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식 칼럼] ‘마리텔’ 종이접기 선생님 김영만, 복고나 키덜트 아닌 무엇?

입력 2015-08-01 15:55   수정 2015-08-02 01:15

▲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종이접기 코너의 김영만과 게스트 신세경(사진 = MBC)


종이접기 선생님이 지상파 텔레비전에 나오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보고 싶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때, 그 대상이 상당히 매력적이면, 폭발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는 법이다. 바로 종이접기 선생님이 그에 해당됐다. 역시 자신이 보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 소비자 심리 일수 있음을 확인케 했다.

더구나 ‘마이 리틀 텔레비전’(마리텔) 종이접기 코너는 MBC가 아니라 KBS 프로그램이었고 이에 더욱 종이접기 선생님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다. 복고나 향수를 다루는 방송 아이템에 대한 전복도 이뤄졌다. 대개 추억을 자극하는 복고 아이템은 대중가수나 연기자, 개그맨, 유행하던 노래와 춤, 드라마, 애니메이션, 예능, 영화에 한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좀 확장을 하면, 장난감이나 인형, 불량 식품 정도를 연상할 수 있었다.

한편 종이접기 선생님에 대한 주목을 키덜트(kid+adult)라는 단어로 분석하는 경우도 많은데 과연 그에 정확하게 합치하는지 의문이기도 하다. 키덜트라 지적하는 것은 아무래도 종이접기가 어린 아이의 감성을 담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이미 종이접기는 어린이들이 주로 하는 공작놀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무엇보다 종이접기 자체에 주목을 하는 것은 아닌 점도 상당하다. 그를 통해서 무엇인가 다른 것을 연상하고, 그것에 몰입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종이접기 선생님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유발한 다른 독특한 요인이 있지는 않을까. 그것은 현재의 잃어버린 무엇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종이접기를 대했던 시청자들은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더 공평했다. 모든 이들은 다 잠재적인 가능성이 풍부한 어린이였다. 그때는 미래에 대한 꿈이 모두 풍부했다. 하고 싶은 것도 많았고, 되고 싶은 존재에 대한 열망도 컸다.

종이접기 선생님은 혼내거나 야단치기보다는 항상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부족하거나 못하는 것에 대해서 질타하기보다는 좀 더 잘할 수 있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현실의 선생님들은 그러지 못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선생님은 부족하거나 못하는 부분을 질타했다.

뿐만 아니라 점점 꿈은 사라져가고 되고, 싶은 것도 없어지고 그러한 꿈의 주인공이 될만한 여건도 주어지지 않았다. 현실은 종이접기처럼 스스로 성취할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주어지지도 않았다. 잃어버린 시절에 대한 보상일수도 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잃어버린 꿈, 그리고 인생에 대한 가능성과 잠재성을 열망했던 것들을 다시 되새기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말한다. 김영만 신드롬은 욕쟁이 할머니 신드롬과 비슷하다고. 이 말은 일견 타당하다. 할머니 앞에서 누구나 다 공평한 존재가 된다. 또한 푸근한 감정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특히 자신의 앞에서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고, 형식적인 관계 속에서 오랜 지친 이들은 직설적인 발언이나 욕설에 오히려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종이접기 선생 김영만도 편안하게 해주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욕설이나 인격모독의 단어, 표현을 구사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희망적이고 밝은 격려의 말이 더 많다. 누구나 그 앞에서는 평등하지만 존중의 대상으로 수평적이다. 돈을 내고 음식을 먹을 필요가 없고, 종이접기를 보면서 반응을 보여주면 좋다.

이른바 키덜트라고 하는 문화 현상의 대부분에는 세 가지 코드가 있다. 그것 중에 하나는 꿈과 희망이다. 꿈과 희망을 투영하거나 그것을 통해 실현하려 했던 대상물이다.

두 번째는 성취감이다. 사람들은 성장할수록 자신이 스스로 성취해가는 것이 적어진다. 하지만 어린 시절일수록 성취감은 강해진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다. 우선 어린 시절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을 중심으로 성취감을 갖기 쉽다. 하지만 성인이 될수록 자신이 좋아하는 것, 재미난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것을 수행한다. 물론 많은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를 위한 성취가 아니라 타인이나 전체 조직을 위한 성취 수행인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재미도 없다.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그럴듯한 것을 성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은 성취감에는 흥미도 만족감도 느끼지 못한다. 새삼스럽게 작은 성취에 대해서 말하거나 빠지는 것도 생뚱맞을 수 있다. 하지만 과거에 즐겼던 특히 동심에서 했던 것들은 쉽게 부각해도 된다.

문화코드 세 번째는 바로 세대 간을 아울러 공통적인 요인들이 존재하고 그것이 어린아이의 감수성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따라서 아이와 어른, 부모와 아이가 함께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어린 아이 감수성이 아니라 인간 심성에 내재하고 있는 욕구들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특정 장르나 영역을 좋아하고 선호하는 이른바 문화종족의 산물이다. 따라서 어린이와 어른으로 구분하거나 그 중간을 절충적으로 규정하는 것도 엄밀하게 보면 정확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어른이나 아이를 막론하고 우리는 누군가의 포근한 손길과 격려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존재가 우리 시대 주변에서는 잘 볼 수 없기 때문에 종이접기 선생님에게 몰리고 있는 것이다. 지식이나 담론, 지도적 리더보다는 일상생활 속에서 삶을 긍정하게 만드는 사람, 종이접기 선생님은 좀 더 심신의 피폐함 속에서 훈훈한 청량제가 된다. 더구나 저성장 불황의 시대에는 체면과 위신이 아니라 실제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기 때문이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동아방송예술대학 교수)

※ 외부 필진의 의견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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