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향기] 알록달록…'겨울왕국'이 품은 동화 속 마을

입력 2016-05-29 16:28  

세계 최북단의 수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내가 생각하는 수도는 보통 대도시였고 복잡하고 시끌벅적한 곳이었다.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는 달랐다. 청명한 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고 그 위로는 눈을 새하얗게 뒤집어쓴 화산 산맥이 뻗어있다. 알록달록한 집들로 가득한 골목은 정감이 넘치고 상점들이 즐비한 거리에는 세련미가 넘친다. 사람들은 느긋하고 도로 위의 차들도 서두르는 법이 없다. 동화 속 마을 같은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어느새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연기가 자욱한 만 레이캬비크

북대서양 한가운데 양과 꼭 닮은 섬 하나가 있다.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신비의 땅 아이슬란드다. 아이슬란드 여행의 관문인 수도 레이캬비크에 도착하니 차갑고 낯선 바람이 콧속으로 스며든다. 지구 최북단의 수도에 온 것이 실감 난다.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어로 ‘연기가 자욱한 만’, 초기 정착민이 이곳에 도착했을 당시 땅 곳곳에서 증기가 피어오르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 증기가 혹시 사람들의 입김은 아니었을까’라는 실없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레이캬비크 여행은 어디에서 시작해도 좋다. 대부분 볼거리가 구시가지에 밀집해 있기 때문이다.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에서 가장 큰 도시지만 인구가 12만명에 불과한 중소 도시다. 버스를 탈 필요도 동선을 걱정할 이유도 없다. 튼튼한 두 다리로 정처 없이 걷는 것이 레이캬비크를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항구를 거닐다 구시가지로 들어선다. 직사각형 모양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가톨릭교회가 눈에 띈다. 아이슬란드의 대표적인 건축물을 지은 구드욘 사무엘손에 의해 1929년 완공됐다. 신고딕양식과 북유럽의 감성이 적절하게 혼재된 모습에 우아함과 기품이 넘친다. 교회를 지나 툰가타 거리를 따라간다. 시청사 건물 앞으로 트요르닌이라는 이름의 아담한 호수가 펼쳐져 있다. 수많은 백조와 거위, 오리들이 물 위를 둥둥 떠다니며 여유를 만끽한다. 젊은이들은 호숫가를 거닐며 데이트를 즐기고 어린아이들은 커다란 빵 뭉치를 조각내 호수 위로 던진다. 햇빛에 물이 반짝이며 레이캬비크 오후가 느릿하게 여문다.


아이슬란드 자연의 정수 할그림스키르캬

호수 옆 큰 도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면 레이캬비크에서 가장 매력적인 두 거리가 맞닿아 있다. 라우가베그루와 스콜라뷔르두스티구르다. 스타일리시한 카페들과 기념품 상점들이 빼곡하고 알록달록한 그라피티가 거리를 가득 메웠다. 스콜라뷔르두스티구르 거리 끝에는 도시의 상징인 ‘할그림스키르캬 루터교회’가 서 있다. 고층 건물이라곤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는 레이캬비크에서 약 78m에 육박하는 이 거대한 건축물은 단연 눈에 띈다. 양쪽에서부터 점진적으로 커지며 올라오는 돌기둥들은 꼭대기에서 십자가와 함께 만난다. 빼죽 솟아 있는 모양새가 마치 우주로 당장 날아갈 것만 같은 우주선 같기도 하고 거대한 파이프오르간 같기도 하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득한 절벽 혹은 부서지는 파도나 주상절리가 떠오르기도 한다. 오묘하고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외관에서 스칸디나비안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 교회 역시 구드욘 사무엘손의 작품이다. 검은 현무암 돌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있는 ‘스바르티 폭포’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고, 완성하는 데 꼬박 41년이 걸렸다. 지극히 이질적이고 미래적인 디자인임에도 주변 경관을 헤치지 않는 것은 바로 자연을 디자인에 녹여냈기 때문일 것이다. 교회 꼭대기에 있는 전망대에 오른다. 레이캬비크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색종이를 접어놓은 듯한 아기자기한 집들 뒤로 산과 바다, 하늘이 하염없이 펼쳐진다. 깊은 종소리가 교회 가득 울려 퍼진다. 엄숙한 자연과 소박한 도시의 공존을 보고 있자니 형용할 수 없는 감동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기막힌 양고기 핫도그가 단돈 3유로

항구 쪽으로 다시 내려와 레이캬비크 벼룩시장으로 향했다. 별다른 표시 없는 컨테이너 건물 안에 있어 자칫하다간 그냥 지나치기 쉽다. 혹독한 날씨를 견딜 수 있는 양털 옷부터 서적, 오래된 레코드판까지 없는 것이 없다. 시장 한 바퀴를 도니 배가 출출하다. 항구 근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핫도그 집을 찾았다. 이른 시간인데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아이슬란드에서 줄을 서야 하는 명소는 이곳이 유일할 것이다. 핫도그 모양은 특별할 게 없다. 시큰둥하게 한입 베어 물었다. 동공이 확장됨과 동시에 생각이 단번에 뒤바뀌었다. ‘이 핫도그, 보통 핫도그가 아니다!’

맛의 비결은 이렇다. 우선 소시지에 양고기가 들어간다. 넓은 초원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아이슬란드의 양은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생양파와 바삭하게 튀겨진 양파를 섞어 고명으로 쓴 것도 특이하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핵심 비결은 소스다. 필슈시넵(Pylsusinnep)이라는 이름의 아이슬란드식 머스터드 소스는 노란색보다는 갈색에 가깝다. 진한 색상만큼이나 풍부하고 단맛을 내는 것이 특징인데 재료들과의 궁합이 가히 환상적이다. 이 엄청난 핫도그의 가격은 약 3유로. 물가 비싸기로 유명한 아이슬란드에서 핫도그가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다.

이 조용한 도시 위로 밤이 찾아온다. 메인거리의 카페와 바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은 술잔 하나씩을 손에 든 채 이야기꽃을 피운다. 어둠이 깊어질수록 이들의 시선은 하늘로 향한다. 겨울이라면 오로라를, 여름이라면 백야를 맞이하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낮처럼 밝은 하늘. 아이슬란드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여행정보

한국에서 아이슬란드로 가는 직항은 없다. 영국이나 핀란드, 덴마크 같은 주변 유럽 국가를 경유해야 한다. 케플라비크 국제공항에서 레이캬비크 시내로 갈 때는 공항버스(FlyBus)를 이용할 수 있다. 버스표는 웹사이트(www.re.is/flybus) 혹은 케플라비크 공항 카운터에서 살 수 있다. 요금은 시내버스 정류장까지는 2200크로나(약 2만1000원), 호텔 앞까지는 2800크로나(약 2만7000원). 아이슬란드 통화단위는 크로나(ISK)다. 100크로나는 약 957원. 유로나 달러로 미리 환전해가는 것이 유리하다. 아이슬란드에서는 현금보다는 카드 사용이 보편화돼 있다. 단 레이캬비크 내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려면 현금을 준비해두는 것이 좋다.

아이슬란드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기상청사이트(en.vedur.is)를 통해 기후 변화를 수시로 체크하는 것이 좋다. 매년 여름 레이캬비크에서 아이슬란드 최대 뮤직 페스티벌이 개최된다.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글·사진 여행작가 고아라 minsto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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