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은행원도 외면한 총파업…'성과주의 역풍 부나'

조연 기자

입력 2016-09-23 17:40   수정 2016-09-23 17:23

    <앵커 1>
    금융노조 총파업, 취재 기자와 더 자세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연 기자. 오늘 은행 파업 현장 다녀오셨죠? 현장 분위기 어땠나요?

    <기자 1>
    이른 아침부터 상암월드컵경기장에 많은 금융노동자들이 모였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버스도 줄지었구요.
    하지만 노조가 애초에 목표했던 10만 노동자의 90%, 9만명에는 현저히 미달됐습니다.

    정부의 집계에 따르면 참석자는 총 1만9천여명으로 은행권 전체 근로자의 15%, 금융노조 조합원 10만명의 19%에 그쳤습니다.
    특히 4대 시중은행은 3%로, 사실상 노조집행부 인원 외에는 전혀 참석하지 않은 셈입니다.
    화면에서도 보실 수 있겠지만 신한, 우리, 국민, KEB하나은행은 좌석 대부분이 비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금노 측에서도 예상보다 저조한 참석율에 당황한 모습이었는데요.
    급히 잔디구장에 앉아있던 인원을 관람석 좌석으로 올리거나, 팻말이나 현수막을 의자 위에 놓아 빈 자리를 채우느라 행사 시작도 1시간이나 늦췄습니다.
    금융노조 측은 6만5천명이 참석했다고 발표했는데요. 현장에서 어림짐작하기에는 약 2만명 수준이었습니다.


    <앵커 2>
    금융권 파업 이번이 처음이 아니죠. 과거에 대비해서 그 파급력을 비교해본다면 어떨까요?

    <기자 2>
    금융노조의 총파업은 이번이 3번째 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정부 주도의 은행 구조조정 바람이 불었던 2000년, 그리고 공공금융기관 낙하산 인사문제가 불거졌던 2014년에 이은 것인데요.
    과거 두 번은 모두 `관치금융 철폐`를 내걸고 진행됐었습니다.
    반면, 이번 금융노조 총파업의 발단이 된 것은 바로 `성과연봉제`인데요.
    아무래도 임금체계의 변화라는 은행원의 실질적인 삶과 닿아있기 때문에 과거보다는 더 많은 인원이 참여할 것이란 기대가 안팎으로 높았습니다.
    금융노조, 그리고 사측에서도 오늘 총파업 참여율이 향후 파업 정당성의 열쇠, 궁극적으로 성과연봉제 도입 여부의 기반이 될 것이라 입을 모았는데요.
    하지만 끝내 노조 내에서도 파업을 외면했다는 뼈아픈 현실을 보인 셈이 됐습니다.
    한편, 금융 소비자들이 겪은 불편함, 그 파급력을 보자면, 2000년 총파업 당시에는 고객들이 예금을 미리 인출하려는 `뱅크런`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앞서 리포트에서 보셨듯이 전산 마비나 업무 혼란이 크지 않은 모습입니다.


    <앵커 3>
    그래도 2년 전보다 총파업보다는 많이 참여했죠? (네, 그렇습니다) 사람은 많았는데, 그 파급력은 `찻잔 속 태풍`이다. 이유는 뭘까요?

    <기자 3>
    앵커는 최근에 언제 은행에 가보셨나요?
    사실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많은 사람들은 오늘 하루 은행에서 총파업이 벌어졌는지 조차 모르실 수 있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은행을 찾지 않는다는 거죠.
    청년층을 필두로 이미 많은 고객들은 인터넷 또는 모바일 뱅킹 서비스에 완벽하게 적응한 상태입니다.
    또 은행들은 최근 앞다퉈 비대면서비스를 강화하고, 무인점포, 스마트근무제 등을 선보이고 있는데요.
    한 예로 지난달 개설된 신한은행 `스마트 브랜치`를 보면 은행원은 1명일 뿐, 업무를 보는 옆 자리에는 디지털키오스크라는 기계가 대신 설치되서 고객을 응대합니다.
    단순히 입출금, 송금 등을 하는 ATM 보다 발전해서 계좌개설, 예적금, 펀드 가입 등 107가지의 업무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모든 은행들의 모바일뱅킹은 최근 비대면 서비스 범위가 넓어져 은행 창구를 찾는 일이 드물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은행의 통계에서도 2005년 26%를 차지했던 창구거래 비중이 10년이 지난 지금 10%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금융노조 파업이 은행원들의 역할이 그만큼 줄었다는 현실을 노출해 끝내 역풍을 맞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는데요.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은행권이 맞이하고 있는 패러다임의 변화는 인력 구조조정도 포함되지만, 더 크게는 금융의 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업의 생존이 달린 문제라는 것이 본질입니다.


    <앵커 4>
    이제 남은 것은 `성과연봉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 총파업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저지할 수 있을까요?

    <기자 4>
    아무래도 참석율이 저조했던 만큼, 되려 성과연봉제 도입 당위성이 강조될 가능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올해 안에 시중은행들의 성과연봉제 도입이 유력하다는 분석인데요.
    실제 시중은행들은 지난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산별교섭을 하지 않고 개별교섭을 통해 성과연봉제 도입을 시도할 예정입니다.
    금융노조는 전체 지부로부터 `개별교섭과 합의를 절대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다고 했지만, 지난 금융공공기관의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한 두군데가 이탈하면 도입은 잇달아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각 은행마다 개별 이슈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민영화 성공을 위해서, KEB하나은행은 최근 외환과 하나, 두 노조 통합을 선포한 만큼 임금체계 단일화하는 과정에서 성과연봉제 도입이 진척될 수 있고요.
    국민은행은 성과주의 문화 도입이 뒤쳐져 있는 만큼 속도를 낼 것이란 분석이, 또 신한은행은 성과연봉제가 상당 부분 이미 적용되어 있는 만큼 노조와의 합의에 주력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성과연봉제 기반이 되는 개인별 성과 판단 기준입니다.
    최근 웰스파고 사례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과도한 성과 경쟁으로 인해 허위로 실적을 조작하거나, 고객 명의를 도용하는 등 이런 성과주의 부작용을 주시해야 하는데요.
    근로자가 납득할 만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이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노조도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기 보다 사측과의 협의에 나서서 노사의 합의를 바탕으로 한국의 금융 산업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길 바래봅니다.


    <앵커>
    네, 조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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