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미래유산] 동화약품, 동일 상호·제품 지켜온 '일업백년 기업'…활명수·부채표 등 기네스북에도 올라

입력 2016-05-30 17:28  

[서울 미래유산] 동화약품, 동일 상호·제품 지켜온 '일업백년 기업'…활명수·부채표 등 기네스북에도 올라

[ 최승욱 기자 ]
1897년 9월25일 창립된 동화약품은 국내 최고(最古) 제조회사이자 최고(最古) 제약회사다. 설립 이후 같은 장소(서울 중구 서소문로 9길 14)에서 동일 상호(동화)와 동일 제품(활명수·사진), 동일 업종(제조업, 제약업)을 유지한 국내 유일의 일업백년(一業百年) 기업이기도 하다. ‘최장수 의약품 활명수’ ‘가장 오래된 등록(1910년) 상표 부채표’ 등 4개 부문에 걸쳐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창업주인 노천 민병호 선생은 성벽이 있던 서소문로 자택에서 ‘동화약방’이란 상호로 창업하면서 최초 국산 신약인 활명수를 내놓았다. 액체소화제인 활명수는 대한민국 제약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민 창업주는 무과에 급제한 뒤 임금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무관인 선전관(宣傳官)으로 근무했다. 한학에 능통하고 한약 지식도 출중하던 그는 궁중처방 비법까지 배웠다. 1884년 갑신정변 당시 미국 선교사 겸 의사인 알렌은 칼에 찔려 큰 부상을 입은 민영익 금위대장을 살려 고종의 신임을 얻어 어의가 된 뒤 국내 최초의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 설립을 이끌어냈다. 개신교 신자인 민 사장은 알렌과의 인연으로 제중원에서 서양의학까지 알게 됐다. 그는 소화불량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진 아선약, 육계, 정향 등의 생약성분으로 과식, 소화불량, 급체 등에 탁월한 효능을 지닌 활명수를 제조했다. 활명수는 동서의학이 조화를 이룬 퓨전 신약이었다. 급체, 토사곽란 등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많던 시절에 활명수(活命水)라는 이름의 뜻 그대로 ‘생명을 살리는 물’로 불리며 만병통치약으로 널리 알려졌다.

“민족이 합심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민족정신으로 설립된 동화약품은 자주독립에 앞장섰다. 일제강점기 동화약방 초대 사장이던 은포 민강 선생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31운동 직후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국내 독립운동 세력과 연대하고 군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연통부를 설립했으며 그 책임자가 민강 사장이었다. 민 사장은 활명수를 팔아 마련한 독립자금을 임시정부에 전달했다. 당시 활명수 한 병 가격은 50전. 설렁탕 두 그릇에 막걸리 한 말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비쌌다. 독립운동가들이 중국으로 건너갈 때 돈 대신 활명수를 들고가 현지에서 판매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해진다. 1965년 준공된 본사 건물에는 1995년 광복 50주년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서울연통부 기념비가 세워졌다.

일제강점기 활명수를 비롯해 인소환, 백옹고, 지해로와 같은 히트상품을 갖고 있던 동화약품은 창립 이후 119년 동안 질 좋은 의약품을 꾸준히 개발, 출시하며 국민 건강 보건에 힘써왔다. 활명수는 연매출 약 420억원, 시장 점유율 70%의 액체소화제 판매 1위 제품으로 성장했다. 1967년 청량감을 보강한 ‘까스활명수’를 내놓았?1991년 ‘까스활명수-큐’를 발매하며 브랜드를 리뉴얼했다. 2011년부터는 활명수 전 제품을 무보존제로 생산하는 등 변함없는 약효와 함께 끊임없는 진화를 추구하며 소비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시는 한 시대를 대표하는 의약품 ‘활명수’를 개발한 회사이자 대한민국 제약산업 살아있는 증인으로서의 역사적 가치를 인정해 동화약품 본사 건물과 활명수를 ‘서울 미래유산’으로 선정했다. 서울시는 동화약품이 서소문로 본사 자리에서 1897년 동화약방이 창업된 이래 현재까지 119년 동안 이어져온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제조회사이자 제약회사라는 역사적인 부분에서, 활명수는 국내 최장수 의약품이자 한 시대를 대표하는 신약이라는 점에서 보존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광복 이후 현대화 과정을 거쳐 동화약품은 활명수, 후시딘, 판콜, 잇치 등 400여종의 우수의약품과 30여종의 원료의약품을 생산해 국내 공급은 물론 세계 30여개국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국산 신약 23호인 퀴놀론계 항균제 ‘자보란테’를 출시했다. 자보란테는 만성폐쇄성폐질환(AE-COPD)의 급성 악화 치료제로, 신속한 치료효과가 입증돼 보건복지부가 인정하는 ‘보건신기술’로 선정됐다.

동화약품은 눈에 띄는 해외 진출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텔 레버토리즈와 자보란테의 라이선스 아웃(기술 수출) 업무협약(MOU)을 체결, 아프리카 시장 진출의 초석을 마련했다. 몽골의 식품·의약품 유통회사인 몬소바얀과 미인활명수 수출계약도 체결했다.

최승욱 특집기획부장 swch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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