상품을 개발하거나 빅데이터로보험사기 적발율을 높이는 것 등이 그 예다.

어려울수록 보험사가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석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업계가 위기라고 하지만 위기 얘기는오래전부터 있었다"며 "IFRS4 2단계 기준서 탓에 위기감이 극대화된 측면이 있지만,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든 장부가로 평가하든 보험사가 언젠가 고객에게 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오히려 국내 보험업권에 있어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닥에 떨어진 소비자 신뢰도"라며 "지금부터라도 기본으로 돌아가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좋은 제도와 상품을 만들더라도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강조했다.

p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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