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자진상폐 기업…헛점에 우는 소액주주

이민재 기자

입력 2019-01-15 10:47   수정 2019-01-15 15:34

    <앵커>

    한쪽에선 상장 문턱을 넘거나 유지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는 한편, 또 다른 한쪽에서 스스로 상폐 절차를 밟는 기업들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소외 당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데요.

    자세한 내용 취재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죠. 증권부 이민재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자진 상폐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이유가 뭔가요?

    <기자>

    최근 사례로는 지난 달 13일 상장폐지가 확정된 코스피 상장사 '한국유리공업'을 들 수 있습니다.

    상장 유지 실익이 없다는 이유로 '신청에 의한 상장폐지' 즉, 자진 상폐를 했는데요.

    오는 6월까지 6개월 간 소액주주 지분을 장외 매수하기로 했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는 KB자산운용이 '광주신세계'에 자진 상폐를 제안한 바 있습니다.

    신세계 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정용진 부회장이 52.08% 보유한 광주신세계가 상장 상태를 유지하면 매각 가치 산출에 의견이 분분할 수 있기 때문에 비상장사로 바꿔야 한다는 겁니다.

    <앵커>

    여기에 유통 주식이 극히 적은, 소위 '품절주' 들도 자진 상폐 도마 위에 오르고 있죠?

    <기자>

    대표적으로 코스피 상장사 '경인전자'는 소액주주 보유 주식수 비율이 11%에 불과합니다.

    최근에 자사주 취득 관련 신탁 계약 기간을 1년 연장했는데요.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규정 상, 소액주주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관리 종목이 되는 만큼, 해당 계약 연장 건이 눈에 띕니다.

    주식분산 미달 요건에 해당하는 건데, 소액주주 주식이 200만주 아래, 지분율 10% 미만을 2년 연속하게 되면 상폐 대상이 됩니다.

    이를 노리고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여기에 대주주 비율이 50%에 달해 주식 매수를 하게 되면 자진 상폐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상폐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액주주가 소외 받는단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요.

    <기자>

    기업이 상장을 하게 되면 발행, 또는 유통 시장을 통해 개인 투자자의 투자를 받고 회사가 이를가져가게 됩니다.

    기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한 것인데 회사가 스스로 이를 저버렸단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업이 상폐를 하기 위해서는 최대주주 주식 비율이 95%를 넘기도록 주식을 매수하는 게 필요한데, 이 때 자사주가 최대주주 지분에 합산됩니다.

    그런데 이 자사주가 회사의 돈으로 산 것이라는 점에서 최대주주가 혼자 가져 간다는 게 불합리하단 의견이 우세합니다.

    또 자사주로 인해 주식이 평가 절하 된다는 지적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6년 상폐를 결정한 태림페이퍼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사례를 더 살펴보면 상폐 당시 주식 매수가가 3,600원이었던 것과 달리 현재 가치는 8천원 이상으로 평가돼 헐값 처분 논란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폐 후에는 최대주주인 IMM PE(아이엠엠 프라이빗에쿼티)가 상폐 전 1주당 배당액을 30원 수준과 비교해 수백 배 높은 4,311원, 배당성향 92% 이상을 결정합니다.

    역시 소액주주는 배제되고 있어 비난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또 최대주주 측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현재의 공개 매수 가격은 회사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옵니다.

    <앵커>

    그렇다면 규정 상 개선될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금융소비자원은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이 대주주가 이익을 편취하는 것을 보장해주는 현재 규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하고 있는데요.

    자진 상폐 시 매입한 자사주를 자동 소각하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주가 하락을 막아 소액주주를 챙기겠다는 겁니다.

    또 자진 상폐 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가 지정한 회계법인에 가치 평가서를 제출하고 외부 감사인을 지정하는 등 회계 투명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자진 상폐를 고려하는 최대주주 입장에서 공개 매수가 등을 낮추기 위해 사전에 일부로 이익을 줄이려 할 수 있기 때문에 회계를 꼼꼼히 살펴야 하고 공개 매수가가 적절한지 살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자진 상폐를 시도하는 기한을 제한해 소액주주가 장기간 피해를 입는 것도 막자는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이 이야기를 해줬는데요. 직접 들어보실까요?

    <인터뷰>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원장

    "대주주가, 혹은 대주주와 결탁한 다른 펀드라든지 이런 세력들이 자진 상장폐지 제도를 악용해 자신들이 전적으로 그 회사의 모든 이익을 독점하는 이런 잘못된 구조가 매년 우리 자본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근본적으로 제거돼야 한다는 측면에서 다각도의 정책적인 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앵커>

    배당과 저평가 이런 것들을 크게 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기도 한데요.

    <기자>

    맞습니다.

    앞서 태림페이퍼 등 자진 상폐를 꾀하는 기업들의 경우, 회사 실적 등이 좋은 소위 알짜 기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럼에도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상폐되는 게 불합리하단 의견이 나오는데, 이게 국내 증시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예를 들어 2013년 매출 50억원 미만으로 상폐가 됐던 다함이텍은 부동산 디벨로퍼를 변신해 고수익을 얻은 바 있습니다.

    상폐 규정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 한국타이어 그룹의 자회사 아트라스BX와 부산가스도 알짜기업으로 불리는데 자진 상폐 실패 이후에도 철회를 하고 있지 않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아트라스BX에 대해서 금융소비자원은 소액주주를 제외하기 위해 기업 가치를 6분의 1 수준으로 만들고 자사주 소각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며 소액주주의 돈을 갈취하는 꼴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가가 의견을 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이들 역시 앞서 말한 그런 문제들을 겪고 있는 만큼, 한국거래소와 금융당국의 개선책이 필요해보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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