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에 떨어진 국내 증권사의 신뢰’…미래예측 왜 중요한가?

입력 2017-06-26 08:37  



올해 상반기가 마무리되면서 국내 증권사의 예측력이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은 날로 증가한다. 최근 기후변화, 에너지 위기, 급속한 과학기술 발전 등으로 경제사회적 여건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형성되는 미래 트랜드를 읽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시기다.

정확한 미래예측이 생존의 전제가 되는 사회다. 미래를 대비하고 예측하는 능력이 경제주체들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대두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 속에서의 기업과 금융사의 위치파악과 지향할 미래상에 대한 방향설정은 나침판과도 같은 존재다. 특히 증시에서 그렇다.

미래예측을 잘해서 국운을 좌우한 사례들이 많다. 1990년대 중반까지 전형적인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는 떨어지는 출산율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으로 현재 유럽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부상했다. 두바이도 원유매장량이 얼마 안 돼 고갈될 것으로 예측해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부동산, 관광, 무역, 금융 영역으로 경제 발전을 도모한 결과 불모의 사막을 세계 최고의 도시국가로 변모시켰다.




미래예측을 잘못한 사례들도 많다. 1977년 디지털 장비회사인 DEC(Digital Equipment Corporation)의 켄 올손 회장은 ‘집에 컴퓨터를 갖고 있으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해 회사운명이 좌우됐다. 1983년만 하더라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우리는 32비트 운영시스템을 절대로 만들지 않을 것이다’고 말해 나중에 최대 실언으로 인정했다. 역사적으로 미래예측 실패는 1985년 영국의 수학지이면서 물리학자인 로드 캘빈이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의 비행은 불가능하다’는 예측을 꼽는다.

미래예측의 성공과 실패사례는 한 국가와 기업, 금융사의 생존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적인 단서가 된다. ‘초불확실성 시대(hyper-uncertainty)’를 맞아 경제주체들은 다가올 미래 사회의 변화에 대비하고 불확실성에 따른 위험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미래예측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예측하는 만큼 다양한 기법들이 있다. 그리스 신화의 태양신인 아폴로가 미래를 통찰하고 신탁을 했다는 ‘델피의 신전’에서 유래된 ‘델파이기법(Delphi Technique)’은 여러 전문가를 대상으로 반복적인 설문을 통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복적으로 수집·교환함으로써 제시된 의견을 발전시켜 나가는 미래 예측 방법이다.

트렌드 분석(Trends Analysis)은 현재와 과거의 역사적 자료 또는 추세에 근거해 앞으로 다가올 미래사회 변화의 모습을 투사하는 방법이다. 일련의 데이터에 연장선을 긋는 방법으로 추세를 예측할 수 있으며 수학적·통계적인 방법을 활용한다. 경제 성장, 인구 증감, 에너지 소비량, 주가 등 가격변수 등을 예측하는데 사용된다.

직관적 예측(Intuitive Forecasting)은 주관적 판단에 입각해서 미래를 추측하는 방법이다. 추측은 주관적 판단에 기초하여 미래의 변화 모습을 예측하며 추측의 기초는 예측자의 통찰력, 창조적 지각력, 내면의 숨은 지식 등 직관력으로부터 나온다. 예측의 결과는 예측자 자신의 목표, 가치, 신념, 선입견, 편견, 의도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결정적인 단점이다.

자유토론 기법(Brainstorming)은 각 분야의 전문가가 한자리에 모여 자유로운 토론을 주고받는 가운데 미래에 관한 전망을 종합해 내는 기법이다. 주로 연구 초기에 전반적인 상황을 조망하고 연구주제를 구체화하거나 과제를 추출하는 단계에서 널리 사용된다. 정해진 기간 동안 주기적 모임을 통해 미래 전망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제시해 전략을 수립한다.

미래예측기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는 시나리오(Scenario) 기법은 미래에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구상해 각각의 전개 과정을 추정하는 기법이다. 미래의 가상적 상황에 대한 단편적 예측이 아니라 복수의 미래를 예측하고 각각의 시나리오에서 나타날 문제점 등을 예상해 보는 방법이다.

시나리오 기법의 목적은 ‘미래에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 ‘이러 이러한 조건들이 만족된다면, 혹은 이러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한다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예측을 실패한 사례들은 무수히 많다. 그 중에서 누니엘 루비니 교수의 ‘더블 딥 혹은 공황론’과 마크 파버의 ‘중국경제 붕괴론’은 월가에서는 증시공해로 불리울 만큼 대실수에 해당한다. 국내 증시에서 비관론을 고집스럽게 주장해 일생일대에 한두 번 찾아올까 할 기회를 잃게 한 사람들도 있다.

2009년 2분기 이후 주가 상승률이 무려 300%가 넘는 확실한 추세를 읽지 못하는 데에는 각종 예측시 흔히 범하는 일곱 가지 함정 때문이다. 이번 위기를 거치면서 월가에서는 ‘루비니-파버의 7대 예측함정’이라 꼬집는 사람들도 있다. 커다란 투자기회를 잃게 한 것에 대한 비꼬는 용어이긴 하지만 각종 예측하는 사람들에게는 많은 교훈을 함축하고 있다.

첫째, 가장 흔하기 범하는 것은 ‘트렌드 분석에 따른 예측함정’이다. 현 시점에서 주도 트렌드를 찾고 그 연장선상에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현재 상황이 미래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트렌드의 영향력, 방향성, 패턴이 변화할 수 있음을 간과하는 오류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미래예측을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메가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이 흐름에 부합되지 않거나 불확실해 무시했던 변수들이 현실화되면서 1~2년도 못가서 틀리는 경우가 많다. 미래 트렌드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현재의 트렌드에만 초점을 맞춰 예측할 때 범하는 오류다.

둘째, ‘심리적 편향에 따른 예측함정’이다. 예측자의 오랜 경험과 지식이 독특한 심리적 편향을 유발토록 해 예측모델을 잘못 설정하거나 자료를 편향적으로 선택하게 한다. 또 심리적 편향은 미래예측 과정상의 모델구성 뿐만 아니라 이용자로 하여금 올바른 예측을 잘못 해석하게 만든다. 한 마디로 미래예측을 빗나가게 하는 심리적 함정이다.

셋째, ‘고정관념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과 기존 예측 등이 고정관념으로 작용해 미래 예측상에 새로운 정보나 변화, 방향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에 나타나는 오류다. 과거 부동산으로 손해 본 적이 없으니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동산 불패신화가 대표적인 사례다.

넷째. ‘자기 과신의 함정’이다. 자신의 예측, 실행, 판단능력을 과신한 결과 잘못된 미래 예측에 빠지는 것으로 특히 전문가, 경영자들에게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자기 과신에 빠진 예측자들은 자신의 정보량을 과대평가해 새로운 정보에 소홀해지거나 남의 말을 잘 듣지 않을 때 흔히 범하는 오류다.

다섯째, ‘기억력의 함정’이다. 과거 경험했던 재해나 극적인 사건을 지나치게 염두에 두고 미래를 전망한 결과 예측이 비관적, 보수적으로 편향되게 흐르는 현상이다. 2003년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의 폭발을 본 사람들은 우주개발사업을 비관적으로 예측했으나 2008년 이후 일본, 중국, 인도 등이 경쟁적으로 달 탐사 위성발사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우주개발 경쟁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낙관적으로 예측하는 경우다.

여섯째, `신중함의 함정`이다. 예측자들이 틀릴 것을 우려하여 지나치게 신중을 기한 결과 자신의 실제 예상보다 보수적이거나 수요자의 생각에 부응하는 예측을 내놓는 경향이 높다. 애널리스트들의 경우 강세장에서 약세를 외치기가 힘든데 이는 예측이 빗나갈 경우 많은 비난에 시달리며 심각한 후회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상 대세를 따라간 경우에는 대세 자체가 틀려도 비난이 덜하고 후회할 여지가 작아지므로 예측자는 미래에 발생할 후회를 줄이기 위해 신념보다 대세나 중도를 따르게 된다. 증권사까지 포함해 20개가 넘는 국내 예측기관들이 내놓는 경제 성장률이 한국은행 전망치에 수렴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일곱 번째, `증거 확인의 함정`이다. 미래를 예측할 때 자료수집과 해석과정에서 자신의 원래 가설에 부합되는 증거들만 채택하는 성향으로 미래예측이 편향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다. 미래예측에서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미래 방향성에 대한 가설을 먼저 설정하고 그 답을 찾는 경향이 높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호 성향이 작동해 자신이 설정한 가설이 틀렸어도 자기 생각을 지지하는 정보에 더 끌리게 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모든 것이 바뀐다”. 뉴 밀레니엄 시대를 맞은지 20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세계인들에게 영국의 경제전문지 EIU를 비롯한 모든 예측기관들이 가장 먼저 역설하는 주문이다. 2차 대전 이후 경제활동을 주도해 왔던 글로벌 스탠다드와 전혀 다른 ‘뉴 노멀’ 시대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세계경제를 특징짓는 현상(루니엘 누비니 뉴욕대 교수)인 뉴 노멀은 종전의 글로벌 스탠다드와 글로벌 거버넌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 주도했던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이제 위기 전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신뢰와 글로벌 스텐다드의 이행강제력은 땅에 떨어졌다.

뉴 노멀 시대에는 세계경제 최고단위부터 바뀐다. 2차 대전 이후 국제규범과 국제기구를 주도해 왔던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선진 7개국(G7)에서 중국이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른 주요 20개국 (G20)으로 빠르게 이동되고 있다. 2010년대 태동될 국제규범은 보다 많은 국가들의 이익이 반영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글로벌화 추세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각국의 이익이 보다 강조되는 과정에서 글로벌 추세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벌써부터 뉴보호주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국제기구의 회의론과 함께 신역할론도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G20서울회담을 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쿼터 재조정이 이뤄졌다. 세계경제 중심축 이동과 함께 회의론이 불었던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른 국제기구들도 IMF와 비슷한 운명을 걸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기구간의 연계 움직임도 빠르게 이행될 것으로 확실시된다. 이미 WTO와 IMF 간의 연계움직임이 시작됐다. 갈수록 무역과 금융 등 경제 각 분야가 ‘이분법 경제(dichotomized economy)’에서 ‘불가불 경제(dis-dichotomized economy)’로 바뀌는 상황에서 국제기구가 본래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도 서로 협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뉴 노멀 시대에는 경제학에도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주류 경제학과 비주류 경제학 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그것이다. 금융위기를 계기로 ‘합리적 인간’ 을 가정한 주류 경제학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되는 대신에 심리학, 생물학 등을 접목시켜 행동 경제학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가정이 무너진다면 자유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시장경제에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다. 금융위기와 같은 시장실패(market failure) 부문에 대해서는 국가가 개입할 수밖에 없는 정당성을 부여해 준다. 시장과 국가가 경제문제를 함께 풀어나가는 혼합경제가 한동안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완화보다 규제강화, 사적이윤보다 공공선이 강조되면서 자유주의와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곳은 산업분야다. 모든 것이 보이는 증강현실 시대를 맞아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차별화 혹은 고부가 제품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요구가 증대된 반면 후발기업들은 창의?혁신?개혁?융합?통합?글로벌 등 다각화 전략을 통해 경쟁력 격차를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새로운 공급여건이 정착되고 있다.

수요면에서는 트렌드의 신속한 변화에 따라 고부가 제품에 대한 욕구가 강해지는 반면 이들 제품 소비에 드는 비용을 무료 컨텐츠 제공 등을 통해 줄여나가는 이율배반적인 소비행태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이런 움직임을 가속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한 인간 중심의 커넥션은 사회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종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나눔, 기부 등 이른바 ‘착한 일’에 참여하고자 하는 욕구가 증대되고 이런 움직임을 주도하는 기업과 계층에 대해 가치와 평가를 부여하는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벌써부터 천재성 제품으로 구성되는 ‘알파라이징 인더스트리’와 빈곤층을 대상으로 하는 ‘BOP 비즈니스’가 2010년대를 상징하는 유망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이미 많은 분야에 걸쳐 변화를 몰고 오는 ‘뉴 노멀’이 새로운 스탠다드로 정착되지 못하는 경우다. 이런 상황이 닥치면 뉴 노멀에 대한 실망감과 위기 전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향수가 겹치면서 ‘규범의 혼돈(chaos of norm)’ 시대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10년째를 맞아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나선형 복합위기’가 거론되는 것도 이 이유에서다. 1987년 블랙먼데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등 위기가 10년마다 반복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뉴 노멀 시대를 맞는 모든 경제주체들은 기대와 희망만으로 갖기에는 편치 않아 보인다.


<글. 한상춘 <a href=http://sise.wownet.co.kr/search/main/main.asp?mseq=419&searchStr=039340 target=_blank>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객원논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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