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베트남법인을 가다…주차장까지 전선 드럼 가득

입력 2016-08-28 12:01  

현지 1위 전선기업으로…초고압전선 공정 베트남 유일한국 주재원은 3∼5명, 현지화…"베트남인 임원도 나올 것"

베트남 하노이에서 한시간 반가량을달려 도착한 베트남 수출입 관문이자 최대의 항구도시 하이퐁시 LS비나 케이블(LS[006260]-VINA) 공장.

지난 25일 공장 정문을 들어서자 곳곳에 사람 키와 맞먹을 정도의 대형 나무 드럼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이곳 공장에서 생산해 통신장비사로 갈 전력케이블이다.

주문량이 많아 주차장으로 쓰던 공터마저 전선 드럼통이 차지했다.

박한용 LS-VINA 관리담당(차장)은 "필리핀과 미얀마 등으로 나갈 것들"이라며 "주문자가 원하는 대로 길이와 굵기, 무게, 피복 색깔까지 사양이 전부 다르다"고 말했다.

1996년 설립된 LS비나 케이블은 첫해 매출 18억원에서 지난해 3천491억원으로초고속 성장, 베트남 1위 전선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공장을 본격적으로 돌아보기 전 LS-VINA 측에서 차가운 손수건을 먼저 내어준다. 이날 기온은 37도. 한창 덥다가 이날은 기온이 조금 낮은 편이라고 했지만 공장안으로 들어서니 소음과 함께 바람마저 멎으며 후끈한 열기가 몰려온다. 한 바퀴 돌고 나니 셔츠가 흠뻑 젖었다.

공장은 LV(저압), MV(중압), HV(고압) 생산동으로 이뤄졌는데 전선 제품은 신선-연선-절연-연합-시스(Sheathing) 공정을 거친다.

신선은 용광로에서 전기동판을 넣어 1차 구리 나선을 만드는 공정이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용광로에서 이어진 라인에는 8㎜ 굵기의 구리선이 뱅글뱅글 돌면서 가래떡 뽑듯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용광로의 최대 온도는 1천℃에 이른다.

이렇게 나온 전선은 여러 개를 꼬아 합치는 연선 공정을 거친다. 전선을 한 가닥으로 하면 끊어지거나 온도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 해서 가늘고 긴 선을 여럿 꼬아만들면 저항성이 강하다고 한다.

이어 전기가 누설되지 않도록 절연체를 만드는 절연, 피복된 절연체를 꼬아주는연합, 압출기를 이용해 외부 피복을 입히는 시스 공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LS-VINA는 초창기에는 MV 생산동만 가동하다 2008년 LV, 2010년 HV 생산동을 증축했다.

MV와 LV는 플랜트, 주택, 상가 등에 사용된다. 지중 케이블이라고도 하는 HV는각국의 전력청이 주 고객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이다. 세계적으로 500kV급까지상용화가 이뤄지고 있다.

HV 제품은 생산과정에서 테스트도 함께 이뤄진다. 전력을 끝에서 끝까지 쏘아보고 저항을 확인하거나 큰 수조에 넣어 기포가 생기는지 등을 확인한다. 초고압 제품에 대한 테스트이기 때문에 번갯불 같은 섬광이 일기도 한다.

특히 CCV(현수식 연속 압출시스템) 생산라인의 높이는 40m에 이른다.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230kV급 전력 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다. 전선이 40m에서 시작해 곡선을 그리면서 내려온다.

전압이 커질수록 절연(도체를 폴리에틸렌으로 감싸는 과정)이 중요하다. 고압전선일수록 절연체의 두께가 엄청나게 늘어나기 때문에 수평으로 생산하면 중력으로절연의 아래쪽은 두껍게, 위쪽은 얇게 나와 얇은 쪽은 전선이 파괴될 수도 있다.

박 차장은 "각도가 높을수록 초고압선이라고 보면 된다"며 "66kV 이상은 초고압이라 하는데 그 이상 만들 수 있는 공장은 베트남에서 LS-VINA가 유일하다"고 설명했다.

초고압 제품은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에 운송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해저 케이블은 해상에서 바로 운송할 수 있도록 하고, 지중 케이블은 500m 이하로 생산해 접속재로 연결하는 방식을 쓴다고 한다.

하이퐁 지역은 LS-VINA가 진출한 초창기에는 시에서 떨어진 별개 공단으로 존재했지만 인구가 늘고 도시가 커지면서 이제는 하이퐁 시내로 편입됐다. 시멘트 공장은 분진이 날린다는 이유로 멀리 옮겨갔다.

지난해 하노이와 하이퐁을 잇는 고속도로가 들어섰고, 두달 전 하이퐁 국제공항도 생겼다. 상전벽해 수준이다.

북부에서 전력케이블을 생산하는 LS-VINA와 달리 남부 호찌민시에 있는 LSCV는통신케이블을 담당한다.

이튿날 도착한 LSCV 공장. 호찌민시에서 벗어나 1시간가량을 달리는 동안 도로양옆으로 건설 중인 고층 아파트와 대형 크레인 등 개발이 한창이다.

곧 말끔하게 정돈된 공단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곳 동나이성 연짝 지역에는 LSCV뿐만 아니라 효성[004800], LG생활건강[051900] 등 한국기업도 다수 진출해 있다.

LSCV 전체 부지는 약 5만평(16만6천㎢), 2만2천평의 여유가 있어 신규 수주와 시장 상황을 보며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LSCV는 LS-VINA의 OEM 물량인 LV를 제외하면 매출의 95%를 해외에서 얻는다. 앞으로는 베트남 내 영업소들을 통해 내수 통신시장의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곳의 UTP케이블(랜 케이블) 생산량은 한 달에 4만㎞. 지구 한바퀴를 도는 양이라고 한다.

송우성 LS전선 베트남법인장은 "HV는 고객이 한정적이어서 LS-VINA에서 생산하고, MV는 생산물량이 조금 부족해 LSCV에서도 하려고 한다"며 "전력은 운송비 부담이 크지만 통신은 규격화돼 있고 재고처리가 가능해 남부에서 만들어도 북쪽까지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LS-VINA와 LSCV의 직원 수는 각각 430여명, 240여명. 한국인 직원은 각각 3명과5명, 나머지는 모두 현지 직원들이다. LS-VINA는 2013년부터 공장장도 현지인으로바꿨다.

베트남에 진출했다가 5년 전 철수한 프랑스의 한 전선업체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갈등이 이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LS전선 역시 사업 초기 잘못된 시장 분석과 합작 파트너사와의 문제, 동남아시아 경제 위기 등이 겹쳐 2005년 한차례 구조조정을 겪기도 겪기도 했다.

그러나 현지 직원들과 함께 위기를 이겨냈고 매년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불구하고 쟁의 없이 원만하게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베트남 정부로부터 노동훈장을 받기도 했다. 학교를 건립하는 등 지역사회 기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박경일 LS전선 사업지원본부장(상무)는 "진출 초창기에는 본사 인력이 많이 필요했지만 사업이 차츰 안정되면서 현지인의 비중을 늘린 것"이라며 "올해 안에 베트남 현지 직원 출신의 임원 배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nomad@yna.co.kr(끝)<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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