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한국대표 콘텐츠로] 웹툰 홍보戰 "600만명 손끝 잡아라"

입력 2014-03-28 21:13   수정 2014-03-29 03:55

커버 스토리

기업·국제기구 홍보부터 영화화까지



[ 이승우 기자 ]
한화케미칼은 매주 수요일 네이버 웹툰을 통해 ‘연봉신’이란 웹툰을 내보내고 있다. ‘악플게임’ ‘고삼이 집 나갔다’ 등을 그린 인기작가 미티의 작품으로, 아무런 ‘스펙’ 없이 운 좋게 한화케미칼에 입사한 신입사원 연봉신의 회사 생활을 그리고 있다. 기능성 소재 개발부에 속한 연봉신의 활약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화케미칼의 사업을 소개하는 이 만화는 지난해 7월부터 22주간 연재되면서 누적 조회수 3000만건을 돌파했다.

높은 인기에 힘입어 지난 1월부터는 ‘시즌2’를 연재 중이다. 이번에는 아프리카 오지에 태양광 발전소를 짓는 임무를 맡은 연봉신의 활약이 주된 내용이다. 웹툰 기획을 담당하고 있는 조인경 한화케미칼 브랜드전략팀 매니저는 “지난해 상반기 공채 지원자가 3677명이었는데 연봉신이 연재된 이후 하반기 공채에선 5692명으로 상반기보다 54.8% 늘어났고 회사에 대한 지원자의 이해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며 “B2B(기업간 거래) 기업 특성상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회사 인지도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B2B기업부터 국제기구 홍보까지

‘연봉신’뿐만이 아니다. 유한킴벌리는 자사의 수분크림 ‘티엔’을 소재로 한 웹툰 ‘퐁당훈녀클럽’ ‘10대훈녀클럽’을 잇따라 선보였다. LIG손해보험은 ‘별을 부탁해’란 웹툰을 만들었다. 맞춤정장 브랜드 헬무트는 ‘신사의 집’이란 웹툰 제작을 지원 중이다.

각종 단체의 홍보활동과 공익광고에도 웹툰이 활용되고 있다. 주한 영국문화원은 영국 문화를 소개하는 웹툰 ‘너와 나의 거리는 8.5’로, 빈곤아동을 돕는 국제기구 ‘세이브 더 칠드런’은 아프리카의 신생아를 위한 ‘모자 뜨기 클럽’으로 자신들의 활동을 알리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산악 구조대의 활약을 그린 ‘PEAK’에 간접광고(PPL)를 하기도 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홍보 웹툰을 제작하는 것은 웹툰의 높은 파급력 덕분이다. 닐슨코리안클릭 집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네이버와 다음의 웹툰 사이트를 찾은 사람은 각각 470만명과 160만명. PC를 통해 한 달에 한 번 이상 사이트를 방문한 사람을 조사한 것으로, 중복 방문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음 웹툰 이용자 전원이 네이버 웹툰을 본다고 할 때 국내 인터넷 이용자(4008만명, 2013년 말 기준) 가운데 11.7%가 웹툰을 보는 셈이다. 모바일 기기 이용자를 더하면 이 숫자는 늘어난다. 김재필 KT경제경영연구소 연구원은 “국내 웹툰 시장 규모는 2010년 529억원에서 내년엔 2950억원으로 증가할 전망”이라며 “전체 만화시장에서 웹툰이 차지하는 비율도 2010년 7.1%에서 2015년 35.6%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독자적 장르로

웹툰이라는 개념이 처음 생긴 것은 초고속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된 2000년을 전후해서다. 당시에는 개인 홈페이지를 통해 ‘마린블루스’ ‘스노우캣’ ‘파페포포 메모리즈’ 등의 작품이 연재됐다. 김풍, 메가쑈킹, 마인드C 등의 작가들은 디씨인사이드 카툰 연재 갤러리에 작품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 웹툰 시대의 개막은 대개 2003년 3월 다음의 ‘만화속 세상’을 기점으로 잡는다. 특히 그해 10월 연재를 시작한 강풀의 ‘순정만화’는 ‘웹툰’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패러다임을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전까지 인터넷을 통해 연재된 만화들이 기존 출판 만화처럼 각각의 칸을 갖고 진행된 데 비해 ‘순정만화’는 칸을 없애고 화면 스크롤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지금은 애니메이션 효과나 스마트폰의 터치 기능을 활용한 웹툰도 등장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도 인기

웹툰 원작의 영화가 인기를 끈 것도 웹툰 대중화의 또 다른 요인이다. 웹툰이 ‘원 소스 멀티 유스(one source multi use)’의 원천으로 적극 활용된 결과다. 2012년에는 강풀 원작의 영화 ‘26년’(300만명)과 ‘이웃사람’(240만명)이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에는 훈 작가의 만화를 영화로 만든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700만명의 관객을 모았다. 그 외에도 ‘신과 함께’(주호민) ‘목욕의 신’(하일권) 등 10여편이 영화화를 추진 중이다. ‘치즈 인 더 트랩’(순끼)과 ‘미생’(윤태호) 등은 드라마 제작을 앞두고 있다. 하일권의 데뷔작 ‘삼봉 이발소’는 연극으로, ‘와라 편의점’(지강민)은 모바일 게임으로 만들어졌다.

전문가들은 웹툰의 성공 요인으로 무료 콘텐츠, 접근이 쉬운 포털에서의 연재, 다양한 종류의 작품, 모바일 기기 보급, 댓글 등을 통한 의견 공유 등을 꼽는다. 정지은 다음커뮤니케이션 실장은 “웹툰은 탄생한 지 10여년 만에 한국의 독특한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네이버 156편, 다음 89편 연재…아마 웹툰 8만건

신인 키우는 ‘웹툰 생태계’

28일 기준 네이버 웹툰에는 156편, 다음 ‘만화속 세상’에는 89편의 웹툰이 연재되고 있다. 한국 웹툰 시장에서 네이버와 다음의 역할은 절대적이다. 포털 사이트가 웹툰을 게재하는 주된 이유는 이용자 유인이다. 이들은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급하고 이용자에게 무료로 웹툰을 제공한다. 더 많은 이용자를 유인하려면 사람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 이 때문에 포털 사이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웹툰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단순히 웹툰 유통에만 그치지 않고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돕거나 ‘스마트툰’ 같은 새로운 형식의 웹툰을 기획하고 있다.

새로운 작가들을 길러내는 것도 이들의 역할이다. 과거에는 만화가가 되려면 기성 작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작업 방식 등을 배운 뒤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적으로 만화를 배우지않았어도 소재의 독창성, 독자의 반응 등에 따라 유명 만화가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

네이버는 ‘도전만화’와 ‘베스트 도전’, 다음은 웹툰리그 1·2부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작품에 대한 평가와 독자의 반응에 따라 상위 리그로 올라가는 방식이다. 최종적으로 정식 연재하는 프로 만화가가 될 수 있다. 작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지속적으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인 셈이다. 네이버 도전만화에선 매달 8만건이 넘는 웹툰이 게재되고 있다.


해외시장 노리는 한국 웹툰

해외에서 한국의 웹툰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정식으로 해외에 진출한 사례는 드물다. 아시아 만화를 대표하는 브랜드처럼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일본의 ‘망가’와 비견하기는 어렵다. 한국 웹툰은 저작권 계약 없이 동양권 만화를 영어로 번역해 올리는 ‘망가폭스’처럼 개인이 번역해 불법으로 유통하는 경우가 많다.

네이버는 올해 중반 해외 서비스를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년까지는 웹툰 세계화 1단계로 작품과 작가의 인지도를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2016~2017년에는 독자 확대, 2018~2020년에는 웹툰이 주류 문화로 자리 잡도록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 4단계인 2024년까지는 다양한 분야로 뻗어나가는 원천 콘텐츠의 역할을 강화할 방침이다.

해외 진출 초기에는 현지 서비스 제공자와 제휴해 인기작의 번역본을 배포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한성숙 네이버 서비스1본부장은 “모바일 메신저 ‘라인’으로 서비스 해외 진출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이번엔 콘텐츠로 세계를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북미 최초의 웹툰 포털 ‘타파스틱’과 지난 1월 손잡고 미국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 사이트를 운영 중인 김창원 타파스미디어 대표는 블로그 서비스를 만드는 태터앤컴퍼니 공동대표를 지냈고 이 회사가 구글에 인수된 뒤 구글 본사에서 블로거닷컴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했다. 타파스틱에선 1200여명의 작가가 웹툰을 연재하고 있다. 타파스미디어는 북미 시장에서 흥행 가능성이 높은 한국 웹툰을 대상으로 무료 영문 번역 서비스를 하고 있다. 총 52개의 한국 웹툰이 번역 지원을 받았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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