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극장 예고편 제한?

입력 2016-07-26 18:08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 운전이 금지돼 있다. 학교에 등록하고, 직업을 구하고, 여행을 갈 때도 남성 허락을 받고 동행해야 한다. 지난해까지는 투표권조차 없었다. 이란에서는 마네킹에 히잡을 씌우지 않는 것도 불법이다. 얼마 전 파키스탄에선 ‘여성 체벌법’이 발의됐다. 남편 말을 듣지 않거나 허락받지 않은 복장을 하면 때려도 된다는 법이다.

이런 웃지 못할 황당 법안이 나올 때마다 봉건시대에나 있을 법한 금지법 사례가 인용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여성이 머리를 자르거나 틀니를 낄 때 남편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학교나 술집, 예배장소의 1500피트(457m) 이내에서 동물이 교미하는 것도 위법이다. 곰을 총으로 쏘는 것은 괜찮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잠자는 곰을 깨우면 안 된다는 법까지 있다. 영국에서 왕이나 여왕 사진이 있는 우표를 거꾸로 붙이면 불법이란 건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캐나다에서 아기 보행기를 금지한 건 그나마 발달지연이나 사고위험이라는 명분이라도 있다. 의회의사당에서 죽는 것을 금지한다거나 스케이팅 속도를 시속 50마일(약 80㎞) 이하로 규정한 것은 불필요한 법이다. 중국에서 시간여행을 다룬 영화가 금지된 것은 狙낢릿耉彭鍍?역사 왜곡과 공산당 강령 위반 때문이라고 한다. 아프리카 말라위의 ‘방귀 금지법’은 해외 유머감이다.

남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묻지마 법안’들이 툭하면 발의된다. 너도나도 무슨무슨 금지법부터 만들고 보자는 통에 과잉 입법, 황당 법안 사태가 끊이지 않는다. 일명 ‘퇴근 후 카카오톡 금지법’은 국회의원부터 지키지 못할 법이다. 근로자들의 표를 좇아 얼씨구나 하고 만든 졸속법안의 대표 사례다.

이젠 한가롭게 영화를 볼 때마저 시간을 재가며 불법 여부를 감시해야 할 판이다. 영화 시작 전 광고나 예고편 상영을 제한하는 법안이 잇달아 발의됐다. 이를 조금이라도 어기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물린다고 한다. 권위주의 시대의 관변 뉴스라면 모를까, 정보전달 기능을 겸한 광고나 흥미로운 예고편까지 규제의 틀에 가두는 건 지나치다.

영화 예고편은 사실 덤으로 얻는 재미다. 1분 남짓의 ‘맛보기’에 눈과 귀가 즐겁다. 소비자로선 관람료 이외의 소득이다. ‘스타워즈’ 열풍 땐 수많은 팬이 시리즈 예고편만을 보기 위해 여러 극장을 섭렵하기도 했다. 어쩌다 이런 것까지 법으로 옭아매게 됐을까. 그렇잖아도 무엇을 하지 말라는 법이 너무 많다. 이러다 ‘금지 공화국’이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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