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장혁 "영웅 아닌 조금 이타적인 구조대원 연기했어요"

입력 2013-09-16 14:24  


[김민선 기자 / 사진 김강유 기자] 장혁, 강지구 아닌 정용준을 표현하다?

데뷔 초, 단 두 마디 대사에 30번이 넘는 NG를 내던 생초짜 신인은 어느새 연기대상 대상 수상자로 우뚝 성장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120번이나 오디션을 봤던 그는 어느새 감독과 작가들이 탐내는 영향력 있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조각 같은 외모에 절제된 카리스마를 뽐내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확고히 다진 배우 장혁(37, 본명 정용준)은 최근 bnt뉴스와 함께한 자리에서 시종일관 솔직한 모습으로 인간적인 매력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특히 이번 영화 ‘감기’를 통해 2003년 ‘영어 완전 정복’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추게 된 그에게선 데뷔 16년 차의 여유로움이 묻어나오기도 했다. 시나리오를 먼저 받은 장혁은 ‘너를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에 선뜻 구조대원 강지구 역을 맡았지만 막상 연기하는 데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감독님께선 그냥 강지구란 캐릭터가 아닌 저란 사람이 잘 녹아서 표출됐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근데 그게 정말 어색하더라고요. 그동안 제 어떤 성향이 표현됐던 작품은 있었어도 나라는 사람 자체를 표현하고자 했던 작품은 없어서 그런 점이 낯설더라고요. 또 도대체 뭘 하라는 건지 감이 안 잡혔을 때 ‘이건 아닌 것 같아’라는 말 듣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오랜 고민 끝에 장혁은 김성수 감독에게 한 가지를 부탁했다. 과거 드라마 ‘명랑소녀 성공기’ 당시, 멋있기만 한 재벌 2세가 아닌 잘 삐치는 독특한 재벌 2세 캐릭터를 표현했던 그는 덕분에 이번에도 기존에 없던 새로운 구조대원 캐릭터를 완성해냈다.

“감독님께 ‘구조대원의 영웅적인 모습을 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사람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싶어 일반적인 영웅의 면모가 아니라 이기적인 생존 본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중에 조금은 이타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표현해보고 싶다고 말했더니 허락해주시더라고요.”


이처럼 사람 냄새 나는 구조대원을 연기하기 위해 소방학교에서 같이 훈련도 받고 따로 구조대원들과 어울리기도 했다는 장혁. 그러나 영화 속 그의 모습은 이러한 말과 달리 지나칠 정도로 이타적인 느낌을 안겨 관련 질문을 던졌다.

“전체적인 그림을 보면 이타적인 인물이 아니에요. 인류를 위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굉장히 소수의 자기 주변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는 이타심이죠. 예를 들어, 마트에서 도망치고 난 다음에 철장 하나로 사람들이 나뉘는 장면에서 인해(수애)가 ‘당신 구조대원인 거 아는 사람 아무도 없어요’라고 하잖아요. 그 때 원래 대사는 ‘남들이 나올 때 난 들어가는 직업이에요’였는데 이게 영웅들이나 할 수 있는 대사 같아 ‘내가 알잖아요’로 바꿨어요.”

오랜 캐릭터 분석은 장혁다운 강지구 캐릭터를 실현해냈다. 그는 납득할 수 없는 지나친 이타심이 아닌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타심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내며 단순한 스타가 아닌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배우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그는 왜 인해의 딸 미르(박민하)를 대신해서 죽음이 빤히 보이는 감염자 수용소에 자진해 들어갔을까?

“지구는 전문적인 매뉴얼을 갖고있는 인물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수용소에 감금된 건 알지만 그 안에서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는 몰라요. 그래서 인해한테 그런 말을 해요. ‘그러면 우리 저기서 죽인 데요? 그러면 나라에서 우리 이제 버린 거네’라고. 그런 것처럼 ‘설마 아닐 거야’란 기본 감정이 내재돼 있는 거죠.”

이처럼 장혁은 자신이 연기한 캐릭터의 의도를 더욱 잘 전달하기 위해 영화 속 대사를 읊거나 적절한 예시를 들어가며 인터뷰를 진행해 나갔다. 아직 영화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한 그의 모습은 가끔씩 그가 장혁인지 지구인지 헷갈리게 만들었을 정도.


이후 장혁은 ‘감기’에서 가장 임팩트가 강했던 장면을 묻자 텅 빈 도시의 모습을 떠올렸다. 관객들 사이에선 살처분 장면이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으로 남았지만 그는 일상적인 생활을 했던 공간의 고요함이 무섭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살처분 장면은 이미 촬영을 하면서 경험한 장면이라 막상 영화를 보니 그렇게 큰 공포로 다가오지 않았어요. 저는 오히려 텅 빈 도시의 건조함이 인상적이었어요. 풍성했던 도시가 격리되면서 사람들이 보이지 않고 빈 에스컬레이터가 혼자 움직이고. 그렇게 스며드는 느낌이 섬뜩하더라고요.”

영화 ‘감기’는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전형적인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물론 지구가 일반적인 재난 영화 속 영웅의 모습을 하고 있진 않지만, 대통령(차인표)은 우리가 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공포에 질린 시민들을 구해냈다. 여기에 바이러스를 극복한 이들의 삶을 담은 에필로그가 더해지면서 ‘감기’에는 재난 영화라는 장르가 무색할 만큼 동화적인 결말을 그려졌다.

“만약 이렇게 끝나지 않았다면 영화가 아니라 다큐멘터리 같았을 거예요. 그래서 관객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물론 저는 판단이 아닌 연기를 하는 측면이라 결과론적으로는 이것이 어떤 영향을 줬을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의미에서 이러한 결말이 나온 거죠.”


어떠한 질문을 던져도 성심성의껏 대답하며 영화에 대한 열정을 보인 장혁. 이에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그가 왜 데뷔 16년 차에도 여전히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예능까지 모든 영역에서 승승장구 하는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됐다.

단순히 대사만 달달 외워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가 아닌 자신이 맡은 캐릭터와 교감할 줄 아는 배우 장혁이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열의를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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