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창제지·SG충방...'주군'을 바꾼 테마주들

신인규 기자

입력 2018-10-22 15:39   수정 2018-10-22 15:46


지난주에 이어 22일에도 높은 주가상승률을 보이며 장중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한창제지는 재미있는 종목입니다.

택배상자 등을 만들 때 쓰이는 백판지를 생산하는 이 회사는, 지난 18일 상한가를 기록했을 때에도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현저한 시황 변동에 영향을 미칠만한 사항으로 공시사항 외에 확정된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왜 오르는지 회사는 잘 모르겠다는 겁니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 주식의 이름을 입력해보면 답이 나옵니다. 2018년의 한창제지는 `황교안 테마주`로 묶인 주식입니다. 최대주주인 김승한 회장이 황교안 전 총리와 성균관대 동문이고, 사외이사는 황 전 총리와 동기(사법고시 23회 합격, 사법연수원 13기)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자유한국당이 황 전 총리를 영입한다는 설에 힘입어 이 회사의 주식에 대한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오른 모양새입니다.

평범한 테마주 가운데 하나일지 모르는 한창제지가 흥미로운 건 이 종목이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군`이 바뀐 테마주라는 점입니다.

한창제지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2년에는 `안철수 테마주`였습니다. 그때는 김승한 회장이 안철수 전 의원과 고교 동창이라는, 당시에도 다소 사소한 이유로 테마주로 편입됐었죠. 안철수에서 황교안으로, 정치적 지형이 다른 두 정치인에 대한 테마주로 한 기업이 엮였다는 것이 주식 시장에서 `정치 테마`가 실체가 없다는 방증 아닐까요.

비슷한 종목으로 SG충방이 있습니다. 자동차 시트 커버를 만드는 이 회사는 현재 `유시민 테마주`로 엮였습니다. 그런데 불과 올해 초만 해도 SG충방은 `안희정 테마주`였습니다. 안 전 지사의 스캔들이 터지면서 그동안 올랐던 주가를 반납하는 등 곤욕을 치렀었죠. 이 회사는 주가가 급락하자 급히 안 지사와 관계가 없다는 시체말로 `웃픈` 공시를 내기도 했었습니다.

이른바 `정치 테마주`라는 것이 실체가 없다는 이야기는 대부분의 투자자가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마주의 주가가 곧잘 출렁거리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겁니다.

제조업 가운데 실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기업의 성장성에 기대를 걸어볼만한 재료가 없는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들이라면 `테마주`로 엮이는 것이 반가울 지도 모릅니다. 이른바 세력들로서도 충분히 `작업`을 할 수 있을 만큼 적당한 거래량과 시가총액, 여기에 자신들이 퍼트릴 루머 외에는 다른 재료가 없는 회사들이라면 시세 조종이 수월하겠죠.

실제로 정치 테마 운운이 특정 세력의 작업이라 할지라도, 투자자 입장에서는 그 세력들이 금융 당국의 처벌을 받았다는 소리도 들은 적 없고요.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치인 입장에서도 당장에 바로잡을 이유도 많지 않습니다. 선거를 앞두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이름이 한 번이라도 더 나오는 것이 유리하다는 게 정치판의 생리라고 하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정치 테마주는 적절한 투자 종목이 아닙니다. 1,2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조장해놓고 투자자가 1,100원에 팔겠다 맘먹을 때쯤 별안간 1,049원에 팔아 주가를 크게 떨어트리는 것이, 그래서 개인투자자들을 시장에서 이탈시키는 것이 이른바 `작전`이고 세력이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테마주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자신과 엮인 테마주에 대해서, 아니면 좀 아니라고 이야기를 명확히 하는 신선한 행보를 보이는 정치인의 등장도 기대해봅니다. 아무래도 기업이 그런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는 쉽지 않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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