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신임 KBO총재 "야구를 '한국인의 힐링'으로 만들겠다"

입력 2017-12-13 05:45   수정 2017-12-13 11:40

정운찬 신임 KBO총재 "야구를 '한국인의 힐링'으로 만들겠다"
"10개 구단·선수·팬은 물론 아마야구까지 동반성장이 중요"
"정치인 총재 걱정 안 해도 돼…진정한 야구팬의 등장으로 봐주길"
"죽으라고 두산 응원했지만 이젠 '脫두산'…프로야구 전체를 아우르겠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프로야구 KBO리그를 이끌어 갈 새 수장으로 선출된 정운찬(70) 전 국무총리는 "미국에선 야구가 생활이고 일본에선 야구를 종교라고 한다"면서 "저는 야구를 한국인의 힐링(healing·치유)으로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신임 KBO 총재는 13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사랑하는 야구를 위해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면서 "미국과 일본 커미셔너의 임무와 양국의 제도 등을 열심히 공부하고 야구팬, 선수, 구단과 잘 협의해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선출 소감을 전했다.
KBO는 정관 제10조(임원의 선출)에 따라 지난 11일 서면을 통해 구단주 총회를 열고 정 전 총리를 제22대 총재에 선출하기로 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정 총재는 국무총리 출신 첫 KBO 총재라는 이정표를 세웠다.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총장을 거쳐 2009년 9월부터 2010년 8월까지 국무총리를 지낸 정 총재는 이후 동반성장위원장도 역임했다.
미국 유학 시절 메이저리그 경기를 자주 관전한 '야구광' 정 총재는 두산 베어스 팬으로서 프로야구 시즌 중 수시로 경기장을 찾고 라디오 해설도 했으며 야구를 주제로 '야구예찬'이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발간했을 정도로 야구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정 총재는 "그간 죽으라고 두산을 응원해왔지만, 이제 총재가 됐으니 탈(脫) 두산하겠다"라면서 "10개 구단과 프로야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KBO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정 총재와의 문답.
-- KBO리그의 수장이 된 소감은.
▲ 야구를 많이 좋아하지만, KBO 내부 상황은 자세히 알지 못한다. 잘 파악해서 준비하겠다. 미국과 일본 커미셔너의 임무와 (양국의 프로야구) 제도 등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과 선수, 구단 등과 잘 협의하고 지혜를 모아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오래전부터 KBO 총재직에 관심을 뒀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말 꿈을 이룬 건가.
▲ 사람은 어떤 자리에 있느냐 보다는 어떤 일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저는 어떤 자리를 목표로 살아온 적이 없다.
프로야구를 사랑하다 보니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논평은 해왔으나 직접 KBO 총재를 꿈꿔본 적은 없다. 그래도 사랑하는 야구를 위해 내가 무언가를 기여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 일부 야구인과 야구팬들은 정치인 출신의 KBO 총재 복귀를 우려하는데.
▲ 저는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동반성장위원회, 동반성장연구소 등 정치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할 수 있는 자리에 있었다. 동반성장 사회 건설을 위해 대통령 출마를 고려한 적도 있다. 그러다 보니 일부의 시각으로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으나 실제로 정치를 직접 해본 적은 없다.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야구를 꿈꿨고 야구를 즐기고 사랑하는 진정한 팬의 등장으로 보아주시길 바란다.
-- 야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두산 경기를 자주 관전한 것으로 안다. 이젠 특정 구단의 팬을 떠나 10개 구단 모두를 아우르는 KBO 총재가 됐는데.
▲ 저는 죽으라고(die hard) 두산을 응원했다. 대학 다닐 때 동창회 장학금을 받았는데 그때 회장이 두산그룹 전신인 OB맥주 사장이셨다. 또한, 두산의 전신인 OB 베어스가 제 고향인 충청도에 연고를 두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총재가 되었으니 '탈(脫) 두산' 하겠다. 저의 사랑은 잠시 접어두고 팬들의 더 큰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10개 구단과 프로야구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KBO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소통하며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리그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KBO 총재가 되면 꼭 해 보고 싶었던 것,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어떤 게 있나.
▲ 미국에선 야구가 생활이고, 일본에선 야구가 종교라고 한다. 저는 야구를 한국인의 힐링(healing)으로 만들고 싶다.
경기 티켓을 구입하고, 구장을 찾아 관람하고, 좋아하는 구단과 선수를 응원하는 과정 하나하나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는 야구를 만들고 싶다. 구단, 선수, KBO가 철저히 팬 중심이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동반성장이 중요하다. 프로야구 발전의 성과가 팬, 선수, 구단에 고루 흐르도록 해야 한다. KBO가 그 중심에서 대안을 갖고 소통해 나갈 것이다. 나아가 프로야구의 기초체력이라 할 수 있는 아마야구와의 동반성장도 중요하다.
-- 바깥에서 본 KBO, 그리고 한국 야구는 어떠했나. 프로야구 시장이 꾸준히 성장했으나 최근 몇몇 사건으로 팬들의 KBO 신뢰가 많이 떨어졌다. 이를 회복할 복안은.
▲ 일부 심판의 일탈행위, 일부 선수들의 승부조작 연루, 도박, 음주 운전 등 크고 작은 불미스런 일이 있었다.
사건이 표면화할 때마다 즉각 그리고 투명하게 처리했더라면 문제가 지금처럼 지나치게 커지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관련 교육과 정보의 교환, 전달 등을 더욱 철저히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겠다.
팬심(心)은 한국프로야구가 떠 있는 바다다. 바다가 깊고 넓어야 큰 배가 뜰 수 있다. 규범(discipline)과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심판위원회나 프로야구 선수협회 등 관련 조직이나 단체와 협의해 한국프로야구 혁신 차원에서 방안을 내놓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현재 자유계약선수(FA) 규약이 선수에게 불합리하다는 평가도 있고, 외국인 선수를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 일부 FA나 외국인 선수 연봉이 너무 높다는 평이 있다. 그에 반해 실력보다 충분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선수도 있어 불합리하다는 여론이 있는 게 사실이다. 특히 선수의 최저 연봉이 너무 낮다는 여론도 귀담아들어야겠다.
기본적으로 선수 연봉은 구단과 선수 개인 간의 계약관계다. 프로야구 전체의 발전을 심각하게 저해할 정도로 현 규약에 불합리한 점이 없는지 살펴보겠다. 외국인 선수 쿼터 문제는 더 생각해보겠지만, 쿠바를 포함해 대상을 광범위하게 넓히면 어떨까 생각한다.
-- 새 사무총장에 관심이 쏠린다. 염두에 둔 인물이 있는지. 새 사무총장의 요건은.
▲ KBO 실정을 정확히 파악한 후 조직 혁신과 프로야구 발전 전략에 부합하는 역량을 가진 사람을 뽑도록 하겠다.
투명성과 미래 지향성, 해외 프로야구와의 더욱 활발한 교류, 그리고 프로야구의 비즈니스 모드 정착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고 생각한다. 염두에 두고 있는 인물은 없으며 가능한 한 모든 채널을 통해 내부든 외부든 최적임자가 사무총장이 되는 방안을 신중하게 모색하고 있다.
cany9900@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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