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 취재] 연극 ‘래빗홀’ 프레스콜...아이 잃은 부모 슬픔 달래주다

입력 2014-08-22 11:41   수정 2014-08-22 16:24



연극 ‘래빗홀’ 프레스콜이 8월 21일 오후 3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프레스콜은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과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하이라이트 장면은 아이를 잃은 부부의 갈등과 가족 간의 부딪힘, 가해자 소년과 만나는 순간 등이 시연됐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김제훈 연출, 강애심, 이항나, 송영근, 전수아, 이기현, 김지용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나눴다.

연극 ‘래빗홀’은 2007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2011년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작품은 갑작스러운 사고로 모든 것이 뒤바뀐 부부가 상실을 극복하고 회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번 공연에서 ‘냇’ 역은 강애심이 맡는다. ‘베카’ 역은 이항나가 연기한다. ‘하위’ 역은 송영근이 분한다. ‘이지’ 역은 전수아가 열연한다. ‘제이슨’ 역은 이기현과 김지용이 함께한다.

이날 프레스콜 진행은 연극 ‘래빗홀’의 김제훈 연출이 맡았다. 그는 시연할 장면을 설명하며 작품의 이해를 도왔다. 김제훈 연출은 질의응답 시간에는 배우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질문자인 동시에 연출가로 마이크를 잡았다.



일문일답으로 푸는 연극 ‘래빗홀’

- 이항나 배우가 연극 ‘래빗홀’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항나: 최근 우리 사회가 너무 슬픈 일을 많이 겪고 있다. 연극 ‘래빗홀’ 같은 작품을 통해 ‘고통 이후에 사람들이 감내해야 하는 생활과 일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이 작품은 단순히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인물들이 서로 화해해 가는 과정을 그린다. 극 중 반복되는 다툼과 오해, 미움을 극복해나가고, 서로 화해하고, 마음을 열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라 좋았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작품이 그런 의미에서 코믹한 요소가 있거나, 파격적인 장면이 있거나, 소란스럽거나, 객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장면이 없다는 것이다. 김제훈 연출한테 조심스럽게 ‘우리 이거 해도 될까?’라고 물은 적이 있다. 김제훈 연출이 ‘우리가 언제 그런 거 생각했어요? 작품 좋으면 합시다!’라고 말해줘서 이 작품을 하게 됐다. 연극 ‘래빗홀’이 흥행성을 고려하지 않고, 우리 사회와 이 시점에 우리가 해야 하는 이야기인 것 같아 함께하고 있다.

- 송영근 배우는 ‘하위’라는 인물을 연기하면서 무엇을 주안점으로 두었는지 궁금하다.

송영근: ‘하위’ 역을 연기하면서 ‘품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사람마다 ‘품는 방법’은 다 다르다. 온종일 우는 사람도 있고,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자포자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위’는 스쿼시도 치러 다니고 일상생활을 하며 지낸다. 그가 보여준 품는 방식은 죽은 아이가 여전히 자신의 삶 안에서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는 아이의 흔적을 지우고, 버리려 하는 아내마저도 품는다. 2주 전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처음에는 많이 짜증이 났다. 나는 죽은 아들의 모든 것을 간직하고 싶은데 아내는 자꾸만 버리려고 하니 화가 났다. 어느 날 연출이 ‘짜증은 빼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더라. 처음에는 이해가 안됐다. 사람인데 어떻게 짜증이 나지 않을 수 있을까 싶었다. ‘하위’는 그 짜증이라는 것이 내 안에는 있어도 밖으로는 표출되면 안되는 인물이었다. 안에 있던 짜증이 밖으로 나오면 모든 것을 품고 가는 인물이 아닌 것이 된다. ‘하위’는 계속 멀리서 감싸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하위’가 레스토랑에서 손잡고 있는 여자와 ‘썸’을 탔는지 궁금하다. 연출로서 내린 결론은 ‘썸’ 타기 직전, 그러한 관계에서 마음의 위안을 찾아 의지했던 것 같다는 것이다. ‘하위’를 연기한 배우로서 어떤지 듣고 싶다.

송영근: 그 기준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누구나 낯선 사람을 만났을 때,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속마음을 다 털어놓을 때가 있다. ‘하위’는 그 여자와 정신적인 ‘썸’을 탄 것 같다. 육체적으로는 아니다. 그 여자와 손을 잡고 있던 것은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고 정신적으로 위안을 받았기 때문이다.

- 아이를 잃은 큰 상실을 경험한 부부가 어느 지점에서 위안을 받고 고통을 넘어서는가.

이항나: 자기 자신과 화해하는 순간은 ‘베카’가 가해자를 만나는 순간이다. ‘베카’는 가해자 소년을 보고 ‘저 사람의 고통이 내 고통보다 작지 않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감정을 느끼면서 고통을 극복한 것 같다. 또 다른 부분은 가해자 소년을 연기하는 두 배우가 귀엽고 순수하게 생겼다. 무대에서 보면 ‘내 아이도 자라서 저렇게 되겠구나, 그러면 저런 일도 닥칠 수 있겠지’ 싶었다. ‘제이슨’와 만나는 장면에서 자기 자신과 화해할 수 있는 어떠한 순간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 ‘제이슨’가 쓴 ‘래빗홀’의 의미와 소설을 부부에게 선물한 의미가 궁금하다.

김제훈 연출: 2막 3장은 ‘제이슨’와 ‘베카’가 만나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그 장면에서 ‘제이슨’가 쓴 소설 이야기가 나온다. 제 생각으로는 소년은 ‘대니’를 위해 ‘래빗홀’을 썼을 것이다. 책 첫 장에도 ‘대니에게 바칩니다’라고 적혀있다. 둘은 대화를 하면서 ‘래빗홀’이라는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소년이 쓴 소설의 내용은 평행우주에 대한 내용이다. 소설 속 주인공은 아버지가 죽어, 죽은 아버지를 찾아 토끼굴로 들어간다. 죽은 아버지는 다른 공간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 소설은 이를 주인공이 목격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제이슨’가 어떠한 죄책감과 마음으로 공상과학 소설을 써서 부부에게 보낸 것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소설을 읽고 ‘베카’는 어쩌면 무한한 이 우주 안에서 이건 나의 ‘슬픔’ 버전일 뿐이고, 다른 곳에서는 행복한 내가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 순간이 ‘베카’가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시발점이 아닌가 싶었다.

- 연극 ‘래빗홀’은 상실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두 부부를 연기한 배우들이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상실’을 생각하며 연기를 했는지 궁금하다.

이항나: 그런 것 같다. 연기할 때 모든 상황을 다 겪지는 않는다. 작품은 너무나 큰 고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고통이 너무 커 ‘난 못하겠어’라고 연습중간에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만큼 작품 속 ‘상실’은 꼭 경험하지 않아도 너무나 크게 상상이 되는 부분이다. 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는 것은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다. 연습과정이 그래서 힘들었다.

송영근: 나이가 들다 보면 어느 순간에 죽음이 바로 옆에 와 있는 순간과 자주 마주한다. 연습하면서 살기 위한 ‘상실’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우리는 무언가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헤집을 수 없는 감정에 빠진다. 살아가기 위해 앞으로 나가다보니 ‘상실’이 따라오는 것이다. 즉 ‘상실’은 우리가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것이지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연극 ‘래빗홀’은 8월 21일부터 9월 6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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