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업구조조정과 고르디우스의 매듭

최진욱 부장 (부국장)

입력 2017-03-24 10:01  

사람으로 치면 어느덧 중년에 접어든 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은 1973년 설립된 대한조선공사가 그 뿌리)이 또 다시 수술대에 오른다.

(사진 : 대한조선공사 시절 용접 작업)

1993년에 선박수주 세계 1위를 달성한 뒤 대우그룹으로 인수되었고, 2000년 워크아웃을 졸업해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금도 선박수주잔량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이제는 부실기업의 대명사가 되어버렸다.

2015년 10월 4조2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했지만 조선업 시황 개선이 예상보다 더뎌지면서 새로운 회생방안을 만들수 밖에 없다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잘못된 예측과 이로 인한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이지만 `국민경제`를 볼모로 이번에도 `대마불사`가 반복된 느낌을 지울수 없다.

외환위기 직후 대우그룹 해체와 맞물린 구조조정은 국가적 위기 앞에서 불가피한 점이 있었다.

문제는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뒤 벌어진 상식 밖의 일들이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은행과 은행이 관리하는 대형기업을 마치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위대한(?) 전통이 현재의 결과를 만든 근본적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좌 : 강만수 전 산업은행 회장, 우 :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

낙하산 인사, 경영진과 이사회의 전횡, 회사 안팎 이해관계자들의 도덕적 해이, 이들을 감시해야할 전문가집단의 직무유기가 *59조원의 부실공룡을 만들어냈다.

정부가`우국의 충정`으로 대우조선해양 회생방안을 만들었다는 점을 의심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라는 국가적 자산을 `역사적인 골치덩어리`로 만든 책임은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차 버리고 누구도 풀 수 없는 난제로 만든 그 책임은 이제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것이다.

알렉산더 대왕이 현재 터키의 앙카라 서쪽에 위치한 고대 프리기아 왕국의 수도 고르디움에서 단 칼에 베어 유명해진 `고르디우스의 매듭`.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자르는 알렉산더 대왕 ; 장 시몬 베르텔레미 작품, 위키피디아)

표를 받아야 하는 정치인, 이들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관료, 엘리트 공무원의 입김에 하루 아침에 운명이 바뀌는 국책은행과 그 자회사들은 갈수록 풀기 어려운 매듭이 되고 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17년 전 풀 수 있었던 매듭은 이제 알렉산더 대왕의 칼조차 끊어낼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단단해졌다.



국민건강을 위한 것이라는 설명과 함께 담배에 부과된 세금을 두 배 이상 올리면서 국민 호주머니에서 연간 12조4천억원이나 더 털어간 정부가 부실기업이 쓰러지면 국민경제가 붕괴될 것이라며 또 손을 내미는 이 상황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정치인과 공무원들의 전매특허인 `국민경제`를 진정으로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 지원책을 발표하면서 1월부터 실사를 진행한 회계법인의 추정이라며 경영정상화가 제대로 추진되지 못할 경우 최대 59조원의 국가경제적 파급효과가 추정된다고 밝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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