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에 발목잡힌 금감원‥감독기구 위상 추락 '노심초사'

박병연 부장 (부국장)

입력 2014-08-21 16:07   수정 2014-08-21 17:00




금융감독원이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 등 KB금융그룹 임직원 120여명에 대한 제재수위를 결정하지 못하고 두 달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면서 감독기구로서의 위상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금감원은 오늘 오후에도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KB금융 임직원에 대한 제재 안건을 논의하고 있지만 결론을 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제재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제재심의위원회 참석에 앞서 “오늘은 반드시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지만, 오늘 저녁 늦게까지 이건호 행장 등 국민은행 임직원들의 소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격히 심사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지만, 제재 대상자들의 소명이 지루하리만큼 계속 이어지고 있고, 제재심의위원들도 피로를 호소하고 있어 오늘 안에 결론을 낼 수 있을지는 사실 장담하기 어렵다”고 토로했습니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제재심의위원회에서도 KB금융에 대한 안건만 다뤘는데도 불구하고 이렇다할만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는 공방만 하다 끝났고 임 회장의 주요 징계 사유 중 하나였던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안건으로 올리지도 못했습니다.

이처럼 KB금융에 대한 제재가 아무런 성과없이 계속 미뤄지면서 불법 부당 행위로 금감원 제재를 기다리고 있는 다른 금융회사들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입니다.

올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인 KB카드와 농협카드, 롯데카드 등 카드 3사는 이미 지난 2월 3개월 영업정지와 과태료 부과라는 기관 제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카드사 임직원에 대한 제재는 기관 제재 후 6개월이 지났지만 심의 안건으로 조차 오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CJ그룹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 차명계좌 수백 개를 만들어준 혐의를 받고 있는 우리은행과 고객 계좌를 불법으로 조회하다 적발된 신한은행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신속한 제재가 필요하지만 도대체 언제 다뤄질 지 오리무중입니다.

금감원과 KB금융간 공방이 길어지면서 다른 중요 사안들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렇게 시간을 끌었는데도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에 대한 징계수위가 경징계로 감경된다면, 감독당국으로서의 위상이 땅바닥에 떨어질 우려가 있다는 점입니다.

금감원은 자체 검사 결과를 토대로 해당 금융회사와 관련 임직원에게 징계수위를 사전 통보하는 데, 사전 통보한 징계수위보다 낮아진다는 것은 결국 검사가 부실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일부에선 이번 일을 경험삼아 금감원이 갖고 있는 금융회사와 관련 입직원에 제재심의 기능을 별도의 독립기구로 때어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제재심의위원회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는 점이 큰 문제”라며 “금융제재위원회 같은 독립된 법률상 제재기구를 만들어 법원의 역할을 맡도록 하는 등 제재 절차의 법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별도의 심의기구 설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기존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는 금융화사 즉 기관에 대한 제재수위만 결정하고 관련 임직원, 즉 개인에 대한 징계는 위반행위의 정도에 따라 사법부나 해당 금융회사에 일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는 물론 가벼운 수준의 징계를 받더라도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큰 만큼, 감독당국의 결정을 순순히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게 대심제인데, 징계 대상자에게 아무리 충분한 소명 기회를 주더라도 감독당국의 결정에 순순히 승복할 가능성이 희박한 만큼, 이번 기회에 제도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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