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위안 직거래 1년] 거래량 3배로 늘어…안착 '청신호'

입력 2015-11-26 06:03  

개설 4개월 만에 문닫은 원/엔 직거래 시장과 다른 양상내년 상하이 시장 개설…무역결제 비중확대 여전한 과제

서울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내달 1일로개설 1주년을 맞는다.

서울에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문을 연 것은 양국 정상의 합의에 따른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7월 서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국 통화 결제시장의 활성화에 합의했다.

두 나라가 서로 주요한 교역 파트너임에도 미국 달러화 위주로 결제시장이 돌아가는 걸 개선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출범하기 전에는 원화를 위안화로 바꾸려면 한 단계를더 거쳐야 했다.

주로 원화를 먼저 달러화로 바꾸고 달러화를 다시 홍콩 등에 있는 외환시장에서위안화로 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운영되면서 달러화 환전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돼 고객 입장에선 편익이 커졌다.

환전에 따른 번거로움과 수수료 부담을 모두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경제적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수출 총액 중 대(對) 중국 수출 비중이 25.3%를 차지했다. 중국과의 교역 규모도 전체의 4분1 수준인 2천353억7천만 달러에 달했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커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춘 것이다.

미 달러화와 더불어 지구촌 경제의 기축통화로 떠오른 위안화 결제를 늘리면 달러 의존도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는 달러 중심인 우리나라의 결제 및 보유 외국통화의 다변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달러화의 변동성에서 비롯된 시장충격에 대비할 수 있는 능력도 한층 키우게 된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 출범을 앞두고는 거래량이 적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중국 바깥 지역에서 문을 연 서울 위안화 직거래 시장은 1년 만에 양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성공적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개설 첫 달인 작년 12월 8억8천만 달러(약 1조158억원)이던 원/위안 직거래시장 하루 평균 거래량은 지난달 26억4천만 달러(약 3조474억원)로 3배 규모로 성장했다.

출범 1년 만에 하루 평균 거래량이 80억 달러 안팎인 원/달러 시장의 20∼30%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현재 원/위안 직거래시장 참여 기관은 국민, 신한, 우리, 기업, 산업, SC, KEB하나 등 국내 7곳과 중국 교통은행, 공상은행, 중국은행, JP모건체이스, 홍콩상하이은행(HSBC) 등 외국계 5곳이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의 성장은 약 20년 전 개설됐던 원/엔 직거래 시장과 비교했을 때 도드라져 보인다.

1996년 10월 개장한 원/엔 직거래 시장은 그해 4분기에 일평균 거래규모가 4억엔에 불과했다.

거래가 활발해지지 않자 결국 4개월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거래량만 두고 보면 원/위안 시장이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조현수 기업은행 자금운용부 팀장은 "1년 만에 일평균 거래량이 2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원/달러 시장 못지않게 효율적인 시장이 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위안은 지구촌 경제의 기축통화로 인정을 받아 국제통화기금(IMF)의 SDR(특별인출권) 바스켓 편입을 앞두고 있다.

이처럼 위안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서울에서 자리 잡아가는 것은 여러모로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만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량이 지금보다 훨씬 적다고 하더라도 시장이 돌아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며 "원/위안 직거래 시장을 만드는 게 글로벌 트렌드가 된 상황에서 우리가 새로운 기회를 선도했다는 점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우리 정부는 원/위안 환율의 매매기준율을미국 달러화에 연동한 재정환율이 아니라 시장 가격을 반영한 환율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거래량이 많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 평균 환율을 매기면 들쑥날쑥한 가격 간의평균을 내는 것이어서 오류가 생길 수 있지만 거래량이 늘면서 이런 우려가 사라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중국 상하이에도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개설될 예정이어서 양국 통화의 직거래 규모가 한층 커질 전망이다.

한국을 '위안화 거래의 허브'로 만들기 위한 밑거름이 뿌려지는 셈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팀장은 "중국에서도 직거래 수요가 있었는데 상하이시장이 생기면 원화 활용도가 높아져 경제성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양쪽에서 직거래되면 거래량과 실수요가 모두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여전히 원/위안 직거래 시장에서 무역결제 수요 비중이 작고 은행 간 거래 비중이 큰 것은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위안화에 대한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원/위안 직거래 시장이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올 3분기(7∼9월) 중국으로 수출한 우리 기업이 위안화로 대금을 받은 비중은대중 수출 결제대금의 3.4%에 그쳤다.

애초 우리나라가 직거래 시장을 개설할 때 중장기 목표로 삼은 20%에 한참 모자라는 것이다.

위안화가 무역결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않는 것은 대부분 기업이 달러화결제에 익숙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중국발 금융 불안도 기업들이 위안화 직거래 시장에 쉽게 뛰어들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 연구위원은 "달러보다 위안화가 아직은 사용하는 데 편리한 돈이 아니라 기업들의 위안화 수요가 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porque@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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