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⑤위기의 제조업…돌파구를 찾아라

입력 2014-12-21 07:02  

스마트폰·자동차 시장점유율, 줄줄이 중국에 추월

'메이드 인 코리아'가 엔저(円低) 압박과중국발 가격 공세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 제조업이 그야말로 '넛크래커(nutcracker·호두 까는 기계)'에 꽉 끼어 옴짝달싹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넛크래커란 선진국에는 기술·품질 경쟁에서 밀리고, 후발국엔 가격 경쟁에서뒤지는 제조업의 위기를 지칭한다. 과거 단순히 경고 수준으로 거론되던 '샌드위치론'에 비해 위기가 실제 현실로 닥친 개념이다.

후발국이 기술력마저 턱밑까지 추격하고, 선진국도 환율을 등에 업고 역공을 펴기 때문이다.

올 한해 국내 제조업을 몸살 나게 한 넛크래커 현상이 새해에는 더 깊숙이 기업곳곳에 파고들 전망이다.

제조업부문 주요 기업들은 그동안 경쟁력을 해치는 것으로 지적돼온 한계사업을과감히 내쳐 내실을 다지고, 미래 먹을거리를 위한 신사업 발굴에 나서느라 정신이없다.

대다수 기업의 사업구조 재편은 그럴 듯한 포트폴리오 구성이 아니라 절박한 생존의 문제로 다가왔다.

◇ 경쟁강도 낮은 IT가전도 엔저 영향 엔저 공습이 새해에도 이어진다면 일본과의 경쟁강도가 심한 정유와 자동차 수출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산업연구원의 예측이다.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은 일본 기업과 경합도가 높은 편인데, 엔저까지 겹치면 한국 기업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 역시 엔저로 수익성이 높아진 일본 기업들이 가격 인하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경쟁강도가 보통 이하인 섬유·가전·조선·음식료도 채산성이 나빠지고, 수출이 줄어드는 등 엔저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대규모 물량공세를 펴는 중국과의 '양(量)' 싸움에서는일찌감치 어떤 기업도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두 손을 들어버린 상황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10년 사이 스마트폰, 자동차, 조선·해양, 석유화학, 정유, 철강 등 6개 주력 산업의 점유율이 중국에 역전당했다.

중국 IT모바일 삼총사 화웨이·레노버·샤오미의 공세에 스마트폰 점유율이 1.2%포인트 차이로 뒤집혔고, 자동차도 물량에서는 1천만대 이상을 생산하는 중국에 200만대 넘게 뒤졌다.

조선업은 수주량과 건조량, 수주잔량 등 3대 지표에서 모두 중국에 추월당한 지오래다.

산업연구원은 내년 한중 주력사업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철강·반도체·자동차를제외한 모든 주력 업종의 대 중국 수출이 주춤할 것으로 예측했다.

섬유·가전뿐만 아니라 석유화학·정유·일반기계·조선·디스플레이·정보디스플레이기기 등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업종으로 꼽혔다.

이유는 업종별로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중국 기업의 발 빠른 성장에 따라 기술력 격차가 좁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 주요 제조업체, 덩치 줄여 신사업 찾는다 엔저를 등에 업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일본 기업과 빠른 속도로 기술력격차를 좁혀오는 중국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기업들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외부 환경을 통제할 수 없을 때에는 자기 자신을 다잡는 게 효과적이면서도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일본·중국 기업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개발에 집중하거나,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신시장을 찾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주요 기업들은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모으려는 모습이 뚜렷해졌다.

삼성그룹은 석유화학부문인 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과 방산부문인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를 한화그룹에 매각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사업을 정리해 신사업에 쓸 투자비용을마련하고, 한화 입장에서는 주력 사업의 덩치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수익성이 악화한 철강업계에도 자회사 합병이나 매각 등 굵직한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다.

포스코는 포스코특수강 지분을 세아베스틸에 매각해 특수강 사업에서 손을 뗐으며, 세아그룹은 연 400만t 규모의 세계 최대 특수강 제조업체로 올라섰다.

현대제철도 현대위아, 현대하이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부특수강을 매입했으며, 동국제강은 자회사 유니온스틸을 내년에 흡수 합병할 계획이다.

업황이 좋지 않은 조선업계는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조선 3사 임원 30%를 줄이고 영업조직 통합 등으로 부서 수를 축소했다. 삼성중공업도 조선해양영업실을 해체하는 등 군살을 덜어내는 데 초점을 맞춰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시장 개척을 염두에 둔 조직개편도 잇따랐다. LG디스플레이는 OLED사업부를,삼성전기는 자동차용 부품 등 신사업 발굴을 전담할 추진팀을 만들었다.

올 하반기부터 계속된 유가 하락으로 울상을 짓는 정유업계에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분위기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공장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가격이 저렴한 원유를 사오는 방법 등을 고민하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주현 선임연구위원은 "지금까지 한국의 경제성장을 주도해온 주요산업은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도전에 직면해 변화의 계기를 찾아야만 할 형편"이라고 진단했다.

주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은 인공지능, 로봇기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 스마트 제조기술과 관련된 원천 경쟁력을 확보해 제조업 혁신을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akchul@yna.co.kr, runran@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