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공이 많으면…" 최고기사 모인 단체전도 알파고에 역부족

입력 2017-05-26 16:44   수정 2017-05-26 16:57

"사공이 많으면…" 최고기사 모인 단체전도 알파고에 역부족

인간팀 공조 '삐걱'…전반 팽팽하다 백 58수로 알파고 승기



(우전<중국 저장성>=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인간계 최고의 바둑기사 5명이 26일 알파고에 단체로 맞섰지만 역시 역부족이었다. 커제 9단이 알파고에 2연패한 상황에서 단체 상담기는 그나마 인간에게 승산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저우루이양(周睿羊·26) 9단을 대표로 한 천야오예(陳耀燁·28)·미위팅(미昱廷·21)·스웨(時越·16)·탕웨이싱(唐위星·24) 등 9단 기사 5명은 서로 상의하면서 단체로 알파고와 겨루는 상담기를 진행했다.

5명 모두 세계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최정상급 기사들이다.

상담기는 이날 오전 공개무대에서 열린 복식전 페어대국과는 달리 알파고와 커제 9단이 겨뤘던 2층 징싱(景行)청의 비공개 대국장에서 진행됐다. 인간팀이 흑돌을, 알파고가 백돌을 잡았다.

구글 딥마인드 측이 이벤트로 여긴 복식 대국과는 다르게 상담기는 알파고의 패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세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들 기사는 다음 수를 서로 상의하면서 환하게 웃음을 짓거나 한결 여유롭고 편안한 표정이었다.

비교적 초반이 잘 풀려나갔을 것이라는 관측이 가능했다.

이날 단체전 대국은 알파고의 한계와 창의력을 테스트하면서 알파고가 인간의 서로 다른 바둑 스타일에 어떻게 적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이 대국의 취지였다.

저우 9단이 한 수 둘 때마다 뒷자리에 모여 앉은 4명의 기사와 상의해가며 착점해나갔다. 뒷자리에 앉은 천야오예·미위팅·스웨·탕웨이싱은 모형 바둑판을 두고 최적의 수를 협의해나갔다.

저우 9단은 이 중에서 가장 알파고를 잘 이해하고 있는 기사로 꼽힌다. 저우루 9단은 딥마인드의 초청을 받아 비밀리에 알파고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취지대로 기사 5명은 다음 수에 대한 이견을 조율하면서 상담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인간팀은 중요 대목에서 장고를 거듭했지만, 알파고는 거의 1분내에 바둑을 뒀다.

인간팀이 기세로 나아갔다면 알파고는 원투펀치에 대응하듯 깔끔하게 타개해나갔다. 김성용 9단은 "바둑 기술서적인 '사카다의 묘(妙)' 시리즈 이후 가장 멋진 타개로 남을만한 수였다"고 평가했다

초반 만만치 않게 진행되던 대국의 형세는 백 58수와 백 60수로 알파고에 사실상 정리되면서 분위기가 넘어갔다. 남의 손을 빌려 자신의 돌을 살려내는 절묘한 수로 인간팀이 만들어놓은 흑 진영을 초토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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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팀엔 '사공'이 많은 단점이 부각됐다. 의견 충돌이 났을 때 이를 어떻게 조율하고 정리하는지가 관건인데 원활하게 이뤄졌는지가 의문이었다. 기사 5명의 기풍이 모두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예컨대 천야오예 9단은 극단적인 실리파이고 스웨 9단은 '깡패 바둑'이라 불릴 정도로 기가 센 바둑을 둔다.

상담기 제한시간을 각자 2시간 30분에 1분 초읽기 3회씩으로 커제와의 일대일 대국보다 줄여놓은 것도 인간팀에게 다소 불리한 대목이었다. 알파고가 제한시간을 2시간 남겨놓았을 때 인간팀에겐 34분밖에 남지 않았을 정도였다.

제한시간을 넘겨 초읽기에 들어가게 되면 더욱 알파고에 유리해진다. 그때에는 사실상 저우 9단과 알파고의 단독 대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기사들이 웃으면서 바둑을 둘 정도로 절박함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간과 알파고가 한팀씩 이뤄 바둑을 뒀던 복식조 페어바둑에서는 인간과 인공지능이 서로를 이해하고 보조를 취하며 절묘한 합작수가 이어졌지만 정작 단체전에서는 인간끼리 공조가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joo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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